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이들이 샤오미나 화웨이를 먼저 떠올릴 거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를 아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말이다. 일부는 ZTE나 레노버 정도를 언급할 수도 있겠다.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는 따로 있다. 오포(OPPO)와 비보(ViVo)가 그 주인공이다.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판매량 순위 4~5위에 올랐다.

대개 중국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뻔하다. 성능이 괜찮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뢰하긴 어렵다는 거다. 오포와 비보는 조금 다르다. 기술 혁신에 방점을 찍으면서 프리미엄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올해 두 브랜드의 역습이 기대된다. 참고로 둘은 형제 브랜드다. 중국 전자업체 뿌뿌까오(BKK) 일렉트로닉스가 소유한 스마트폰 브랜드가 이 둘이다. BKK는 TV나 음향기기를 만들어내던 업체다.

글로벌 스마트폰 톱 5에 오른 형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폰 업체는 중국의 오포와 비보다. 중국에서 화웨이와 샤오미 등 기존 경쟁자를 밀어내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이다.

과대평가는 분명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 1분기 세계 시장에서 185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비보는 같은 시기 1430만 대를 팔았다.

판매량 기준으로 각각 4~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연간 출하량 성장률은 오포가 153%, 비보가 124%에 달한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인 셈이다.

글로벌 3위는 2750만 대를 팔아치운 화웨이가 차지했다. 놀라운 점은 형제 브랜드인 오포와 비보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합하면 화웨이의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거다.

오포와 비보는 당연히 중국에서도 날아올랐다. 1위는 화웨이에게로 돌아갔다. 2위는 13% 점유율을 기록한 오포가 차지했다. 비보는 11.9% 점유율을 기록해 샤오미 다음으로 4위에 올랐다. 애플은 5위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50여개 브랜드가 그야말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은 어느새 포화에 이르러 성장률이 급감하고 있다. 2013년에만 해도 연간 62.5%였던 성장률이 지난해 2.5%로 떨어졌다. 다만 중국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는 2013년 207달러에서 지난해 257달러로 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출처=오포

‘박리다매’에서 ‘세계 최초’로

오포와 비보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 수준을 선두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진출까지 엿보고 있다. ‘싸구려’ 이미지와는 멀어지려는 거다.

이런 노력은 ‘세계 최초’라는 표현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오포 제품 중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품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2012년 발표한 유라이크2는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지난달에는 전면에 16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R9을 출시하기도 했다.

2014년 연말에 공개한 파인드7은 엄청난 화소 수를 자랑하는 스마트폰이다. 겉모습은 다를 게 없는데 무려 5000만 화소다. 현존 스마트폰 카메라 중 당연히 최고 사양이다. 노키아 루미아의 4100만 화소라는 깨질 것 같지 않은 기록이 깨진 거다.

다만 허점이 있다. 사실 오포는 평범한 CMOS 이미지센서에 소프트웨어로 5000만 화소를 구현해냈다. 한 컷을 위해 여러 장을 자동으로 찍어 합성해 5000만 화소 이미지를 구현하는 식이다. 기술적으로 대단하다고 인정하기엔 어려운 방식이다.

지금은 기록이 깨졌지만 한때 ‘가장 얇은 스마트폰’ 타이틀도 가지고 있던 오포다. 2014년에 출시한 R5는 두께가 4.85mm에 불과한 제품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제품이었다.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 제품도 두께가 6~8mm 수준이다.

▲ 출처=비보

‘세계 최초’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포는 다양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R7의 경우 좌우 테두리가 없는 베젤리스(Bezelless) 스마트폰이다. 카메라를 앞뒤로 회전할 수 있는 N 시리즈 역시 인기가 높은 제품군이다.

올해 초 열린 MWC 2016에서는 초고속 배터리 기술을 공개했다. 슈퍼부크(SuperVOOC)라는 기술인데, 방전된 스마트폰을 15분 만에 100%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비보 역시도 기술 혁신에 관심이 많다. 올해 선보인 엑스플레이5는 세계 최초로 6GB 램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갤럭시S7과 LG G5의 경우에도 램 용량은 4GB에 불과하다.

비보는 특화 기술에 열린 자세를 보인다. 중국 브랜드 중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갤럭시 엣지 시리즈에 채용된 양 옆에 굴곡이 들어간 형태를 의미한다.

비보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도 주목받았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공식 스마트폰 후원사로 참여했다. 또 한류스타 송중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비보와 오포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역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분석이다. 이처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출처=비보

글로벌 넘나들며 왕좌에 다가가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상위 12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9개가 중국 기반 업체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결과다. 다만 최상위권은 아직 비(非) 중국 업체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도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중이 미미하다. 다만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경우 또 한 번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선진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기회의 땅’은 여전히 존재한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신흥국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연 평균 약 15%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포와 비보는 다른 중국 제조사들에 비해 활발하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포는 2012년부터 동남아를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과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시장을 확대했다. 비보는 2014년부터 동남아와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전체 판매량의 10%가량을 해외에서 팔고 있다.

오포든 비보든, 아니면 샤오미든 화웨이든 내수 수요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왕좌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판매량 외에 관련 사업으로 거두는 수익 총합까지 계산하면 최상위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다만 도전은 이제 시작이며 삼성전자와 애플에 강력한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