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場), 장터, 시장, 마르쉐, 마켓은 모두 유사한 단어입니다. 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일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가는 만남의 장소가 됩니다. 이 장터에서 최 진사댁 셋째 딸 시집간 이야기도 나오고, 갑돌이와 갑순이의 썸도 나오기 마련이죠. 시장(市場)도 같은 말이며, 장터 역시 그런 터를 말합니다.

마르쉐(Marche)도 프랑스어로 ‘장터’라는 의미죠. 예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한창일 무렵, 국내에 ‘마르쉐’라는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마치 시장에서 장을 보듯 신선한 음식을 사서 테이블에 가져와서 먹는 레스토랑이었죠. 최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명동, 양재에서 인기를 끄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도 ‘음식 장터’라는 콘셉트로 장을 열고 있습니다.

마켓(Market)도 유사합니다. 원래 마켓은 유통 활동이 실제로 행해지는 장터였죠. 마케팅 이론에서는 상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범위를 말합니다. 여기의 기본 구성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좀 더 범위를 확장하면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잠재 생산자와 잠재 소비자가 만나 미래에 생산할 제품과 서비스를 미리 거래하는 선물거래도 하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미리 자원을 투자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켓 개념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바로 서울특별시와 서울산업진흥원에서 해마다 운영하는 국제콘텐츠마켓을 SPP(Seoul Promotion Plan)입니다. 이 SPP는 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런 넓은 범위의 장터를 만들어 기회를 창출하는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웹툰 등 각종 콘텐츠의 판매와 구매, 공동 제작,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업계 종사자들에게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장터로 ‘국제콘텐츠마켓’이라고 부릅니다.

국제 콘텐츠 마켓 SPP 2015 장면 ▲ SBA(서울산업진흥원) 제공

SPP는 ‘마켓 기능’에 충실합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연결하여 유망한 콘텐츠를 만날 기회의 장이 됩니다. 또, 비즈니스 매칭으로 잠재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기도 하고 유망한 상품의 제작자와 투자자의 만남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SPP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 관련 마켓입니다. 지난 2015년만 봐도, 국내사 131개사, 해외 36개사가 참가하여 총 18개국이 참가했죠. 주요 참가 바이어는 미국의 포키즈프로덕션(4Kids Production), 레인메이커(Rainmaker Ent), 일본디즈니(Disney Japan), 홍콩터너브로드캐스팅(Turner Broadcasting), 한국의 디즈니코리아, CJ E&M, SK브로드밴드, 애니맥스, EBS, MBC, KT미디어 허브, 재능TV가 참가했습니다.

여기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2015년 SPP에 참가했던 하얀오리의 ‘몰랑이’는 미국 디즈니를 만났고, 애니작의 애니메이션 <좀비덤>은 상하이 썬트리 인더스트리를 만나 14억 중국 시장에 첫발을 딛게 되었답니다. 또 옥탑방 고양이 보토스는 카카오를, 시너지미디어의 ‘원더볼즈’는 EBS와 SK브로드밴드를 만나게 되었죠.

주역에 ‘이견대인(利見大人, 대인을 만나야 이롭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큰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장터에는 큰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자신의 상품의 잠재 가치를 인정받아 성공 스토리를 함께 만들 큰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땅 속에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여 성공 신화를 꿈꿀 수도 있습니다. 장터는 그런 성공 스토리를 양산(量産)하는 곳입니다.

국제 콘텐츠 마켓 SPP 2015 장면 ▲ SBA(서울산업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