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때이른 초여름 더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매년 초여름인 6월 밤나무에서 피는 '밤꽃'의 냄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밤꽃 냄새'하면 남성의 정액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게 정액은 아기의 탄생을 위해 꼭 필요한 분비물이다.

밤꽃 냄새와 정액에는 '스퍼미딘'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이 비릿한 냄새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다. 밤꽃과 정액,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정액

정액은 정자와 전립선액, 정낭액 등이 포함되어 있는 남성의 분비물이다. 정자는 남성 몸속에서 산성 환경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움직임이 적은 편이다.

몸 밖으로 배출된 정액 속 전립선액과 정낭액은 산성이었던 환경을 정자가 좋아하는 알칼리성으로 변화시키고, 영양소를 공급해 난자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1회 사정 시 보통 3ml의 정액이 배출되고 정액 속에는 약 3억개의 정자가 포함되어 있다.

 

정액은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갖고 있다. 냄새는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 푸트레신(putrescine),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성분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 성분들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아민 계열 화합물이며 휘발성이 있고 냄새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새가 고약하다는 특징이 있지만 이 성분들은 정자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의 질 내부는 산성이기 때문에 정자의 활동이 줄어들어 죽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염기성인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산성 환경을 중화시켜 정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호한다.

제일병원 비뇨기과 이중식 교수는 "정액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밤꽃 냄새에 있는 성분이 정액에도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냄새가 있기는 하지만 건강에는 해가되지 않기 때문에 냄새가 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액 색깔은 보통 우윳빛이 정상이지만 육안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미경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정자는 서늘한 것을 좋아한다. 평소 삼각팬티보다는 통풍이 잘되는 사각팬티를 착용하는 것이 정자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 밤꽃

밤나무에 달린 뽀족한 밤송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밤꽃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참나무과로 분류되는 밤나무는 꿀, 열매, 목재 등의 목적으로 폭넓게 쓰인다.

6월경 피는 밤꽃은 정액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밤꽃에서 이 같은 냄새가 나는 이유는 정액과 동일한 스퍼미딘, 스퍼민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액에 포함된 스퍼미딘과 스퍼민이 정자 보호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밤꽃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밤꽃에서 채취한 꿀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꿀에 비해 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원료이며, 항산화 물질은 노화나 발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제거,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산물연구실 한상미 연구원은 "밤꿀은 아카시아꿀과 감귤꿀, 피나무꿀, 때죽나무꿀 등에 비해 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항산화 효과가 2배가량 우수하다"며 "또한 밤꿀은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항균력도 다른 꿀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