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들과 영유아까지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에 위험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학물질과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생활환경 속 다양한 제품을 접하게 되는데 지난해에는 주변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되어 모유에서도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한 방송은 모유에서 검출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에 대해 다뤘다. 엄마들의 몸속에 다양한 환경호르몬이 쌓이면서 그 일부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전문기관에 모유분석을 맡긴 결과 모유 속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비스페놀 A, DDE, DDT, PBDEs 등과 같은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또한 모유를 먹는 신생아의 8%가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이 2012년 4월부터 8월까지 서울 등 전국 4개 도시 5개 대학병원에서 출산 후 1개월된 산모 62명의 모유를 분석했고, 그 결과 모유에서 환경호르몬 물질인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와 DnBP가 검출됐다.

신생아가 모유를 통해 매일 섭취하는 DEHP의 양은 아이의 체중(㎏)당 0.91∼6.52㎍ 정도였으며, 또한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nBP(디니트로부틸프탈레이트)를 하루에 자신의 체중(㎏)당 평균 0.38∼1.43㎍씩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유럽연합)는 프탈레이트가 사용된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의 생산과 수입을 금지했다. 우리 정부도 식품 용기에서 프탈레이트 사용 금지와 함께 플라스틱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에서 DEHP,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벤질부틸프탈레이트(BzBP) 등 프탈레이트 3종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모유를 먹은 62명의 신생아 중 5명(8%)은 하루 섭취제한량을 초과하는 DEHP를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4명(6%)은 DnBP를 1일 섭취제한량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모가 PC소재의 플라스틱 재질 용기 사용을 가급적 삼가고 랩 등 1회용 식품포장과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조리를 줄이면 모유 내 DEHP·DnBP 등 프탈레이트 함량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산모가 과불화화합물이라는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1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유해물질 노출추이 분석을 위한 모유수집 및 시료분석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3월부터 7월까지 산모의 모유 표본을 추출해 과불화화합물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 많은 산모의 모유속에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화합물은 가죽 등의 표면처리제와 일부 코팅 조리 용기, 종이, 랩 등 즉석식품의 포장재, 카펫의 얼룩방지제에도 포함되어 있을 만큼 다양한 제품에 원료로 쓰이고 있다. 환경과 생체에서 흔히 검출되는 과불화화합물은 PFOA(perfluorooctanoic acid)와 PFOS(perfluorooctane sulfonic acid)다.

조사는 서울과 수도권, 충청, 영남 등에서 2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조사 결과 PFCA 일종인 과불화펜타노인산이 81.8%인 216명의 산모 모유에서 검출됐다.

또 30세 이상 산모의 모유 속 PFOS 농도가 30세 미만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혈중 PFOS 농도가 연령이 증가 할수록 높게 나타난 선행 연구들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과불화화합물이 함유된 종이로 포장, 배달되는 피자를 주 2~4회 이상 섭취하는 산모의 모유 PFOS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농도는 섭취 횟수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환경오염과 식품오염 등이 과불화화합물의 노출원으로 지적된다. 과불화화합물 함유 코팅제가 처리된 포장이 식품에 오염되고 사람이 이를 섭취함으로써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의 검출보고에 비해 한국 바닷물 시료에서 PFOA와 PFOS 두 물질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