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연구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홍릉 개발단지 때문에 문의전화가 증가하진 않았어요. 청량리 개발구역은 아무래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겠죠.”(동대문구 회기동 H중개업소 관계자)

 

한국 과학·산업기술 발전의 산실인 홍릉 일대가 발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희대까지 이어지는 홍릉 클러스터 개발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1호 연구단지 홍릉은 청량리와 회기동, 제기동 일대 49만5867㎡(15만평) 규모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 및 경제정책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상징적인 곳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조성돼 지난 50년 간 눈부신 경제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홍릉이 다시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재작년 7월경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해 개발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 일대가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릉 부지에 있던 16개의 국책 연구기관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잇따라 세종 및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고 남겨진 건물과 부지에 대한 개발 논의가 진행됐다.

공실 활용을 두고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서울시가 다양한 청사진을 내놨다. 핵심은 ‘바이오‧의료 R&D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것. 아울러 산학연 융합연구, 한국 경제발전 경험의 공유·협력 등을 위한 ‘글로벌 창조지식과학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홍릉 부지는 변화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홍릉 바이오·의료 R&D 앵커(가칭)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판교창조밸리 버금가는 홍릉 창조지식과학단지?

지난 4일 청량리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홍릉 연구단지를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편도 아니고 버스노선도 많지 않아 도심속 외진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지 내에는 지방으로 이전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건물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건물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산업연구원 건물은 최근 철거가 시작됐다. 포크레인으로 부수고 남은 철근, 벽돌 등 건축자재가 부지내 어지럽게 쌓여있기도 했다. 공사가 완료되면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문화창조아카데미로 재탄생한다. 16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데, 융복합 콘텐츠 인재를 양성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우선 옛 KDI 건물이 있던 홍릉 부지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지식협력단지가 들어선다. 사업비는 146억원이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국 최초의 연구단지라는 상징성에 맞춰 한국경제 발전관과 글로벌 지식교류센터가 건립된다.

▲홍릉 단지 내 KIST, KDI 등.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번 개발은 홍릉단지가 지역사회와 단절됐다는 오명을 벗고 지역사회 주민과 접근성을 높여 시민과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바이오 의료 산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고령화‧만성질환 증가 등 인구변화에 따라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릉 부지와 비교적 가까운 아파트 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시세에 따르면 동대문구 제기동 ‘한신휴플러스’ 전용59㎡는 지난해 9월 3억1500만원에서 현재 3억350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청량리 미주아파트’ 전용 86㎡의 경우도 작년 9월 4억2200만원에서 올해 4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아울러 시는 ‘홍릉 바이오·의료 R&D 앵커(가칭)’ 민간위탁 운영기관을 이달 31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개관 예정인 홍릉 R&D(연구개발) 앵커는 바이오·의료분야 스타트업, 연구개발 공용장비 지원, 산학연 네트워크, 지역시민 공유 등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 시설이다. 앵커에 입주하는 기업은 우선 임대료가 감면되고 서울형 R&D 사업연계 등 입주관련 인센티브, 마케팅‧법률자문, 바이오 의료펀드, 관계 연구기관과의 MOU체결을 통한 공동 연구장비 사용 및 기술의 상용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우수인력과 병원, 연구기관이 집적된 홍릉의 장점은 주목할만 하지만, 아직 일대 부동산의 변화 바람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동대문구 주변 개발 호재들이 주택시장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사진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개발호재가 될 수는 있다. 주변 임대차 시장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라며 “다만, 청량리, 답십리, 휘경 뉴타운 개발 등 진행중인 사업이 많은데 홍릉 개발과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