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인 봄 황사도 차츰 잦아들고 햇빛도 쨍쨍하니 본격적인 나들이 시즌이다. ‘오늘은 집 밖이라도 나가야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옷을 갈아입고 차려입을 생각에 다시 주저앉은 적은 없었는지? 그러다 보면 집 밖으로 나갈 일도 점차 줄어들고 모임의 기회도 적어지면서 집에서 마른안주에 맥주를 들이키는 ‘건어물녀’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딱 자신의 이야기다 싶다면 지금 집 안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한번 살펴보자. 집안이라 편해서, 혹은 가족 외에는 누구한테도 보여줄 일이 없기 때문에 창틀 닦는 걸레가 되기 직전의 옷을 걸치고 있지는 않는가? 의외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집안에서 입는 옷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만일 정말 걸레 직전의 옷이나 김치찌개 국물이 잔뜩 튄 잠옷을 입고 있다면, 당장 집 앞의 편의점에 가더라도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게 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실내복을 입고 있다면 편의점 정도는 거뜬히 다녀올 수 있으니 그저 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집안에서는 편히 입고 밖으로 간단한 외출도 할 수 있는 옷을 ‘이지웨어’라고 한다. 이지웨어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입는다는 같은 의미에서 ‘라운지웨어’라고도 부른다. 또 하나의 재밌는 이름은 바로 ‘원마일웨어’이다. 집에서부터 반경 1마일 이내는 입고 돌아다녀도 무방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 무방하다는 기준은 입고 있는 사람이 괜찮다는 주관적인 잣대가 아닌, 외출 시 이웃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보편적인 잣대를 의미할 것이다.

용도를 잃은 옷을 집안에서 입던 시절, 실내복을 별도로 구매한다는 것은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비비안에서도 2008년에 이지웨어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지만, 초기만 해도 이지웨어라는 개념은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다. 잘 때 입는 파자마도 다를 게 없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이지웨어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시장 규모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지웨어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간단한 외출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실용성이다. 또한 이지웨어는 다양한 코디가 가능하다. 속옷매장에서의 파자마나 일반 옷매장의 트레이닝복이 반드시 상하의 세트로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이지웨어는 상하의를 분리해 단품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아이템끼리 매치가 가능하고, 심지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과도 활용이 가능하다. 색상은 편안하게 입는 이지웨어의 느낌을 살릴 수 있게 부드러운 파스텔 계열이 많다. 외출복을 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에 패턴도 어벙벙하지 않고 몸의 라인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게 디자인된다.

초기에는 40대 정도의 중년층이 집에서 입기 좋은 홈웨어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이지웨어를 찾는 연령대도 점차 내려가고 있다. 요즘에는 20대들도 커플이나 부부가 함께 입기 위해서 많이 찾는다. 웨딩을 앞둔 신혼부부들도 예전에는 웨딩 속옷과 함께 커플 파자마를 주로 찾았지만 최근에는 실용적인 이지웨어를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지웨어는 더 나아가 운동복과 외출복의 개념을 결합한 애슬레저(Athleisure)룩이나 온 가족이 맞춰 입는 패밀리룩으로도 발전했다. 특히 최근 가족이나 육아를 테마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입을 수 있는 패밀리 이지웨어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마냥 집 안에서 휴식만 찾는 자신이 싫다면 우선 집에서 입는 옷부터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집 안의 쿰쿰한 냄새도 던져버리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인연은 자신의 근처에 있다 하니 그 인연을 놓치지 않도록 편하게 이지웨어를 입고 외출하되 살짝 가벼운 화장은 챙겨주는 센스도 발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