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 A 군은 최근 중학생인 동생으로부터 학교 숙제라며 영화의 영어 표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설명을 하려다 보니 A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영화관은 보통 ‘Movie Theatre’라고 쓴다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Cinema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영화 전체를 쓰는 영화 표현으로 더 들어가니 Movie, Film, Cinema 등 더욱 다양한 표현이 있었다. A 군은 동생의 숙제도 숙제지만 이 기회에 영화학도로서 영화의 영어 표현을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영화’를 영어로 바꾸면 다양한 표현이 등장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Cinema’, ‘Movie’, ‘Film’ 등을 쓴다. 좀 더 넓게 보면 ‘Picture’, ‘Motion Picture’, ‘Kino’ 같은 용어도 있다. 어감상으로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외국어다 보니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Movie는 미국 등 영미권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Moving Picture의 준말인데, 영화의 오락적 또는 상업적 의미를 좀 더 강조해서 쓰인다. 즉 즐길 거리로써의 영화란 의미가 강하게 배어 있다. 미국에서 영화 한 편 보러 가자고 표현할 때는 Go to Cinema가 아닌 Go to Movie라고 한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도 Cinema라는 용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Film은 영화의 보다 본질적인 요소를 강조한 표현이다. 지금은 영화가 대부분 디지털화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찍을 때는 기본적으로 필름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그러다 보니 Film이란 표현에는 보다 예술적인 면에 방점이 찍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학은 Film Studies, 영화학교를 Film Institute라고 표현한다. 영화제 역시 Film Festival로 쓰인다. Venice Film Festival,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등이 대표적이다. 유명 감독의 작품을 일컬을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다 보면 ‘Film by 감독 이름’이라는 자막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감독을 하나의 거장 또는 예술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 두 표현에 대해 ‘관객을 위해서 만들면 무비, 관객과 제작자(감독)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면 필름(a movie is made for an audience and a film is made for both the audience and the filmmakers)’이라고 구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Cinema라는 표현은 어떨까? 바로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만든 영사기 Cinematograph에서 유래해 유럽에서부터 발전해온 표현이다. 원래 Cinema는 유럽에서 상업 영화관을 지칭했지만 지금은 영화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지금도 영미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영화관과 영화 모두를 통틀어 Cinem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에서는 이 Cinema라는 용어에 미학적 또는 예술적 부분을 강조하는 아카데믹한 용어로 사용하곤 한다.

또 다른 표현 Picture나 Motion Picture는 말 그대로 영화의 그림 또는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의미가 담겼으며, Kino는 독일에서 주로 쓰이던 말로 전해져 왔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표현을 들추다 보니 갑작스레 Film이라는 용어가 언젠가 없어지지나 않을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생긴다. 영화가 급격히 디지털로 변하면서 필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이미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촬영도 디지털 카메라를 쓰고, 영화관에서 역시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파일 형태로 상영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본질이었던 필름의 존재 가치가 옅어지고 있다. 2013년 마지막 필름 제조업체인 후지에서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영화감독들은 필름을 고집한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필름이 없어지면 아예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이처럼 필름에 애정을 가진 감독들로 인해 후지는 끊어졌던 필름 생산을 재개했다. 필름 영화 제작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Film이란 표현이 사라질까 하는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