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신세계면세점

“백화점이나 아울렛 같기도 하고 전시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보이니, 다양한 공간을 합쳐 놓은 느낌이에요. 사실 면세점에서는 구입할 목록만 사고 나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죠. 그런데 볼거리는 물론 즐길거리도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우리나라 소비자도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곳이라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면세점이네요”  -서울 성동구 주부 김연희(38세)씨.

어렸을 때 갔던 놀이동산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다. 왜 놀이동산에서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 것일까. 바로 경험을 통해 추억을 쌓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러 가는 곳에서 추억이 떠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면세점의 경우는 특히 다르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구입할 수 있는 목록을 가지고 방문해서 “싸게 샀다”라는 생각이 들면 큰 기대치는 없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내년 상반기께 서울 시내면세점은 모두 13곳이 된다. 바야흐로 '면세점 생존경쟁'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생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를 꺼내야 할 때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18일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무기’로 경험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콘텐츠를 내세웠다.

이날 오전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8층~12층에 위치한 면세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면세점 10층 아이코닉존 한복판에 설치된 대형 회전 그네 작품이었다. 2개 층 높이에 달하는 폭 7.5m, 높이 4.5m의 대형 회전그네는 벨기에 출신 카스텐 휠러가 만들었다.

작품 위에 360도로 벽면에 화려한 LED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 했다. 테마파크의 회전목마를 모티브로 해 탄생된 이 작품은 그네처럼 탈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실제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타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 출처: 신세계면세점

11층에는 카카오와 라인 등 인기있는 국내 캐릭터 매장이 함께 입점했다. 아울러 유아들을 위한 뽀로로 매장도 있고, 가전 제품의 경우 브랜드별이 아닌 품목별로 배치해 동선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 곳은 주부들이나 남성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같은 층에 위치한 식품존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인기제품 정관장, 오리온 등이 있었다. 특히 이마트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을 전시해 신세계 브랜드는 물론 한국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가격 표시에 중국어로 식품의 중요 정보를 넣은 것은 배려가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또, 면세점 최초로 야외 공원인 ‘스카이파크’가 연결돼 있어 쇼핑 중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흡연자라면 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 하겠다.

12층에 위치한 ‘신세계 기프트샵’은 무형문화재와 명인명장의 그릇, 젓가락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다양한 선물 상품이 전시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눈을 매료시킬 만한 작품이 많았다.

▲ 출처: 신세계면세점

‘면세점의 꽃’으로 불리는 화장품 매장은 10층에 위치해 있다. 오픈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중국말이 들릴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인기 브랜드인 설화수 앞에는 이미 중국인들이 줄을 서서 제품들을 체험하고 구매하고 있을 정도였다. 특히 세계 최다 규모인 200여개 이상이 입점해 총 600여개의 브랜드를 갖췄으며, 국내 해외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어 편리하다.

명동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류 열풍의 주역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띈다. 한류 스타들의 공연은 물론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팝콘 홀’을 명동점 옆 메사 빌딩 10층에서 운영한다.

고객 서비스도 다양화했다.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고객 서비스 중 하나였던 VIP 라운지와 일대일 맞춤형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하반기부터 VIP관광객에게 제공한다. 또 최고급 샴페인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샴페인바도 마련되어 있어 쇼핑 이후의 휴식 공간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 출처: 신세계면세점

이날 성영목 신세계면세점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적의 접근성을 앞세워 명동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관광자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영업면적 1만5138㎡(4580여평) 규모로 남대문시장, 남산 등이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적의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대문시장 상인들과의 협업을 통한 지역발전은 과제로 남아있다.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옷 장사를 해왔다는 상인 김 모씨는 “오늘 면세점 오픈날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상인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면세점으로 인해 지역 관광이 발전된다면 우리한테도 좋은 일이겠지만, 보통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게 그동안 이루어졌던 시장상황이었던 만큼, 현재 협의하는 바가 얼마나 지역상권 살리기에 신세계가 협조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오픈기자간담회에서는 당초 '남대문 시장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는데 명칭은 왜 ‘명동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올 만큼, 남대문 상권 살리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영목 신세계면세점 사장은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을 잘 알고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빨리 이해를 시키고 방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남대문 시장 상인회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짧게 답했지만, 업계에서는 그만큼 면세점 업계 1위이자 명동 상권에 위치한 롯데와의 경쟁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은 업계 매출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명동 중국인 관광객 상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선언한 곳이라 기대치가 높았고, 그룹의 면세점 사업을 이끌게 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첫 선을 보이는 시험대라 성공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기도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 출처: 신세계면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