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보레 말리부 / 출처 = 한국지엠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중형차 = 2000cc' 라는 공식이 깨져버린 것. 배기량은 낮추면서 출력은 높인 터보 엔진이 각광받으면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현대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은 각각 최근 출시한 신차에 가솔린 터보 라인업을 추가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터보 열풍’이 불고 있다.

고성능 터보 전성시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진일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터보 엔진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터보 엔진은 기존 엔진에 ‘터빈’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늘려 출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적은 배기량으로도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차 쏘나타의 라인업을 보면 보다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168마력에 최대토크 20.5kg·m의 힘을 낸다. 2.0 가솔린 터보 모델은 같은 배기량임에도 245마력, 36kg·m로 훨씬 강한 동력 성능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내구성이 약하거나 기름을 많이먹는 등 단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기가 터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터보랙’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단점을 크게 개선해냈다.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해 효율을 높이는 ‘다운사이징’ 열풍도 터보 엔진 전성시대를 만들어 준 요인 중 하나다.

▲ 르노삼성 SM6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의 경우 이미 2013년 5월부터 SM5 TCE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해나갔다. 2.0 중형 세단 라인업과 1.6 가솔린 터보 모델을 동시에 판매한 것.

최근 중형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M6 역시 터보 라인업을 갖췄다. 르노삼성은 SM6를 출시하면서 2.0 가솔린보다 힘은 더 강하고 연비는 더 우수한 1.6 TCE 모델을 내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 SM6의 총 계약건수 2만7000여대 중 TCE 모델의 비중은 25% 이상을 차지했다”며 “계약이 몰리면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SM6 2.0 모델은 150마력, 20.6kg·m의 힘을 내지만 1.6 터보 차량은 190마력, 26.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도 각각 12.3km/ℓ와 12.0km/ℓ로 터보 모델의 효율이 더 좋다.

르노삼성 SM6와 함께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지엠의 중형 세단 말리부도 터보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7일 이 차를 공개하면서 국내 시장에 1.5 터보와 2.0 터보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형차 = 2000cc'라는 기존 자동차 시장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린 선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터보 라인업의 말리부가 자연흡기 중심의 세단 시장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말리부 2.0 터보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m의 힘을 보여준다. 3000cc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270마력, 31.6kg·m)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터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터보 차량이) 훨씬 훌륭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도 배기량을 낮추고 효율을 높인 터보 엔진 라인업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아직까지 개선점으로 남은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업체들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차 쏘나타 터보 / 출처 = 현대자동차

선두는 현대·기아차

이 같은 ‘터보 열풍’을 주도하는 업체는 현대·기아자동차다. 최근 본격적으로 터보 모델 라인업 확대에 나서며 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가솔린 1.6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조합한 '아반떼 스포츠'를 지난 4월28일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준중형 대표 SUV 투싼에 가솔린 1.6 터보 엔진과 7단 DCT를 얹은 투싼 1.6 터보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이로써 현대차는 총 7종의 터보 모델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아반떼 스포츠 1.6 터보 ▲벨로스터 1.6 터보 ▲쏘나타 1.6 터보 ▲쏘나타 2.0 터보 ▲올 뉴 투싼 1.6 터보 ▲제네시스 쿠페 2.0 터보 ▲제네시스 EQ900 3.3 터보 등이다.

특히 볼륨모델이자 엔트리급 차량인 아반떼부터 최상위급 모델인 EQ900에까지 다양하게 터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엔진과 터보 엔진의 확대를 통해 배기량은 줄이면서 동시에 연비를 높이고 운전의 재미와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며 “동시에 차별화된 동력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고성능을 향한 운전자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아반떼 스포츠 / 출처 = 현대자동차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아반떼 스포츠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품었다. 준중형차임에도 2000cc급 중형차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지난 3월 1.4 터보 GDi 엔진을 적용한 중국형 신형 아반떼(현지명 링동)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파워트레인 기술력 발전으로 고성능과 고효율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가솔린 터보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개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새로운 니즈에 적극 대응하고자 터보 엔진의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