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6년 구글 I/O키노트 행사에서 발표된 구글의 올해 키노트는 인공지능, 자연어인식, 가상현실, 미래적인 기술 키워드로 가득했다. 순다피차이 구글 CEO의 연설은 마치 2007년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최초 발표처럼 다가올 미래를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이번 발표에서 구글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인 아마존을 인식한 듯 순다피차이 CEO는 직접 아마존의 에코스피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아마존 에코에서 착안은 했으나 에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를 창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 구글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특히나 삼성스러운 관리의 팀쿡이 이끄는 애플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2007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역할을 애플이 맡았다면, 2016년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역할은 성격 좋은 순한 교회오빠 스타일의 인도계 CEO 순다피차이가 맡을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이다.

순다피차이의 연설은 부드럽지만 또렷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기계와의 대화, 대화, 대화. 이번 그의 발표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단어이다. 이제는 기계는 접촉(touch)하는 대상이 아니다. 대화를 나눌 상대인 것이다. 왜냐면 인간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의사소통의 방식이 대화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고서 우리는 서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소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목을 구부리고 스마트폰에 엄지손가락을 수백번, 수천번 두드리는 행위는 너무나 구시대적 사용자경험으로 느껴진다.

2007년도에는 신선하고 혁명적으로 느껴졌던 접촉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은 인간 최강의 바둑기사를 이기고(알파고), 발전소와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GE의 Predix), 온갖 임상자료에 근거해 암진단을 내리고, 법률소송의 의견을 제시(IBM의 왓슨)한다. 이번 발표에서 구글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는 인간과 자연스레 대화할 수준에 올라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선보인 구글의 새로운 시도는 비록 지금은 모두 가능성으로 느껴지지만, 5년 내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새로운 변화일 수 있다. 구글홈 스피커는 이제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과거 삼성의 캐치프레이즈, “또 하나의 가족”을 구글은 현실에서 진정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침 저녁으로 우리는 집에서 구글? 구글? 구글?을 계속 외칠지도 모른다. 음악을 틀고, 전등을 켜고, 물건주문도, 일정관리도, 모두 말 한마디로 가능해지니 누가 스마트폰에 손을 올려댈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존이 세상에 가장 먼저 선보인 인공지능 음성인식스피커란 존재는 전지한 구글에 의해서 더욱 광범위한 능력을 장착하게 되었고, 우주최강 SNS플랫폼 페이스북도, 한국의 삼성도, 중국의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도 결국 이 “새로운 큰 것”(The next big thing)을 만들어 판매하게 될 궁극의 유저인터페이스일 것이다.

칼럼니스트로서 2016년 올해의 키워드로 삼은 것은 “몰입의 시대”다. 지난 수년간 스마트 모바일기기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무한으로 가상의 공간에 연결되어온 인류는 이제 가상의 공간으로 뚜벅 뚜벅 걸어들어갈 운명에 놓여져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삶처럼, 장자의 호접몽 처럼,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인간은 이중적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인간과 자연어로 대화하는 기계의 등장, 가상현실의 급속한 확장은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존재론적 변화에 우리는 대비되어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