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큐레이션 뉴스] 미세먼지와 강풍주의보가 지난 휴일은 따사로운 햇살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계절의 여왕 5월, 햇살과 함께 걷기 좋은 골목길을 찾아가 보는건 어떨까요. 특히 장소가 갖고 있는 특유의 향기를 테마로 길을 찾는다면 더욱 특색있는 여행이 될것 같습니다.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향기따라 걷기 좋은 골목길 5선>을 소개합니다. 유재연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여행주간에서 여행지를 소개하는 트래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향기 따라 걷기 좋은 골목길 5선>

▲ 사진=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향기의 힘은 강합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에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냅니다. 김유정의 <봄봄>에 쓰인 동백꽃의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묘사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가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한’ 느낌을 떠올리게 하지요. 문학 뿐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많은 업체가 매장 내에 특수한 향을 퍼뜨려 고객이 언제든 그 냄새를 맡으면 매장 내 상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일명 ‘향기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시각과 청각 위주던 수많은 매체들이 촉각에 이어 후각까지 탐내는 세상이지요. 찬란한 봄의 순간을 향기로 오롯이 기억해 낼 수 있을만한 골목 몇 군데를 골라봤습니다. 코너를 돌아 새 길을 마주할 때마다 각기 다른 냄새로 코 끝을 간질이는 사잇길들입니다." -유재연 여행주간 트래블 디자이너-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나를 진정시키는 오래된 종잇장 냄새

▲ 사진.글=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체취가 변하듯, 책도 시간이 흐르면 향이 변합니다. 처음엔 그저 종이냄새에 불과했더라도, 수 년이 흘러 오랜만에 펼치면 의외로 멘톨마냥 시원한 바람향 같은 게 나지요. 보수동 골목을 거닐면 오래된 책이 내뿜는 바람을 실컷 맛볼 수 있습니다. 더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두꺼운 종이사전과 무거운 백과사전도 이 곳에서는 ‘애장하고 싶은 1순위’로 떠오른답니다. 예전에는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에 쉬었지만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더이상 쉬는 날이 없다고 합니다. 바로 길 건너편이 부평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고 조금 더 걸어나가면 BIFF 광장, 자갈치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인근에 감천문화마을도 도보로 갈 수 있으니 여행 코스를 엮을 때 참고하세요.

- 위치  부산광역시 중구 책방골목길 8 (보수동1가)

- 문의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051-253-7220

 

[서울 익선동 골목] 골목마다, 시간대마다 향기가 달라지는 사람사는 동네 

▲ 사진.글=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서울 종로3가 역 뒤편,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던 곳입니다. 창경궁과 운현궁, 창덕궁이 코앞이지만 늘 낙후되고 뒤쳐져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부터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빈집이던 한옥이 다시 옛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고급스런 레스토랑과 한옥 카페, 컨셉 독특한 펍과 편집숍이 들어섰습니다. 종묘 부근에서 들어가면 첫 골목부터 청국장, 김치찌개 같은 소박한 우리 음식 냄새를 풍기고요. 몇 골목을 거슬러 가면 막 로스팅한 커피 향이 골목을 감쌉니다. 브레이크 타임(3시~5시)을 넘어서면 피자, 파스타의 시큼한 토마토 향기에 이끌린 사람들이 골목 중간까지 길게 줄을 섭니다. 살짝 길을 틀어 나가면 떡 찌는 냄새, 팥죽 끓인 냄새가 나지요. 종합하자면 도심 한가운데서 사람사는 냄새 맡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익선동

- 문의  종로구청 문화관광국 02-2148-1806

 

[공주 중동 골목] 한약재 달이는 냄새 맡으며 역사 산책

▲ 사진.글=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충남 공주에 가면 대부분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둘러본 뒤 서둘러 부여로 떠납니다. 떠나기 전 이곳 중동 원도심 골목에 들르길 권합니다. 이 일대는 건축가와 주민들이 모여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를 한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백제 웅진 시기부터 흐르던 천변을 중심으로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답니다. 한의원과 붙어있는 한약방에서 약재를 달인 냄새가 진하게 풍긴 덕에 걷는 만큼 숨 쉬는 만큼 건강해지는 기분도 듭니다. 몇 칸은 넘어보일 오래된 한옥부터 주홍빛깔 꽤 근대화된 한옥까지 오래된 집들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한 중심에 있다고 봐도 될 한옥카페 ‘루치아의 뜰’에 들러 오래 전 임금이 마셨다는 전통 차를 마셔보세요. 50년 넘은 가옥을 거의 그대로 보존한 카페라 분위기도 매우 고풍스럽습니다. 차의 맛과 향도 뛰어납니다.

- 위치 충청남도 공주시 산성동 공주산성시장 건너편

- 문의 공주시청 문화관광과 041-840-8066

 

[수원 광교 카페거리] 오전 11시면 빵 굽는 냄새에 정신이 아찔

▲ 사진.글=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길에서 맡았을 때 가장 괴로운 냄새가 첫 번째 닭 튀기는 냄새, 두 번째가 빵 굽는 냄새라고들 하지요. 수원 광교 카페거리는 호수공원에서부터 이어지는 얕은 천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답니다. 오전 10시~11시 사이에 대부분 문을 여는데, 오픈과 동시에 빵을 굽기 시작합니다. 간격이 제법 넓은 거리라 골목이라는 명칭이 어색할 법도 하지만, 낮 시간대 대부분 차량으로 가득 차기 때문에 사실상 사람 몇 명이 겨우 지날법한 ‘골목’이 형성됩니다. 인근이 신도시다보니 젊은 부부의 입맛을 노린 유명 빵집이 많이 들어섰고, 웰빙 건강빵을 구워 파는 곳도 꽤 많습니다. 작정하고 버터 향을 온종일 들이키고 싶다면 광교 카페 거리 인근을 배회하면 됩니다. 큰 길만 건너면 수원광교박물관과 심온선생묘 등 역사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답니다.

- 위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 문의  경기관광공사 031-259-4700

 

[강릉 커피거리] 커피 향은 이 곳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글= 유재연 트래블 디자이너

대한민국에서 이 곳만큼 커피 향을 즐기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도시 속 건널목마다 자리한 카페들이 내뱉는 커피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바닷바람에 실린 커피 향은 이제 강릉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습니다. 토종 커피집들이 별다방, 콩다방에 결코 밀리지 않으며 나름 강세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요. 강릉을 ‘커피특별시’로 만든 테라로사 본점은 커피 골목에서 조금 떨어져있습니다. 이곳 커피공장 견학을 시작으로 커피 거리로 건너오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매년 10월엔 강릉커피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17

- 문의  강릉시청 문화예술과 033-640-5111,5115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