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똑똑한 기업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조세회피로 '퉁'치고 저임금 및 노동자 인권 등의 문제는 세련된 이미지로 가볍게 넘겨버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강자로 군림하며 고수익을 누리는 한편 자동차 및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새로운 신성장 동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다소 흔들리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현재 애플은 가장 많은 돈을 벌고, 가장 규모가 크며 가장 큰 미래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걱정이 연예인과 애플 걱정이다. 우리만 유독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거칠게 비교하며 '자위'할 뿐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움직였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애플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 주식 980만 주를 올해 1분기 사들여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 당시 주가는 109달러 정도였고 한화로 환산하면 1조2900억 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 주가가 10% 정도 빠졌기 때문에 단기적 투자 결과는 나쁘지만, 지금까지 IBM 외 이렇다 할 ICT 기업주를 보유하지 않았던 투자의 귀재가 애플에 관심을 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매입이 워런 버핏 주도가 아닌 회사 투자팀에서 결정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 던지는 화두는 상당히 민감하다. 현재 애플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2016 회계연도(FY) 제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은 505억6000만 달러(58조1100억 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하락한 수치다. 심지어 아이폰 판매는 5129만대에 그쳐 16.2%나 내려갔다.

중국시장에서의 부진과 13년만의 아이폰 매출 역성장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4분기 연속 7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했지만 이번에는 30% 이하로 내려갔으며 아이폰 성장신화는 극적으로 꺾였다. 여기에 팀 쿡 CEO의 카리스마 부족과 조직의 혁신부재가 연결되며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러한 분위기가 애플의 위기와 직결되기는 어렵다. 먼저 9월 신제품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애플 아이폰에게 전통적으로 2분기가 비수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2015년 1분기 애플의 매출은 746억 달러, 순이익은 180억 달러에 달했으나 2분기는 매출 580억 달러, 순이익 136억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는 매출 496억 달러, 순이익 107억 달러며 4분기는 매출 515억 달러, 순이익 1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인 패턴이다.

게다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으로 향하는 권력의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7.9%대에 그칠 전망이며, 그 포화상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프리미엄에 집중한 애플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나, 결국 이는 모든 스마트폰 업체가 겪어야 할 '보릿고개'일 뿐이다.

13년만의 역성장도 일반적인 패턴과 스마트폰 시장 포화가 겹쳤기에 발생한 '팩트'며 결론적으로 애플만의 위기가 아니다.

물론 아이폰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게다가 야심차게 준비한 4인치 아이폰SE의 인기가 저조하다는 점도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을 오가는 전략의 다변화 측면에서 뼈 아픈 지점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비포와 오포와 같은 2세대 앙팡테리블이 중저가 라인업으로의 권력이동을 주도하며 프리미엄과 기술고도화 방식을 노리는 점도 애플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먹구름이 분명하다. 아이패드 및 기타 다양한 디바이스로 시장 장악력을 키우지 못하는 점은 애플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요소는 전반적인 판세를 읽는 상황에서 곁가지로 치부해도 좋다. 중요한 점은 '모두가 힘들 때 먼저 얻어맞은 입장에서, 그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신성장 동력이 없다? 있다?
업계가 기술의 발전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애플처럼 세상을 호령하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기업은 의외로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 때 세상을 대표하는 혁신과 혁명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호흡을 고르고 있다. 애플이 이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애플의 신성장 동력은 추상적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워런 버핏 회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IT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미래가치도 현실의 자본흐름을 보수적으로 진단하는 연장선상에서도 살필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애플은 애플카, 애플페이, 가상현실 및 인공지능과 그 외 다양한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먼저 포드와 현대차 등과 연합해 카플레이를 내놓는 한편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지점이다. 현재 10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이 애플카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경험을 각각의 기기에 삽입해 보장하는 방법론을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시대라고 전제한다면, 자동차를 공유경제의 방법론으로 접근한 우버는 물론 이미 해당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구글과 함께 애플도 분명 한 칼이 있다.

헬스케어도 있다. 지난 개발자 회의에서 리서칫에 이어 케어킷 프레임워크를 공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았지만 케어킷 프레임워크는 의료 데이터를 모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모바일헬스 영역에서 지속적인 행보를 거듭했던 애플의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셈이다. 여기에 관련 스타트업을 다수 인수하며 인공지능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애플페이와 같은 결제단 정보를 모으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중국의 디디추싱에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집행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반우버 전선에 합류하는 한편 애플카 프로젝트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비롯해 중국시장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종합하면, 애플은 현재 거론되는 모든 신성장 사업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데이터를 모아 빠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있어 카플레이라는 소프트웨워 경쟁력으로 기존 하드웨어 동맹군을 단단히 결속하는 한편,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삼아 여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보장한다는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로드맵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다. 결국 애플의 신성장 동력을 알기위한 최초의 행보는 데이터 확보, 이에 따른 사용자 경험의 보장적 측면에서 포착되는 실제적 움직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여기서 기술은 말 그대로 '거들 뿐'이다.

"애플에 걸겠다"
매우 당연한 결론이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이 무너지고, 중저가 시장이 마지막 '인디안 썸머'를 누리는 중간이다. "중저가 라인업을 대폭 늘려 수익을 늘렸다"가 아니라 차라리 "중저가 라인업을 대폭 늘려 점유율을 확보, 초연결의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방법론을 찾았다"가 잭팟인 시대다.

여기에서 애플은 신성장 동력 모두에 손을 뻗은 상황에서 나름의 선택과 집중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생태계를 움직였던 경험도 풍부하며 정보단을 모으는 노하우도 날카롭다. 결국 '모두가 어렵다면 애플에 걸겠다'와 '모두가 어렵지만 모두가 신성장 동력을 말한다면 애플에 걸겠다'는 결론이 가능한 셈이다.

결국 기술상향표준화의 바람을 타고 제품 그 자체의 스펙은 중요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좋은기획을 통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좋은 상품을 제작해 이를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묶어 연결을 거듭해 좋은 포장지로 효과적으로 파는 일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애플을 따라갈 수 있는 기업은 보이지 않으며, 또 이렇게 일방적인 지지를 받는 기업도 드물다. 서비스 기업으로의 애플이 핵심이며, 이를 중심에 둔 '전쟁'만 의미가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