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가 올해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회사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웃고 SK텔레콤은 침울한 표정이다.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맨파워 논리를 펼친다. 통신 시장에서도 KT 황창규 회장의 ‘황의 법칙’이 통했다고 한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유플러스를 ‘1등 DNA’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도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효과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시행 초기와는 달리 마케팅 비용 절감에 따른 긍정 효과를 지적하는 빈도가 높다. 한편으로는 SK텔레콤이 마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 지출을 확대하면서 영리하게 미래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신규 투자에 힘을 쏟는 모습을 연출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승인을 유도하는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통신3사의 실적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차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인가. 아직은 암초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다음 달에 20대 국회가 열리면 규제 리스크가 되살아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초연결시대를 대비해 전통 통신 너머의 신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유·무선 실적이 아닌 미래 먹거리 발굴과 선점 전쟁인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 웃고, SK텔레콤 울었다?

29일 KT를 끝으로 통신3사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통신3사의 총 매출액은 12조45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영업이익 합계는 9579억 원으로 10.0% 증가했다. 핵심 지표 중 하나인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평균 3만6133원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에서 위기의 흔적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통신사별로 보면 상황이 조금은 엇갈린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 2조7128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대비 6.1%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706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3% 상승했다. LTE 가입자 비율은 84.2%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ARPU는 2.8% 하락했지만 3만8672원으로 통신3사 중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실적 발표에 나선 SK텔레콤은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풍겼다. 매출은 4조22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021억 원으로 소폭(0.1%) 떨어졌다. LG유플러스와 달리 ARPU는 0.3% 상승했다. 가입비 폐지와 20% 요금할인 제도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읽힌다.

KT의 영업이익은 대폭 상승했다. 전년 대비 22.8% 증가한 38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도 2.2% 상승한 5조515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RPU 상승 폭도 통신3사 중 가장 컸다. 1.9% 상승한 3만6128원이다. 하지만 액수로는 아직까지 가장 적다.

▲ SK텔레콤 올해 1분기 실적.
▲ KT 올해 1분기 실적.
▲ LG유플러스 올해 1분기 실적.

단통법, 결국 통신사와 같은 편으로 밝혀져?

시행 초기에 단통법이 통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통신사들이 규제의 덫에 걸려 자유로운 마케팅 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 시장이 침체되고 말 것이라고들 했다. 업체는 물론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는, 누구를 위한 법인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단통법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장 상황은 격변했다.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20% 요금할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통신사의 수익원 중 하나였던 가입비는 폐지됐다. 중저가 스마트폰과 함께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알뜰폰과 중고폰의 인기는 날로 올라갔다. 통신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시행 1년 6개월이 지나자 단통법에 대한 평가는 초창기와 많이 달라졌다. 단통법이 통신사가 마케팅 비용을 아끼도록 해준다는 지적이 따랐다. 지원금 상한제 덕택에 ‘폭탄 지원금’을 줄 수 없게 되면서 아낀 돈이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얘기다. 소비자 다수는 분개했다. 단통법을 두고 “싸게 파는 것을 막는 악법”이라며 통신사와 정부의 ‘담합’과 ‘밀월’을 의심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여전히 단통법 시대인 최근에도 통신사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의심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단통법이 소비자 편익 증진보다는 통신사 실적에 기여하는 면이 크다는 의심 말이다. 다만 오는 2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려볼 필요는 있겠다. 삼성전자 갤럭시S7과 LG G5 등 기대작이 등장하면서 마케팅 경쟁은 심화될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

▲ 출처=KT

리더 맨파워…‘황의 법칙’ 혹은 ‘1등 DNA’

통신3사 CEO의 대결구도도 흥미롭다. KT 황창규 회장을 두고는 “반도체 업계에서 통하던 ‘황의 법칙’이 통신 업계 역시도 뒤흔들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황창규 회장은 전통 통신 사업에 머무는 것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컨버전스 빌더’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야심만만하게 미래로 다가서고 있다.

‘권영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이상철 LG유플러스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권영수 부회장이 올해 1분기부터 실력 발휘를 했다는 얘기다. 독자적인 신사업을 통해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실적 개선’이라는 성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에서 일하며 체득한 ‘1등 DNA’를 LG유플러스에도 스며들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날 것을 강조해온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1분기 실적을 통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실적이 장기적 관점의 영리한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유 있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자회사인 SK플래닛의 대규모 전자상거래 투자와 마케팅 지출을 꼽았다.

미래를 내다본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단기 실적에서 약간의 손해를 봤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정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SK텔레콤의 현황을 고려하면 고도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읽히기도 한다. 1등 사업자라는 지위를 활용해 당장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보다는 미래 먹거리에 적극 투자해 한국 경제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 셈이니 말이다.

장기전 앞에 남겨진 암초들

통신3사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한결 같이 신사업 추진 계획을 강조했다. 기존 유·무선 서비스 사업으로는 정체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미래 먹거리에 관심을 두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ICT 공룡의 통신 영역 침범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변신 시도는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물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몰두하기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와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일단 규제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이슈가 되살아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당 1만 원 남짓 소득을 잃어버리게 된다. 단말 지원금 상한액이 높아지게 되면 마케팅 비용은 더 많이 지출하게 될 여지가 생긴다. 20% 요금할인 제도의 할인율 인상 역시도 규제당국의 고려 대상이다.

단통법 대안으로 제기된 바 있는 이른바 ‘단말기 자급제’와 같은 법안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다면 통신사들은 환영할 일이 아니다. 사업 모델이 뒤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지원 확대나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등의 견제들도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 통신3사는 29일 시작된 통신 주파수 경매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심화될 경우 낙찰가는 치솟게 된다. 이번 경매로 수조 원이 오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낙찰가가 올라갈수록 통신사는 금전적 부담을 느끼게 된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도 여전히 뜨겁다. 날이 선 공방전은 소강상태이지만 정부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업계는 노심초사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비전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동료들은 삶의 질이 낮아지기까지 했다고 호소한다”며 “정부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서 마침표를 찍어주는 좋겠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이슈가 올해 하반기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장기전을 뒷받침해줄 지지대를 뒤흔들 불안요소가 남아있는 격이다. 통신3사의 1분기 긍정적 지표와 숫자들만 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통신 시장에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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