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학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넘어갔다. 이는 자연스럽게 예측하는 의학, 또 개인에 맞춘 맞춤 의학 등으로 이어진다. 또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의료기기가 개발되면서 의료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예방·예측·맞춤의학의 실현을 위한 '바이오 마커(biomarker)'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분석기술이 발전하면 더 많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낼 수도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마커 시장은 2020년 약 3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 돼 연평균 16% 성장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미국에 가장 큰 시장이 형성 돼 있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약 20.3%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치료 예측하는 지표 '바이오 마커'

바이오마커(biomarker)란 정상 혹은 병적인 상태를 구분하거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측정 지표를 말한다. 바이오마커에는 DNA같은 유전자, 단백질, 지방질, 대사물질 등이 이용된다.

바이오마커는 사용 목적에 따라 질병선별표지자, 질병표지자, 예후표지자, 유효성표지자, 독성감별표지자 등으루 분류된다. 적용 가능 분야는 질환진단, 조기진단, 맞춤의료, 약물평가와 개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임상시험 단축, 잠재적 표적 의약품 개발, 이미징 및 생물정도학 등이다.

현재 종양학, 심혈관질환, 신경학, 자가면역학, 감염질환 등 다양한 질환군에서 여러 바이오마커가 개발 돼 임상에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진단에서 질환 모니터링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로 신약개발 및 맞춤의학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약개발 임상시험 단계에서 바이오마커가 중요한 제표를 제공하는데 이용되기도 하고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의약품 유효성 평가로 임상시험 기간 단축에도 이용된다. 또 환자군 분류, 맞춤의약품 처방, 복용량 결정, 약물반응 예측 및 모니터링으로 부작용 감소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또 의학에도 분석기술의 발전이 필수불가결하게 되면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바이오마커 개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에서는 지난 6일 <의료기기 웨어러블화 가속...예방·조기치료 획기적 계기> 기사를 통해, 의료기기가 웨어러블화 되면서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분석기법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조명한 바 있다. 분석기술이 발전하면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바이오마커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바이오마커 산업은 미래 바이오의학 발달과 함께 성장해나갈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해 공공부문와 민각이 각종 컨소시엄을 구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는 임상시험에도 활용된다. 임상시험에서 바이오마커의 활용 사례는 2005년 15% 수준에서 2010년 65%까지 늘어났다. 사례는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생명공학정책센터에 따르면 최근 수행되는 임상시험의 50%는 약물 효과 안전성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환자 DNA 검체를 동시에 수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회사의 30%는 새로운 약물 탐색을 위해 바이오마커를 활용하고 전임상단계의 60%가 바이오마커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기 임상시험의 50%와 후기 임상시험의 30%가 바이오마커를 이용한다. 약물 개발에 필수 과정인 임상시험에서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마커,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유전체 연구 육성 및 기술개발 지원이 시작됐고 맞춤형 치료제 위주의 신약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 맞춤의료를 위한 기초연구와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 해외의 바이오마커 연구는 타겟물질은 유전자에, 대상질환은 암에 집중 돼 있다. 암의 조기진단과 표적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암 바이오마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바이오마커와 맞춤의약이 동반되는 '동반진단'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손꼽힌다.

암유전체 연구는 인종과 지역 특이성이 있어 한국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맞춤의료와 연관된 국내 바이오마커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따라서 대부분 해외업체로부터 장비와 시약을 수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유전체 분석과 바이오마커를 중심으로 맞춤의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바이오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질환 마커를 찾아내고 일부 바이오마커 검증과 임상시험 수행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개발됐거나 발굴된 바이오마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및 승인을 거쳐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는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바이오마커가 개발 및 발굴 후 임상에서 사용되려면 다양한 검사를 거쳐 임상 조건에서 가능한 임사검사방법이 정립된 뒤 해당 국가에서 정하는 법규와 기준을 만족해야만 한다.

바이오마커가 산업으로 연결되려면 단순히 연구를 통해 발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외진단제품으로 개발 돼 임상검사에 적용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단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최근 식약처에서 임상 중요성과 위험도에 따라 체외진단제품을 4등급으로 분류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까지 국내의 체외진단시장은 수입업체가 80%를 점유하고 있어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의료기기가 소형화되고 다양화 되면서 관련 의학 데이터 활용 및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다양한 바이오마커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발굴된다는 것은 이를 활용한 바이오마커 산업도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뜻이다.

바이오마커 산업화는 많은 투자가 수반되고 관련 산학연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관련 기업 규모나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을지대학교 진단검사의학과 임춘화 교수는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과 대기업 참여 등 혁신적 노력이 절실하다"며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맞춤의료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보건의료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임상 경험과 임상연구 수행 능력을 갖춘 연구자와 전임상 기초 연구자와의 적극적 교류 및 협력을 통한 임상검증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