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사는 자사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영상 처리 기술에 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B 사와 특허 실시계약(License Agreement)을 체결했고, 이 특허발명을 이용해 약 5년의 기간 동안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B 사의 특허기술을 이용하고자 했던 C 사가 B 사의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는데, 그 결과 B 사의 특허는 종국적으로 무효가 되었다. 그러자 A 사는 B 사의 특허는 원래 무효였으니 종래 5년의 기간 동안 지급한 실시료(Royalty)를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B 사는 A 사의 주장에 따라 그동안 지급받은 실시료를 반환해야 할까?

특허권은 그 성질상 등록된 이후에 무효로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특허심판원이 무효심판 사건 중 무효라고 심결한 건의 비율은 2014년도 기준으로 할 때 53.2%로서, 국내의 특허 무효인용율은 미국의 41%, 영국의 42% 등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특허에 대한 실시계약이 체결된 후에 그 실시계약의 목적인 특허가 사후적으로 무효로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실시계약이 체결된 후 특허가 무효로 되면 실시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종래부터 줄곧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첫 번째 견해는 특허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특허가 무효로 되면 종전의 실시계약 역시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된다는 ‘계약무효설’이다. 특허법이 명시적으로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특허법 제133조 제3항)고 규정함으로써 특허 무효의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바, 종래의 실시계약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특허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이다. 계약 당시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에 대한 매매계약은 그 이행이 원시적으로 불능이므로 무효인데, 특허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특허가 무효로 되더라도 종전의 실시계약 역시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실시권자(Licensee)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계약해지설’이다. 실시계약의 목적은 실시권자에게 특허발명을 이용하게 해 그 이용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인 바, 특허가 후발적으로 무효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시권자는 특허권이 유효하게 존속했던 기간 동안 특허발명의 실시하는 데 있어서 방해를 받지 않았으므로 그 기간 동안 실시계약에 따른 목적은 달성되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특허의 무효는 후발적인 이행불능 사유에 해당할 뿐이므로, 실시권자는 계약 해지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논의는 특허 무효가 확정될 때까지 실시권자가 특허권자 등 실시 허락을 한 자(Licensor)에게 지급한 실시료(Royalty)를 반환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약무효설’에 따르면 실시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이므로, 실시권자가 지급한 실시료는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써 부당이득이 된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실시권자에게 지급받은 실시료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 반면 ‘계약해지설’에 따르면 실시계약은 특허가 무효로 되기까지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특허권자는 기존에 지급받은 실시료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특허의 무효에 따른 실시계약의 효력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특허권자 등 실시를 허락한 자와 실시권자 사이의 이해관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실무상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이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특허발명에 관한 실시계약 체결 이후 계약 대상인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자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를 상대로 기지급한 실시료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ⅰ)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의해 특허권자는 실시권자의 특허발명 실시에 대해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그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 (ⅱ)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효력에 의해 제3자의 특허발명 실시가 금지된다는 점을 들어,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 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해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그 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 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 판결). 즉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계약무효설’을 배척하고 ‘계약해지설’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계약해지설’의 입장에 따라 실시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기각했다.

또한 이 사안에서 실시권자가 대상특허가 유효한 것이라고 착오를 일으켜 실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위 계약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실시권자의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특허의 성질상 특허등록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시계약 체결 이후 대상 특허가 무효로 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실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특허 무효에 따른 실시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법리가 정리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특허 무효가 확정되더라도 실시권자는 언제나 기지급한 실시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위 판례는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의 법률관계에 대해 실시계약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특허 무효에 따른 사후 처리를 얼마든지 달리 정할 수 있다. 예컨대 실시권자로서는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특허권자는 기존에 지급받은 실시료 중 50%를 반환해야 한다거나,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를 계약의 해제 사유로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