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가 확정되었다. 막말 파문을 일으키는 트럼프는 한반도 관련 정책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방위비 재협상의 의지를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의 외교담당 보좌역인 왈리즈 파레스 美BAU국제대학 부총장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협상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협상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해해보기 바란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은 연방정부의 재정 악화 때문에 2년간 동결한 연방공무원의 연봉을 또다시 동결해야 했다. 3년째 연봉을 동결하면 연방공무원들이 심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3년 연속 경기가 좋지 않아 연방정부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방 공무원의 연봉을 5퍼센트 삭감하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2년간 동결된 연봉으로 불만이 많았는데, 심지어 연봉을 5퍼센트 삭감한다는 말까지 나오자, 연방공무원들은 피켓 시위 등 반대운동을 벌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2주 후, 레이건 대통령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연봉 삭감 문제로 저도 여러분처럼 고통스럽습니다. 밤을 새우며 고민한 결과, 연방공무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연방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계속 고민해보겠습니다. 연방 공무원도 여기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연방 공무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연봉 동결이라는 결과에 오히려 안심하며 환호했다. 이렇게 레이건 대통령은 연봉 삭감이라는 협상전술을 통해 당초 연봉 동결이라는 원하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협상전술을 ‘에임하이(Aim-High)’라고 한다. ‘에임하이’란 쉽게 말해 첫 제안을 상당히 높게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즉, 판매를 할 때는 초기 판매가를 높게 제시한 뒤, 점차 양보를 통해 최종 판매가를 조금씩 낮게 원안 이상의 가격을 결정하는 전술을 말한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을까? 그것은 ‘에임하이’ 협상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희망하고 있다.

미국 측의 유리한 입장으로 FTA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주둔비 100% 부담’이란 카드를 세게 부르고 이를 적절히 양보하면서 한·미FTA를 원활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연봉 5퍼센트 삭감’이라는 카드와 같은 맥락으로 말이다.

이처럼 에임하이 전술은 상호성 원칙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A가 낙관적인 최초 제안을 하자 B는 거부했다. 그러자 A가 상당히 양보하면서 제안 내용을 조정한다. 이제 B는 상호성의 원칙에 의한 압박감을 느껴 무리 없이 적당하게 대응하거나 또는 한 발 더 나아가 ‘예’라고 대답한다.

최근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가 열렸다. 미국 연사로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국 사령관은 “한·미 동맹은 단순한 군사적 동맹이 아니라 자유, 인권 등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인 모두가 협력해서 그를 교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상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급적 세게 불러라!”라고. 트럼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