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흔히 겪는 합병증인 '급성 콩팥병'의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인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저알부민혈증이 심장 수술 후 콩팥 기능을 떨어드리는 독립적 위험 인자로 확인됐고, 수술 전 20% 농도의 알부민 용액을 미리 투여,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인철·이은호 교수, 흉부외과 이재원·정철현 교수 연구팀은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을 성인 환자 중 저알부민혈증을 보인 220명을 선별해, 그 중 102명에게 20% 농도의 알부민 용액을 투여한 후 수술을 시행한 결과 급성 콩팥 손상의 발생률이 약 47%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저알부민혈증은 혈액 속 단백질 물질 중 하나인 알부민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그동안 콩팥 손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되어 왔다. 하지만 알부민 저하가 심장 수술 후 급성 콩팥 손상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지와 저알부민혈증의 교정으로 인한 효과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수술 전 혈장 알부민 수치가 4.0g/dL미만인 220명 중 102명에게 마취 유도 직후 관상동맥우회술이 시작되기 전에 알부민 용액을 투여했다. 20%의 농도의 알부민 용액은 102명의 알부민 수치에 따라 3.5g/dL이상 4.0/dL미만인 경우 100mL, 3.5g/dL미만인 경우 200mL, 3.0g/dL미만인 경우 300mL로 투입량을 각각 달리했다.

나머지 118명 대조군의 경우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방법과 양으로 생리식염수를 투여했고, 수술 후에는 국제 기준(AKIN)에 따라 급성 신장 손상의 발병 유무를 추적 관찰했다.

혈장 알부민 수치가 수술 후 48시간내 0.3mg/dL 증가하거나 7일내 1.5배 증가한 경우 급성 콩팥 손상으로 진단했는데, 알부민을 투여한 환자군의 발생률은 13.7%, 그렇지 않은 환자군은 25.7%로 나타나 알부민 용액을 투여한 경우 수술 후 급성 콩팥 손상의 발생률이 47% 가량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술 전 알부민을 투여해 저알부민혈증을 교정하는 것은 안전하면서도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술 후 합병증인 급성 콩팥병을 예방해 심장병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으로 병원 측은 기대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인철 교수는 "20% 농도의 알부민 용액을 투여해 수술 전 저알부민혈증을 교정하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방법보다 심장 수술 후 급성 콩팥 손상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부민이 혈관 내 돌아다니는 독성 물질을 붙잡아 완화시켜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가져오며, 나아가 콩팥의 혈류량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심장 수술 후 발생하는 콩팥 손상의 합병증을 막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이자 미국 마취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마취학(Anesthesiology)' 5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