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미안 블레스티지 견본주택 [출처=삼성물산]

연초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얼어붙었던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거래 및 가격 상승세를 보이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강남 재건축 훈풍에 따른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시장을 내다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 집값 견인 중인 강남 재건축, 거래는 ‘잠잠’

최근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8% 상승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투자수요와 중소형 실입주 수요가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 회복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훈풍으로 인한 강남권역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성공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며 서초는 반포동 한신3차, 한신15차, 주공1단지 등이 1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으며, 강남은 개포동 주공3단지, 주공고층6단지, 대청 등이 500만~400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10억원대의 고가(高價) 소형 아파트도 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6m²(옛 17평형)는 지난달 초 11억7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상 역대 최고가로 기록된 2009년 9월의 7억5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3.3m²당 매매가는 약 7000만원에 이른다.

개포동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 주공1단지에서 가장 작은 주택형인 36㎡ 시세는 3월 초까지만 해도 6억5000만∼6억6000만원 선이었는데 현재 7억6000만∼7억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43㎡도 현재 8억5000만∼8억6000만원 수준에 호가가 나오며 한달 전보다 1억원 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문의는 꾸준하지만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희망가격 편차가 커지면서 거래가 정체되고 있는 것.

개포동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매매물건이 귀해 시장에 나온 매물이 없다”며, “특히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완판 이후 가격이 급등해 아파트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개포 재건축 바통 이어갈 단지는?

이처럼 강남 재건축 시장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2분기에도 다수의 재건축 단지 분양이 쏟아질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달 중 서울 강남구 개포로 110길 46에 위치한 일원현대 아파트를 재건축 해 전용면적 49~168㎡, 총 850가구를 짓는 ‘래미안 루체하임’을 분양할 계획이다. 이중 전용면적 59~168㎡ 332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앞서 조합은 관리처분 총회에서 3.3㎡당 평균 3530만원으로 분양가를 결정했으나 최근 상향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분양된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비슷한 3700~4000만원 선에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를 헐고 전용면적 59~84㎡, 총 595가구(일반분양 41가구)를 짓는 ‘아크로리버뷰’를 5월경 분양한다. 단지와 인접해 있는 ‘신반포자이’가 지난 2월 역대 최고 분양가인 3.3㎡당 평균 4290만원에 분양에 나서 단기간에 계약을 끝낸 만큼 ‘아크로리버뷰’의 평균 분양가도 4000만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대건설도 오는 6월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총 1320가구(일반분양 73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분양한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은 아파트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론칭하며, 분양가격이 3.3㎡ 당 3500만원을 넘는 단지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넘어 역대 최고 분양가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남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대세상승 가능성 낮아

강남 재건축발(發) 훈풍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거주 목적의 다른 서울 지역 아파트와는 달리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아 그 수요층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을 중심으로 부는 고분양가 바람이 자칫 집값 거품을 일으켜 수요 감소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은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달아올랐지만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최근의 강남 재건축 가격상승은 희소가치와 개발, 인프라 등 가치를 견인할 요소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최근의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세 전환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며 “사업진행 속도가 빠른 곳은 입지가 좋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향후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 분위기는 주변 재건축 단지는 물론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세까지 부추기고 있다”며 “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미분양과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