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명 '큰 손'이라 불리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 번 들어오면 면세점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유명한 한국 화장품 등을 '싹쓸이' 해갔다. 관광업이 그들에게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메르스가 발생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더 이상 그들에게 관광 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자 중국인 관광객 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에 관한 여러 조사들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다른 여행 패턴이 감지된다. 패키지여행 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이 늘어나고 이전처럼 물건을 싹쓸이 해가는 큰 손 여행객들이 줄었으며 중국인들이 몰리는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홍대, 강남 등 다양한 지역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이제는 K-Culture 즉,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한국의 유행,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경험'하고자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인 관광객, 뭐가 달라졌을까?

중국의 해외 출국자 수는 지난 2014년 1억명을 돌파하고 지난해 1억 2800억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 출국자는 홍콩과 마카오로 떠나는 여행객이 51.8% 달해 절반을 차지하고 태국, 한국(4.7%), 일본(3.9%), 대만(3.3%), 싱가폴(1.6%) 등의 국가들을 방문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약 33%는 대부분 북경, 상해, 광동 등의 1선도시가 차지하고 있지만, 저가항공 노선 확장 등으로 지난해 중국 내 운항 도시가 37개(2011년에는 28개)로 늘어나면서 3선 이하 도시 취항지가 8군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규 여행 수요층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항공뿐만 아니라 크루즈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도 많다. 지난해 크루즈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3만명으로 전체 중국인 입국자 중 12.2%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중국인 입국자수 167만명 중 21만명인 12.4%는 크루즈로 방문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약 60.6%는 개별 관광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4%p 증가한 수치다. 최근 저가패키지 관광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개별 관광객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크루즈 입국자수가 전년대비 201.8% 증가한 반면 크루즈를 제외한 중국인 입국자수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8%에 불과해 아직은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완전히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는 있지만 크루즈 관광객들은 대게 제주나 부산을 들르기 때문에 서울 사전면세점 매출에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리해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메르스 이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홍콩이나 마카오행 여행객이 많고, 한국에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크루즈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달라진 점은 '지출'이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지난 2013년 2272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차 줄어들던 소비액은 지난해 1990달러로 감소했다.

소비가 줄어든 원인은 ▲저가여행 패키지 활성화 ▲20~30대 관광객 증가 ▲'나를 위한 소비'로 패턴 변화 ▲체험형 여행객 증가 등이 꼽힌다.

하나씩 살펴보면 저가 여행 패키지가 많아지면서 구매 여력이 낮은 관광객이 전에 비해 늘어났다. 방문 관광객을 늘어나지만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것이다. 또 관광객 중 20~30대 젊은 층이 늘어났다. 젊은 층의 소비 여력이 40~50대에 비해 작은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가족들을 위한 소비가 컸지만 최근에는 자신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 범위가 줄어들고 있다. 개별 여행객의 증가로 체험형 여행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유명 브랜드를 모두 쓸어가던 쇼핑객들이 이제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국내 방문 해외 관광객 중에서는 1인당 소비액이 여전히 크다. NH투자증권은 일본과 미국 관광객들이 쇼핑에 할애하는 비중이 적고 숙박이나 식음료에 쓰는 비중이 크다며 중국 역시 여행이 대중화되고 소비 패턴이 발전하면 쇼핑보다는 식음료나 숙박 등 서비스로의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 요우커 "다양성 추구"

지난 10년간 중국인 관광객의 연령대 변화를 살펴보면 30~60대는 2005년 66%에서 2015년 54%로 줄었고 30대 이하 젊은 층은 같은 기간 29%에서 36%로 늘어났다. 특히 21~30세 비중이 같은 기간 22%에서 28%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중국의 젊은 층들은 한류에 민감하고 소비 기호가 매우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쇼핑 지역도 바뀌었다. 한국을 방문하면 꼭 거쳐 간다는 명동은 여전히 최대 관광지이지만 신촌과 홍대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10년 10.2%수준이던 관광객은 2014년 24%로 크게 늘었다. 강남의 경우 2013년까지만 해도 통계가 잡히지 않을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외국인의 18.4%가 이곳을 방문했다.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 문화, 성형 등의 콘텐츠가 있는 홍대, 강남 상권은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전통적인 관광지로 꼽히던 인사동 등의 인기는 점차 수그러드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을 보면 명동이 여전히 59%로 압도적이지만 동대문도 50%로 대부분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고 남산 42%, 고궁 36%, 신촌·홍대 24%, 잠실 롯데월드 28% 등 다양한 지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뀐 것은 쇼핑 지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쇼핑 품목도 변했다. 식료품이나 전자제품 인기는 점점 사그러들고 의류, 잡화, 화장품 구매 비중이 높아졌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화장품이다. 그 다음으로는 의류가 인기가 많다. 이는 K-Culture에 관심을 가지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이나 콘텐츠를 동시에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기 브랜드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롯데백화점 명동점 인기 1위 브랜드는 MCM이 절대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설화수, 라네즈 등의 화장품 유명 브랜드와 샤넬, 프라다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점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장 인기가 높은 브랜드는 화장품 및 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이며 2위는 생활용품브랜드 라인프렌즈다. 10위권 안에는 대부분 의류 및 패션액세서리 브랜드인 원더플레이스, 뉴발란스, 레드아이, 스튜디오화이트 등이 순위에 올라있다. 신사나 홍대 등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지역에는 이런 브랜드들이 위치해 있다.

▲ 출처=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이런 현상에 대해 '체험형' 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험을 중요시하는 젊은 관광객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한류 스타의 스타일대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한국의 음식을 먹고, 그 안에 나오는 장소를 따라 여행을 하는 식으로 패턴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중 패션·유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면세점에서의 국산품 매출은 2007년 13.6%에서 2015년 40%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들도 이전과는 다른 여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류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의 패션과 유행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인 가운데 경험을 중요시 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