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은 지역에 따라서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직업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타임스퀘어가 있는 미드타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다 보니 티셔츠나 청바지의 간편한 차림에 휴대폰을 들고 너도나도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링컨 센터가 있는 어퍼 웨스트로 가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스트 빌리지나 첼시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맨해튼 제일 아래쪽의 월스트리트에서는 물론 양복을 날렵하게 차려입은 금융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옷차림과 특색의 사람들을 보는 것은 참 인상적인데 간혹 옷차림에서 기대치 않게 문신을 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예술가 지망생이 팔이나 목에 문신이 있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텐데,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 올렸을 때 문신이 보이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이가 제법 지긋한 직장 동료가 어느 날 스커트를 입고 왔을 때 발목에 문신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문신을 한 미국인은 생각보다 많은데, 폭스 뉴스가 2007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13%의 응답자들이 문신이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2014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20%의 응답자들이 문신을 했다고 답해서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NBC 뉴스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는데 1999년 조사에서는 ‘가족 중 문신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21%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14년 조사한 같은 질문에서는 무려 40%의 사람들이 가족 중에 문신한 사람이 있다고 답변해 2배 이상 늘어난 결과를 보였다.

특히 문신을 한 사람들은 1개가 아닌 그 이상의 문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폭스 뉴스의 조사에서 2개 이상이 문신이 있다는 답변이 2007년에는 8%에서 2014년에는 14%로 늘어났다. 문신을 한 사람들이 세월에 따라 증가했다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롭게 문신을 하는 사람들은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45세 이상에서 문신을 한 사람의 비율은 14%이지만 45세 이하에서는 무려 31%나 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비율은 늘어나서 30세 이하에서는 34%가 문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명 중 1명꼴로 문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은데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 층의 문신 비율은 36%나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성이 문신을 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35세 이하 여성의 47%가 문신이 있는 반면 같은 나이 또래의 남성의 문신을 한 비율은 25%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65세 이상에서는 남성의 경우 14%가 문신을 한 반면 여성의 경우 문신을 한 비율이 4%에 그치고 있다.

문신을 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미국인이 문신을 아름답다거나 매력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일까? 신기하게도 답변은 ‘그렇지 않다’이다. 폭스 뉴스의 같은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의 사람들이 문신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답변했다. 문신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8%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문신을 한 사람들 중 10%가 문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층의 답변은 달라서 35세 이하에서는 55%가 문신을 좋아한다고 했고 특히 35세 이하 여성은 64%가 문신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는 남성과 여성, 흑인과 백인에 따라서 크게 문신을 한 비율이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군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문신을 한 비율이 36%로 군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문신을 한 비율 18%보다 2배 높았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왜 문신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서,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기존 관념에 대항하는 일종의 반항적 심리, 예술적인 가치를 위해서, 특정 그룹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 혹은 종교적이거나 특별히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서 등이 이들이 설명하는 이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때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이 한다고 생각했던 문신이, 이제는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문신 아티스트’가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으로 떠오를 만큼 ‘주류 문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20~30년 전에도 문신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문신을 한 사람들은 주로 선원이나 감옥의 죄수, 갱단의 멤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리한나,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문신을 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민감한 젊은 층들이 문신을 한 이들을 보고서 따라 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덕택에 문신 아티스트는 연예인 수준의 유명세를 누리기도 한다.

 

맨해튼 컬처기행

▲ 위키피디아

‘저주 걸린 극장’ 롱에이커극장

롱에이커극장(Longacre Theater)은 1912년 헨리 허츠에 의해 건축되고 1913년 문을 열었다. 극장의 이름인 롱에이커는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타임스퀘어의 원래 이름이었다. 롱에이커 스퀘어는 1904년 <뉴욕타임스>가 본사를 이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타임스퀘어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

당시 극장의 소유주는 야구단 보스턴레드삭스의 구단주인 해리 프레이지였다. 그는 극장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레드삭스팀 내 최고의 선수였던 베이비 루스를 경쟁팀인 뉴욕 양키스에 12만5000달러로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야구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뉴욕 양키스는 베이비 루스를 데려온 후 승승장구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18년 이후 2003년까지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해 밤비노(베이비 루스의 애칭)의 저주가 걸렸다고 불리기도 했다.

저주와 관련한 루머는 롱에이커 극장에도 퍼져서 작품이 실패할까봐 걱정한 제작자들이 롱에이커 극장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1940년대와 50년대 일시적으로 라디오 스튜디오로 사용된 것을 제외하고, 롱에이커 극장은 항상 연극과 뮤지컬 극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루머와 다르게 롱에이커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들은 토니상도 수상하는 등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이 극장의 박스오피스 기록은 지난 2010년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새장 속의 광대>가 8번 공연 동안 벌어들인 68만7824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