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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집 짓는 시대 가고, 주택 관리 시대 왔다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신임회장
   
▲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일반적으로 ‘주택업체’라고 하면 우선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공공 부문에서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면,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는 것이 국내 주택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일찍이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한 일본의 경우 주택산업에서 시공이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이며, 대부분 주택임대나 관리, 중개 등 주거 서비스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서서히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형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등장과 함께 집에 대한 인식도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 변화하면서 주택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것.

이처럼 국내 주택시장이 ‘공급’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무려 20년 전부터 주택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국내 주택관리업 제도 개선에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는 이가 있다. 지난 2월 (사)한국주택관리협회의 회장으로 새롭게 선출된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향후 3년간 주택관리협회를 이끌어 나갈 노병용 신임회장을 만나 협회 주요 추진계획과 한국 주택관리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행 티켓, 주택관리시장 첫발 내딛은 계기”

노 회장은 1984년 당시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해 아파트와 인연을 맺었다. 해외 및 국내 현장과 국내현장을 줄곧 주택사업 분야를 맡은 그에게 어느 날 일본행 티켓이 쥐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로 국내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했던 당시 일본 주택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오라는 당시 회사 대표의 미션이 주어진 것.

“당시 외환위기 전까지는 아파트를 지으면 팔렸기 때문에 별도의 기획과 마케팅이 불필요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 가서 보니 아파트(맨션)를 짓는 회사가 단순히 아파트를 지어서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대, 관리, 중개 등 모든 영역에서 토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 출장을 계기로 관심 분야가 주택관리 분야로 바뀐 그는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공동주택 유지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 기존 공동주택 전문 관리회사 4개를 인수 합병해 본격적으로 공동주택 관리시장에 뛰어들었다.

노 회장은 “일본에서 갈고 닦은 공동주택 유지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공동주택 관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각오로 공동주택 관리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전했다.

   
▲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법정단체 지위 확보’ 협회 최우선 과제

요즘 노 회장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대표이사의 위치로 우리관리의 실질 업무를 총괄하면서도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가 최근 한국주택관리협회를 이끌 수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1990년 설립된 주택관리업자 단체로, 현재 주택관리업의 육성과 발전, 주택관리제도 및 관리기법의 개선을 통해 다양한 복리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창립된 지 26년이 흐른 현재 500여 주택관리업 등록사업자 가운데 147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노 회장은 “정부의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미비하고, 각종 언론보도에서 공동주택 관리업 분야에 대한 무관심 및 부정비리에 관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임기 3년 동안 공동주택 관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국민들과 언론에 알리고 공동주택 관리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 및 정착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사단법인인 협회의 법정단체 지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 공동주택관리법상 주택관리사와 신생업종인 주택임대관리업자들은 법정단체를 설립할 수 있으나 두 단체보다도 설립이 오래되고 우리나라 위탁관리업의 90%를 책임지는 주택관리업자들은 제외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협회가 설립된 지 26년이 지났고, 협회 회원사 140여곳이 전체 위탁관리 아파트의 96.5%인 500만 가구를 관리하고 있지만 법정단체가 아니어서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주택관리업체의 대형·선진화가 이뤄져 주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회장은 위탁관리수수료 현실화에도 발 벗고 나설 예정이다. 그는 “현재 관리수수료는 한 달에 3.3㎡당 20원 수준으로 1000가구 규모 아파트를 맡아도 전체 수수료가 매달 60만원밖에 안 된다”며, “관리회사 역량과 위상을 높이는 전략으로 수수료 현실화를 이뤄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 ‘건설’에서 ‘서비스’로 패러다임 전환 시급

최근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잠시 방문했다. 매년 일본 맨션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학술대회 메인 주제는 ‘교외 단지형 맨션의 현상과 문제’로 다양한 주제 발표와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노 회장은 “주로 건설부동산 개발 분야를 주제로 한 국내 부동산 세미나와 달리 일본 맨션학회 학술대회 주제들은 대부분 안전 등 유지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 주택시장은 건설이 핵심역량인 종합건설회사들이 대부분 주택산업분야에서 철수하고, 종합부동산회사와 하우스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임대, 관리, 중개 등 주거 서비스 분야의 사업영역이 크게 확대됐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국내 공동주택 관리 산업이 일본과 비교해 크게 뒤쳐지고 있는 원인으로 여전히 주택 건설과 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의 주택정책과 지나친 시장개입을 꼽았다. 최근 ‘김부선 사태’ 등 최근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의 주도권을 아파트 입주민이 아닌 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는 철저히 개인의 사유재산이며 일반 분양된 공동주택에 대한 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 등 민간이 자율적으로 할 일이지만, 현실은 정부가 나서 아파트 위탁관리회사를 선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들의 니즈에 맞추어 다양한 기준으로 서비스 업체를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다수의 공동주택 입주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 제공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노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집을 지으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지은 집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가치를 유지하느냐가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수 기자  |  hskim@econovill.com  |  승인 2016.05.12  16: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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