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을 분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상대가치 분석이다. 이는 동종업계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자산비율(PBR) 등의 투자지표를 비교해 저평가 혹은 고평가를 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대가치분석은 단편적인 판단만 가능할 뿐 일부 한계가 있다. 두 기업을 비교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두 기업이 ‘정확하게’ 똑같은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포트폴리오는 같지만 영업상 주력 매출품목이 다를 수도 있고 사업포트폴리오 자체가 일부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은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서플라이 체인 분석’을 통해 기업의 주가를 ‘업종’이란 구분으로 투자지표를 만들어 판단하기보다 좀 더 세분화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플라이 체인은 공급자에서 최종 고객까지 상품이나 서비스가 움직이는 흐름을 의미하며, 분석대상 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들은 서플라이 체인에서 공급 또는 수요자 측면에 놓이게 된다. 서플라이 체인 분석은 이렇게 공급과 수요자 측면에 놓인 기업들의 투자지표를 비교해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서플라이 체인 분석에서 서플라이 체인에 속하는 기업들을 공급사, 고객사, 관련 회사로 구분해 분석을 수행했다.

서플라이 체인 분석은 타깃이 되는 기업과 공급사, 고객사, 관련 회사의 투자지표를 비교해 현재 어떤 기업들이 투자매력이 높은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지표를 밸류에이션, 성장성, 이익모멘텀, 주가모멘텀, 변동성의 5가지로 나눴고 팩터는 총 10가지를 이용해 상대가치를 분석했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서플라이 체인이 말하는 이익과 주가

삼성전자는 핸드셋,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공급사는 각 사업부문과 관련이 높은 기업들로 인텔, 퀄컴 등을 들 수 있다. 관련 회사로는 애플, 소니,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서플라이 체인 기업들을 지수로 만들어 추이를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2년간 관련 회사 그룹보다 공급사의 주가와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향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추이는 공급사와 같은 방향을 그릴 수 있을까.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됐던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약 15조원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013년 3분기 16.6%를 고점으로 2015년 1분기 11.3%까지 하락했다. 반면, 퀄컴은 중국향 AP 수출 증가로 인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상승했는데 2013년 3분기부터 2014년 말까지 삼성전자 대비 주가도 13.3%(달러 기준) 아웃퍼폼했다.

식상하겠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공급사와 주가민감도가 높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이익의 방향성이 다르면 주가는 차별화될 수 있음을 말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익전망치 상대강도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공급사를 5가지 투자지표로 상대가치를 비교해보면 성장성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공급사보다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포스코는 철광석 등 원자재를 이용해 열연, 냉연, 후판, 등의 1·2차 생산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공급사는 리오 틴토나 BHP와 같은 광업회사들이며 조선, 자동차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고객사이다.

포스코의 주가는 2011~2012년 고객사와 동행하다가 2013~2015년에는 열연, 냉연, 후판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액이 감소한 만큼 고객사의 마진이 증가했다. 반면, 2013년부터 리오 틴토나 BHP와 같은 공급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철강 가격 하락이 고객사보다 공급사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철강 가격이 연초 대비 평균 26% 상승하면서 포스코와 공급사의 이익전망치가 고객사보다 빠르게 상향조정됐다. 포스코의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3개월 전 대비 41.1% 상향조정됐고, 공급사도 67.9% 상향조정됐다. 이 때문에 포스코의 주가와 공급사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각각 14.4%, 29.1% 상승하면서 고객사 대비 아웃퍼폼했다.

포스코의 서플라이 체인은 앞으로도 철강 가격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와 공급사의 상대가치는 고객사 대비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철강 가격의 반등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성장성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주가 상승여력은 낮다고 볼 수 있다.

S-oil의 경우는 관련 회사 그룹과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oil은 다른 정유업체 대비 사업구조가 다변화돼 있지 않아 정제마진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크다. 2011년 하반기 이후 정제마진이 크게 둔화되면서 정유업체들의 이익전망치는 빠르게 하락했으나 유독 S-oil의 이익전망치가 가파르게 하락해 주가에서 차별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하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되면서 S-oil과 관련 회사 그룹의 이익전망치는 상향조정됐는데 정제마진 변화에 따른 이익민감도가 큰 S-oil의 주가는 저점대비 115% 올라 관련 회사 그룹 대비 86%포인트 아웃퍼폼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서플라이 체인 분석에서 코스피200 기업 중 조건을 만족하는 129개 기업을 선정해 그 중 공급자와 고객이 명확히 구분되는 기업을 한정해 35개 기업을 선별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는 5가지 기준에서 공급사, 고객사, 관련 회사 대비 상대적인 투자매력도가 높은 기업도 12개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