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DB

최근 50번째 생일을 맞이한 A씨는 목에 혹같은 이물감이 느껴졌다. 통증은 따로 없었다. 크기도 작지 않아서 생일날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삼키기가 힘들어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후 혹이 점점 커지면서 딱딱해지고, 목소리마저 변하는 것이 느껴져 찾은 병원에서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다.

갑상선암은 치료만 잘 받으면 크게 문제가 없는 안전한 암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류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 자칫 치명적일 수가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갑상선암에 대해 유성선병원 내분비내과 이강우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아랫목 딱딱한 덩어리 만져지면 의심

아랫목 갑상선 부위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면 갑상선암을 의심해야 한다. 암은 딱딱한 결절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결절이 커져서 기도나 식도를 눌러 호흡 곤란증상이나 음식물을 삼키는 게 힘든 상태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결절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갑상선 여포 세포는 거의 증식하지 않도록 세포 생성과 사멸이 균형을 이뤄 여러 인자들에 의해 조절된다. 그러나 성장을 자극하는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혹은 성장을 억제하는 신호가 없어지면 균형이 깨져서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을 깨는 대표적인 것으로 방사선 노출을 들 수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옥소가 누출돼 소아들에게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기도 했다.

◇ 갑상선암의 종류

갑상선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이 5배정도 발병률이 높으며, 결절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는데 악성 결절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전체 암 발생의 7.5%, 남녀 종합 발생빈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선암의 주요 위험 요인 중에 하나는 가족력이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특징적인 암은 갑상선 수질암의 경우 20%를 차지하고, 가장 흔한 유두암은 약 5%가 가족력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아들은 7.8배, 딸의 경우 2.8배 증가한다.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BRAF'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나타난다는 것이 가장 근접한 답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암과 다르게 생존률이 높고 암전이가 느려 거북이 암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일부 갑상선암의 경우 빠르게 암세포가 자라고 사망률도 높다.

갑상선암은 크게 분화암과 미분화암으로 나뉜다. 분화암은 갑상선 호르몬 생성과 관련있는 선조직에서 발병한다. 갑상선암의 90%이상이 분화암으로 유두암과 여포암이 이에 해당된다. 이 중 유두암이 가장 흔하고 전체 갑상선암의 80~90%룰 차지한다. 간단한 세포검사로 진단이 용이하고 예후도 가장 좋다. 여포암은 40~50대 연령층의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혈관을 통해 폐나 뼈, 뇌로 전이되는 특징이 있다. 양성인 여포선종과 수술을 하기 전에는 구별이 되지 않아 진단에 어려움이 있으나 예후는 좋다.

반면 미분화암인 역형성암은 분화암에 비해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암으로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예후도 가장 나쁜 편에 속한다. 극히 드물게 나타나지만 진단을 받아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6개월 이내 사망률이 9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 갑상선암의 진단

진단을 위해 우선 결절의 크기와 딱딱한 정도를 보며 통증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목 주위에 커져 있는 림프절이 있는지, 목소리는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주의 깊게 검사 한다. 이후 갑상선에서 발견한 결절이 호르몬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능성 결절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혈액으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실시한다. 또 결절이 낭성(물혹)인지 또는 고형성(덩어리)인지,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전과 비교해서 크기 변화는 어떻게 되는지, 치료 경과 관찰 시 재발과 전이 여부 검사를 위해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다.

가장 중요한 검사로는 미세침흡인세포검사가 있다. 결절이 악성 결절(암)으로 의심되는 경우 시행하게 된다. 갑상선 결절에서 세포를 흡인해 검사하는데, 빠르고 안전하며 가는 주사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취가 필요 없고 통증도 덜하며 부작용도 적다. 특히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 갑상선암의 치료

갑상선암의 치료는 수술, 방사성요오드 치료 후에 갑상선호르몬 치료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달리 완치가 가능하고 예후도 좋기 때문에 전이가 됐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재발을 억제하기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한다. 갑상선 유두암 및 여포암 환자 중 재발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추가로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시행한다.

◇ 갑상선암의 예방

어릴 때 머리나 목 부위가 악성 종양 치료 등으로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면 갑상선종 발생이나 기타 증상 발생 여부를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갑상선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하며, 특히 갑상선 수질암에 가족력이 있으면 가계의 구성원 모두 RET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해야 한다. 다발성내분비종양증후군 등의 여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요오드 섭취와 십자화과 채소류가 보호 요인이다. 다시마, 김, 미역 등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 양배추, 브로콜리, 무 등의 십자화과 채소들과 일반 채소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암으로 치료받는 환자에게 요오드가 많은 음식을 금지하는데, 이는 수술 후 요오드 치료를 받을 때 방사선 동위원소를 잘 흡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