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절대적 명제가 건재한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의 위축, 중저가 라인업의 확대가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무서운 1, 2세대 앙팡테리블이 기술적 고도화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넓히면서도 그 이상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조금씩 시작되는 포스트 스마트폰 흐름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복마전 그 자체가 희한하다
애플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눈길을 끈다. 2016 회계연도(FY) 제2분기 매출(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은 505억6000만 달러(58조1100억 원)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12.8% 하락했으며 아이폰 판매는 5129만대에 그쳐 16.2%나 내려갔다.

사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은 너무 추상적이며, 2분기가 애플의 비수기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의 위협은 다소 섬뜩하지만 아직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위기는 애플만의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애플의 위기가 도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폰 점유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이폰 그 자체가 휘청인다는 것은 결국 핵심전략이 무너지고 있다는 매우 타당한 결론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 이상의 포스트 아이폰이 요원하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조사결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판매 대수 중 94%는 교체판매였으며, IDC는 지난해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신규 스마트폰으로 교체되는 비율은 55%라고 밝혔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결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역성장을 향해 빠르고 달려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중저가 라인업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346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재미있는 점은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중저가 라인업으로 넘어가는 권력의 이동이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저가 라인업 수요가 상대적을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LG전자가 G5를 출시하며 모듈형 스마트폰을 도입해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과는 다소 온도차이가 난다.

올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측면에서 애플을 다소 압도하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량 및 점유율 기준 삼성전자는 20.1%, 애플은 18.5%를 점했으나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23.6%로 점유율을 놓이는데 성공한 반면 애플은 15.2%로 그 힘이 크게 빠졌다.

이유가 뭘까? 일단 갤럭시S7의 성공이 큰 역할을 한데다 갤럭시A를 위시한 중저가 라인업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점유했기에 가능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프리미엄에서 중저가 라인업으로 권력이 이동하자 프리미엄 자체에만 방점을 찍었던 애플은 큰 타격을 입었으나 삼성전자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으로 위기를 넘긴 셈이다.

▲ 박재성 기자

앙팡테리블의 대약진도 스마트폰 시장 포화 및 중저가로의 권력 이동을 극적으로 설명한다. 29일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1억980만대에서 1억490만대로 연간 6% 감소했으나 현지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높아졌다. 화웨이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132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13% 점유율을 기록한 오포가 샤오미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비보는 11.9%로 4위, 애플이 11%로 5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핵심으로 삼는 중국 기업들이 1세대와 2세대로 넘어가며 기술적 고도화에 따른 프리미어 라인업 지향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포의 경우 SuperVOOC 기술로 대표되는 혁신성을, 비포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물론 이들도 1세대 앙팡테리블처럼 카피캣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하며 가격은 최대한 내리는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 출처=비보

종합하자면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중저가로 권력의 이동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투트택 전략을 사용하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중시의 애플을 따돌리는 한편 인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괴력도 보여주고 있다. 그 간극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2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에 준하는 스마트폰을 기술상향표준화의 바람을 타고 적절하게 노리고 있다.

▲ 출처=샤오미

어차피 포스트 스마트폰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를 벌렸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중국 2세대 앙팡테리블의 대약진도 어차피 전체 시장의 역성장 카운트 다운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SA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프리미엄에서 중저가로 권력이 이동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을 시작하고, 관련 생태계는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법론이 대세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만 샤오미가 보여주는 방식, 즉 스마트폰과 기타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이식해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방법이 유력하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6을 통해 오픈소스의 기조를 잡아가며 소프트웨어에 힘을 주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 출처=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 이후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MWC 2016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회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의식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핵심은 돌고 돌아 포스트 스마트폰의 유력한 후보로 사용자 경험, 그 중심이 되는 사용자 경험에 방점이 찍힌다. 저물어가는 난파선에서 마지막 약탈이 시작된 상황에서,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새로운 배를 찾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