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랜드 밀러 차이나베이지북 대표. 출처=리랜드 밀러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엔진 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그간 중국 경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호들은 많았다. 심지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에 기준금리 인상을 꺼릴 정도였다. 드디어 올해 초 상하이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중국이 결국 세계 경제의 핵폭탄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절대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까지 전면에 나와 중국 경착륙은 없다며 실물경기 지표를 내놨다. 글쎄 누가 그들의 ‘숫자’를 믿는가.

분기별로 중국의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독립경제전문조사기관 차이나베이지북인터내셔널(CBB)의 대표 리랜드 밀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하루 만에도 등락을 반복하며 올 초의 충격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는 중국 증시는 중국 경제와 관계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차이나베이지북의 데이터 외에 공식 데이터 어디를 보더라도 중국 증시 퍼포먼스와 중국 경제의 그것이 연관성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가 보여주는 모습은 장기적 경기 하락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기 하락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 정부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뿐입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중국 경기가 느린 속도로 침체되는 중에도 중국 정부가 설비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비효율적인 대출을 줄이고 건설적이지 않은 성장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면 성장 속도는 전과 같지 않을지라도 경제 기반이 건강한 중국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경기가 계속해서 부진해지는 가운데 중국 경제에 대한 제어력을 잃게 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시장이 작동할 수 있게끔 두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망하고 있는 기업을 망하게 두라는 것이죠.” 정부가 자유시장에 개입하면서 결과적으로 무계획한 신용할당이 일어나곤 했다. 실패한 은행, 실패한 트러스트(기업합동) 모두 실패하도록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시장 자유화는 중국인들이 투자에 대해 더욱 진중하게 임할 수 있도록 체질 변경을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 출처=차이나베이지북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의 부채 버블 현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기록적인 중국의 부채는 분명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중국 부채 문제는 6개월 전이나 1년 전에도 심지어 5년 전에도 심각했어요. 새로운 이슈가 아니죠.” 부채 문제가 일본처럼 향후 10여년 간의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는 큰 이슈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일부 언론들의 보도처럼 하루아침에 중국 경제가 붕괴될 만큼의 영향은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미국인들이 곧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중국이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나 이후의 유럽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이 중국에서 벌어진다 할지라도 완전히 다르게 풀려갈 수 있습니다. 가령 중국 정부는 곧바로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죠. 하지만이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죠.”

그는 중국 내에도 늘어가는 기업 및 가계 부채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성장률 감소로 인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더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경기 자극 정책만을 써왔어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증가율이 현재도 두 자릿수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그는 중국 정부가 진지하게 구조개혁 문제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올해만도 수차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해 왔다. 하지만 그는 연준은 다른 나라들이 거의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를 차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일부 긍정적인 지표를 가지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기준금리 정상화에 덜 공격적일 것이라는 것은 중국 경제에는 긍정적이다.

미국에서 ‘중국통(通)’으로 <CNBC>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에도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는 밀러 대표는 중국의 경제지표에 대한 의문으로 차이나베이지북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도 만나 논의를 한 적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그들의 작업을 좋아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는 자신들이 낙관적인 불(Bull)도 비관적인 베어(Bear)도 아니고 다만 중국 경제에 대해서 평가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이 수천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를 내니 때로는 부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지난 여름 주식시장 혼란과 8월 깜짝 위안화 절하 조치 당시, 글로벌 투자심리가 지나치게 약세로 돌아섰다고 생각한 우리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 경제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죠. 지금은 당국도 우리의 연구를 중립적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의 숫자를 믿지 않는다. 첫째는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두 번째는 GDP는 중국 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GDP는 경제 성장의 총합이지만 생산력 성장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간 중국 정부가 GDP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일은 교량을 짓고 부수고 다시 짓는 것과 같은 무의미하고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일들이었어요.”

그는 중국에는 미래 유망한 많은 산업군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개인 헬스케어 섹터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현재 중국 헬스케어 시스템이 열악하고 고령화가 진행 중인 데 반해 정부가 이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