▲ 화가 김현정

기술이 우리들 삶의 전면을 둘러싼 테크놀로지 현실에서 예술의 대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세기 초 인간을 위한 예술, 사회를 위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예술과 기술의 유기적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한 전방위예술가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Nagy, 1895~1946)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Nagy)

 

“라즐로 모홀리 나기는 유태인 혈통으로 1895년 헝가리 남부지역인 바보소드(Bacborsod)에서 태어났다. 1914년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학업을 중단하고 포병장교로 참전한다. 전쟁 중에 부상으로 러시아의 오뎃사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 시기에 시작(詩作)과 드로잉에 열중하였으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박신의 著,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홀리나기’, 디자인하우스, 2002> 

그에게 ‘전방위’라는 단어가 함께하는 것은 그가 회화를 넘어서 예술의 거의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총체적 예술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회화방식에서 머물지 않고 당시 새롭게 등장한 사진이나 영화 등의 첨단기술방식을 사용하여 인간의 경험과 감각의 지평을 넓혀주었고 이들을 미학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바탕을 둔 실험을 전개해 나갔다. 그 결과 각종 상업미술, 무대예술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 <빛-공간 변조기> 1922~1930년

 

라즐로 모홀리 나기가 1922~1930년에 작업한 ‘빛-공간 변조기’는 “8년간에 걸친 작업으로 완성한 이작품은 움직임을 동반하는 일종의 키네틱조각이라 할 수 있다. 변조기의 기계적 움직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어울리는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다양한 형태의 빛을 만들어 내는 빛 기계의 의미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박신의 著,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홀리나기’, 디자인하우스, 2002> 

그가 시도한 시각 이미지와 문자 언어의 통합적 사고를 통해 도달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예감과 인식은 놀라울 뿐인데 기술매체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선험적 통찰은 현대예술에 있어 중요하게 떠오르는 개념들과도 연결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디지털 매체가 어디까지 가능하고 예술적 성취를 위한 융합의 방향성에대한 논의는 여전히 주요한 담론이다. 이점에서 20세기에 새로운 매체를 통한 예술의 지평확장과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한 예술가의 열정과 자취는 필자를 포함한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암시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나비작가 김현정(Butterfly Artist, Navi Kim)
상명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및 동대학원 조형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백석대학교 외래교수. 그는 회화, 사진, 컴퓨터 등을 포용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MULTIMEDIA ARTIST)로서의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미술작가 나비킴의 힐링나비’라는 주제의 동시대미술 표현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