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눈이 녹고 있어 슬퍼요. 이글루 자동차를 만들어 눈을 뿌려줄래요.” (8세 한석원 어린이)

“꽃 향기가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 동물들과 함께 놀고 싶어요." (7세 이현지 어린이)

“물 속을 달릴 수 있는 수중 자동차를 만들래요. 조개를 연료료 사용할 거에요." (10세 지선우 어린이)

“서울 하늘에 별이 많이 없어 속상해요. 별을 하늘에 쏘는 자동차를 생각했어요.” (10세 홍주원 어린이)

 

어린이들의 꿈이 현실이 됐다. 현대자동차의 ‘어린이 모터쇼’를 통해서다. 현대차는 2016년 4월 21일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더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를 열고 있다. 어린이들이 상상해서 그린 자동차를 실제 자동차의 약 2분의 1에서 4분의 1 크기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하는 행사다. 상상 속 자동차를 직접 만지고 타볼 수 있도록 한 것. 현장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늘존’부터 ‘바다존’까지… 어린이들의 놀이터

DDP 4층 ‘디자인놀이터’에 마련된 모터쇼 현장을 찾았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신기한 표정으로 상상 자동차를 관람하는 아이들. 캠핑카 모양의 자동차 위에 앉아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 엄마 품에 안겨 웃고 있는 아기. 한결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현대차는 올해 1~2월에 걸쳐 6주간 유치원·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래 자동차 그림을 공모했다. 7332점의 접수 작품 중 우수작 14개를 선정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자동차를 직접 ‘디자인한’ 아이들의 만족도는 더 높았다는 후문이다. “2차원으로 그린 그림을 3차원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콘셉트와 재질 등을 결정했습니다. 상상 속 자동차가 실물로 등장하자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하더라고요.” 이번 행사를 기획한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는 15대의 자동차가 마련됐다. 프레임까지 갖춘 진짜 차였다. 강화플라스틱,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생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탄탄한 스토리를 갖춰 작품을 구성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스파이더 카’는 도시의 교통 정체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탄생했다. 퍼즐을 모두 맞추면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차도 있었다. 에펠탑 모양의 퍼즐을 완성하면 파리로 갈 수 있는 식이다. 텐트 아래 바퀴를 달아 어디서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자동차도 눈에 띄었다. 바다 속 조개나 노래를 부르는 에너지를 활용해 동력을 만들어내는 ‘친환경차’도 전시됐다.

어린이들은 신기한 모양의 자동차와 즐기는 데 바빴다. 함께 온 어른들은 한쪽에 마련된 7732개의 모터쇼 참가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선에 오른 150개의 작품은 그림과 스토리를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아이디어 창고’였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이들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한 미대 교수님은 모터쇼 현장을 둘러보시고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크게 놀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제자들을 데려와 굳은 머리를 풀어줘야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죠. 회사 내부에서도 R&D 직원 등이 자동차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차 ‘유스 마케팅(Youth Maketing)' 동심 잡았다

모터쇼가 열리고 한 달여 동안 현장을 찾은 사람은 2만여명에 달한다. 앞서 개막 보름만인 어린이날 연휴에 누적 관람객 1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주말에는 1000~150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같은 성공의 비결이 있었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잡겠다는 현대차의 의지 덕분이다. 현대차는 미래의 잠재 소비자들을 공략,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2010년 ‘유스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당장의 아웃풋을 기대하기 힘든 사업임에도 과감하게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사회공헌 성격이 강한 경쟁사들과는 달리 오직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키즈 모터쇼 역시 이들의 작품이다. 6월 초 개막하는 ‘2016 부산모터쇼’에서도 키즈존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랑 받는 기업이 되자’는 일념 하나로 일하고 있습니다. 당장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마케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큰 사랑을 주신 덕분에 지금의 현대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아이들의 기운을 잔뜩 받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