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포털 업계에서 묘한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지만 네이버(포털) 동영상 서비스와 카카오 알림톡에 대한 담론이에요. 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핵심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네이버 동영상. 현재 네이버 TV 캐스트 등 네이버 동영상을 시청하려고 하면 15초 광고를 의무적으로 봐야 합니다. 스킵이 지원되지 않아 이용자는 고스란히 광고를 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과도한 데이터가 소모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네이버가 이용자 데이터 차감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상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어요.(물론 다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림톡도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YMCA는 카카오의 알림톡 서비스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했어요. 알림톡은 인터넷에서 주문 및 결제, 배송 등의 정보를 이용자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인데요.

데이터가 소비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와이파이가 없는 상태에서 알림톡을 받으면 데이터가 차감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 서울YMCA의 문제제기입니다.

문제제기는 좋다..하지만?
네이버 동영상과 카카오 알림톡에 대한 일각의 비판.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문제제기 자체는 타당합니다. 모바일 경쟁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데이터 트래픽 문제는 매우 민감한 지점이니까요. 가계통신비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는 '척'하는 뜨거운 감자잖아요?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데이터 차감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문제제기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가 모바일 비즈니스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면 어떨까요? 나아가 모바일 시대의 기본적인 몰이해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라면? 혹은 비판의 대상이 삼천포로 빠졌다면? '당연한 '문제제기'의 방향을 원점에서 제고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네이버 동영상 논란부터 보겠습니다. 일단 네이버에서 동영상을 보려면 15초 광고를 봐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스킵도 지원되지 않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 차감이 발생하는 것도 맞아요.(15초 광고를 하나 보는데 최소 1MB에서 최대 4MB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밀한 속사정을 알아야 합니다.

▲ 네이버TV캐스트 캡처. 출처=캡처

혹시 SMR(스마트미디어랩/Smart Media Representative)을 아시나요? SBS와 MBC를 중심으로 국내 방송사의 동영상에 대한 광고 영업권을 가진 곳입니다. N-스크린 시대를 맞아 지상파 방송사들이 런칭한 'POOQ'과 비슷한 방향성을 가졌으며, 말 그대로 뉴미디어 플랫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방송사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SMR의 탄생은 방송사의 신성장 동력과 관련이 깊어요. 지금까지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동영상 클립에 대해 큰 가치부여를 하지 않았어요. 그냥 미끼정도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방송사 클립이 큰 인기를 끌자 방송사들도 생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아, 이거 돈 되는구나!" 이후 방송사는 SMR을 내세워 지난 2014년 유튜브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철수시킵니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와 협력해요. 동영상 플랫폼 지각변동에 호들갑을 떨며 '토종의 힘을 보여준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많았지요.

재미있는 지점은 포털과 SMR의 계약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털에 크게 불리하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포털과 SMR의 계약은 광고적 측면에서 철저히 SMR에 주도권이 있으며, 관련 수익도 대부분 SMR이 가져갑니다. 당시 네이버는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이용자 확보가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어요. 화제가 되는 방송사 클립을 번거럽게 찾아야 했던 사용자 경험을 간편하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습니다.

자, 보자고요. 네이버를 비롯판 포털은 동영상 서비스를 전개하며 그 권한을 철저히 SMR에 넘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5초 광고에 대한 트래픽 누수 책임을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 전가한다? 물론 15초 광고를 용인한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해요. SMR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가지고 전적으로 네이버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가장 근원적인 부분, '광고를 보는 것이 나쁘다'라는 지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온라인 시대를 맞아 우리는 유독 공짜에 심취해 있는데요. 이용자 입장에서 이중부담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하나 보는데 원하지 않는 광고도 보고, 트래픽 차감도 당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네이버를 통해 시청하는 동영상은 엄연히 공짜가 아닙니다. 포털 사업자가 SMR과 계약을 맺고 우리에게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고요. 광고를 시청하는 행위는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취하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하려는데 왜 나한테 광고를 보여주냐!'라는 문제제기. 글쎄요. 수익이 없으면 채널이 운영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트래픽 누수는 어떨까요? 문제제기도 합당할 수 있지만, 만약 이 부분을 문제로 삼으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일단 '와이파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은 차치해도 트래픽 누수는 트래픽 사용에 대한 담론이고, 엄연히 말해 이용자의 선택입니다.

이 부분은 카카오 알림톡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알림톡은 선택사항입니다. 그리고 엄연한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이를 트래픽 누수라는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면 모바일 플랫폼 사업 전체를 무시하는 겁니다.

아, 물론 이 지점을 문제삼는 사람들은 '이용자의 선택여부'에 집중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라는 점이 문제라는 뜻인데요.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하겠습니다. 서비스 접근에 대한 권리는 '오로지 나에게 있다'입니다. 카카오 알림톡은 아니지 않냐고요? 우리는 알림톡 메시지가 전달되는 카톡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로 와이파이가 아닌 환경에서 메시지를 수신하면 데이터 요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지 않나요?

▲ 출처=카카오

차라리 문제제기하려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조건 진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을 알고 문제제기에 나서는 한편,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의 속성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권리'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실 이번 논란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에요.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그 속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용자의 트래픽 누수를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관리에 대한 담론이 더 어울려요.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해 바득바득 악을 써가며 일부를 가져간 통신사가 막상 경매에서는 유찰시킨 장면과, 헤비 트래픽 유저에 대한 관리담론이 필요해요.

그래서 제안합니다. 포털 업계의 트래픽 누수 문제는 합당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속사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합시다. 모바일 비즈니스 담론을 무시하는 다소 과격한 방법론은 지양하고,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자고요.

비슷한 아이템은 역시 통신사 트래픽 관리겠네요. 통신사들이 주파수를 사들여 얼마나 트래픽 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는지, 주파수 마구잡이 사용에는 어떤 방법론이 동원되고 있는지 보자고요. 차라리 이 부분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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