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mate, 태어나 생을 반복하면서 오직 한 번, 운명이 맺어준 사람! 그 사람을 영혼의 동반자인 소울메이트라고 한다. 2006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이다. 그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드롬처럼 회자가 됐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 남녀들의 심리적 불안함을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의 반쪽 찾기라는 주제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렇게 칼럼에 쓰고 있지만 정작 필자는 그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 다만 선배 결혼식에서 만난 동아리 여자 후배들이, 식이 끝나고 모인 커피숍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도란도란 얘기하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때 기억으로 그들도 그 당시 Soulmate를 찾고 있었다.

그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 영혼의 동반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필자가 소울메이트를 찾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영혼의 반쪽을 찾아 아이를 셋을 두고 알콩달콩 살고 있었으니, 배우자로서 영혼의 반쪽을 찾아다녔던 건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치과의사로서 영혼의 파트너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치과의사와 함께 반드시 동반해야 하는 파트너가 있는데 그건 바로 치기공사다. 필자와 함께 손을 맞춰 줄 치기공사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크라운이나 인레이, 틀니 같은 치아를 대체하는 치료를 보철치료라고 한다. 학생 때 이런 보철물을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실습도 하지만, 치과를 하면서 보철물까지는 만들 수 없기에 이것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치기공사가 있다.

치기공사가 하는 일은 치과에서 의뢰받은 크라운, 인레이, 틀니, 교정장치, 임시 치아, 진단 모형 등을 만드는 일이다. 필자가 이전에 이야기한 적 있던 ‘캐드캠’의 발달로 요즘에는 기계화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일들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기공소마다 기공물의 질과 형태, 개념이 다소 차이가 있다.

보철치료의 과정은 마치 쇠사슬처럼 연쇄적이다. 중간에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필연적으로 부족한 보철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연쇄과정은 중간에 뒤로 돌이킬 수 없으며 하나라도 잘못될 시에는 다시 처음부터 재작업을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크라운 치료를 예로 든다면 충치 치료나 신경치료가 끝난 치아를 씌울 수 있도록 치아를 깎는다. 이 과정을 치아를 씌울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서 Preparation의 약자인 Prep(프랩)이라고 한다. 그 후 치과용 정밀 실리콘 인상재를 이용해서 프랩된 치아의 형태를 본을 뜬다. 그리고 환자의 위, 아래 치아가 맞물리는 것을 확인하고 치아 색깔의 크라운을 씌울 예정이라면 치아의 색상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기록한다. 그리고 크라운이 제작되어 올 동안 임시치아용 레진을 이용하여 임시크라운을 제작해서 프랩된 치아에 씌워 준다. 여기 까지가 치과에서 행해지는 과정이다.

프랩된 치아를 본뜬 인상체와 치아의 맞물린 기록 및 색상 정보는 고스란히 기공소로 전달된다. 그 외 특별하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이 단계에서 원장과 기공사와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기공소에서는 인상체에 초경석고를 부어 프랩된 치아의 석고모형을 만든다. 그리고 이 모델을 이용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의뢰된 종류의 크라운을 제작한다. 완성된 크라운은 치과로 이동하게 되고 치과에서 환자의 프랩된 치아에 정확히 안착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보철물이 환자의 구강 내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프랩과 본뜨기의 과정이 잘못되면 좋은 보철물은 처음부터 만들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프랩과 본뜨기 과정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좋은 프랩과 본뜬 인상체를 기공소에 전달해야 좋은 보철물로 보답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프랩과 본뜬 인상체를 기공소에 전달하더라도 궁합이 잘 맞는 기공소를 못 만났다면 좋은 보철물이 나올 수 없다. 여태껏 쏟은 치료와 정성에 비해 좋은 보철물이 나오지 않을 때면 그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정도에 따라서는 다시 치아를 본떠서 다시 제작해야 하기도 한다.

따라서 필자와 영혼이 맞는 기공소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 다행히 아주 오래 전 잠깐 인연이 있었던 소장님과 다시 만나게 되어 그 목마름을 채울 수 있었다. 다만 높은 기공료로 인해 다소 가벼워진 주머니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좋은 보철물이 구강 내에 잘 맞을 때에 주는 행복감이 모든 걸 채워주고도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