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 거리 모습 (자료사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내수에서의 막강한 소비파워를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완성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2015년 기준 약 2460만대의 자동차가 팔려나갔다.

지난 4월25일 개막한 ‘201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장을 찾아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모터쇼 현장에서 미래 차 트렌드를, 베이징 거리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일종의 ‘탐방기’다.

SUV 전성시대 열린다

중국 시장에는 최근 ‘SUV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지난해 기준 600만대가 넘는 SUV가 팔려나갔다.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SUV 점유율이 올라가면 다른 차종의 인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삼성증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시장 자동차판매는 시장수요의 기대치를 살짝 상회했다. 이 기간 세단과 상용차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4.1%, 29.1% 줄었다. 대신 다목적차량(MPV)과 SUV 판매는 6.5%, 43.2% 뛰었다. 차종별로 성장세가 크게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SUV가 있었다.

▲ 중국 베이징 거리 모습 (자료사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베이징 도로 위 상황은 약간 달랐다. SUV 비중이 크게 높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서울 도심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됐다. 첫 번째 이유는 SUV 판매가 급증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누계 기준으로는 세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세단을 선호한다. 두 번째는 SUV 시장이 로컬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은 그 어느 곳보다 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지방 도시에 비해 수입차 비중이 높기도 하다. E세그먼트 이상급의 롱바디 버전 세단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왔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차량 등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보였다.

2016 베이징모터쇼 현장에서도 ‘대세’는 SUV였다. 저마다 관람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SUV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아차는 친환경 전용 소형 SUV인 니로를 중국 시장에 공개했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친환경’과 ‘SUV'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갖춘 차라는 평가다. 실제 기아차 부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니로의 차문을 열고 닫으며 관심을 보였다. 부스 한쪽에 전시된 쏘렌토 역시 중국인들의 시선을 잡았다. SUV 명가를 표방하는 쌍용차 역시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쌍용차는 기아차에 비해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티볼리 에어‘와 ’코란도 C' 등 SUV를 전면에 내세워 호평을 받았다. 르노그룹은 QM5 후속 모델로 알려진 ‘꼴레오스’를 내놨다.

▲ 2016 베이징모터쇼 볼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SUV 'XC90'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볼보는 대형 SUV ‘XC90'을 전시했다. 한국 시장에도 지난 3월 출시된 바 있는 프리미엄 SUV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E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내세웠다. 마쎄라티는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를 중국 시장에 공개했다. 닛산·인피니티·혼다·아큐라 등 일본 브랜드들도 SUV로 관람객들을 유혹했다. 연비 조작 파문을 겪은 미쓰비시도 대표 SUV ’아웃랜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로컬 브랜드들은 다양한 SUV 콘셉트카들을 출품했다.

중고차 시장 ‘쾌속질주’

중국 자동차 시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주춤한 신차 시장과는 다른 점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발간한 <중국 삼매경(三每經)>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신규 자동차 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중고차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중국 중고차 시장 거래량은 809만8000대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4.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차 판매량이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과 비교된다.

▲ 출처 =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경기 둔화와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라 신차 수요 감소 ▲5~6년 주기의 교체 사이클 도래 ▲가성비를 추구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패턴 변화 ▲최근 온라인 거래를 통한 중고차 매매 활성화 등을 꼽았다. 향후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미국·독일 등의 경우 중고차의 판매가 신차보다 평균 2~3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중국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2016년 3월 25일 국무원은 ‘중고차 시장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중고차 거래절차 간편화, 정보 불균형 방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20년까지 중고차-신차 판매 비율은 0.8배, 중고차 시장 거래량은 2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향후 5년간 평균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출처 = 하나금융투자

전기차 시대, 가능할까

중국 자동차 시장을 대변하는 양대 축으로는 'SVU'와 ‘전기차’가 꼽힌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내놓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시장은 기대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 현대증권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관련 업체들의 신·증설 계획과 신차 라인업 확대 ▲주요 대도시들의 자동차 등록 제도와 충전 인프라 ▲정부의 연비 규제 강화 등을 들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2015년 340%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2016년 판매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증권은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은 2016년 전년대비 59% 증가한 54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17년은 전년대비 39% 증가한 76만대,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할 것이다. 2020년 연간 판매 댓수 123만대, 2015~2020년 누적 498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CAGR) 29% 성장에 달하는 고성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베이징에서 만나본 전기차 시장은 현실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었다. 우선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가 많지 않았다. BYD, JAC 등 현지 업체들의 모델과 테슬라의 전기차가 가끔 눈에 띄긴 했지만, 굉장히 극소수였다. 3박4일간 베이징에 머물며 도심 주변을 돌았지만 전기차 충전 시설은 단 한군데도 보지 못했다.

▲ 2016 베이징모터쇼 현대차 부스에 마련된 아이오닉 전기차 충전 장면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관공서 등에서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경에서 번호판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전기차를 택하는 경우도 있고요. 정부가 (전기차 구매) 지원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주행거리가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상쇄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북경은 추첨식으로 번호판을 뽑아 사람들에게 배분합니다. 매달 15만대를 뽑는데, 9만대를 내연기관차, 6만대는 전기차에 배분하죠. 내연기관차로 ‘뽑기’에 당첨 되는 것은 경쟁률이 200:1에 이를 정도로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그에 반해 전기차는 비교적 쉽게 번호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한참 부족한 실정입니다.”라고 귀띔했다.

대로변의 분위기와 ‘뒷골목’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기 동력을 이용하는 동력차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륜차의 상당수가 전기 동력을 이용했다. 초소형 전기차로 추정되는 차량들도 많았다. 전기 동력을 활용한 차량이 상용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 현대증권의 중국 전기차 시장 전망 / 출처 = 현대증권

결론적으로 전기차 시대의 성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삼은 ‘2020년까지 신에너지차 500만대 보급’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차가 많이 팔릴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총평이다. 2020년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약 120만대까지 뛴다고 해도,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연기관차와 당당히 경쟁하려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며 “그럼에도 최근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향후 5년 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중국의 경우 판매 점유율이 최대 7% 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6 베이징모터쇼 기아차 부스에 전시된 '니로' 해부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현대·기아차, 어디까지 달렸나

현대·기아차는 그룹사 기준 현지에서 브랜드 순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략 20% 수준의 점유율을 지닌 폭스바겐, 15% 수준의 GM에 이어 10% 전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경쟁사 대비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02년 현지에 진출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다만 2015년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중국의 전체적인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한데다 현대·기아차의 주력 라인업인 세단 세그먼트의 판매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현지 토종 업체의 공세가 거세짐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착실히 다져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올해 적극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 한편,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의 균형을 맞춰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형 아반떼와 신형 스포티지 등 주력 볼륨 모델을 출시하고 친환경차 정책에 발맞춰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등 차종도 현지에서 양산할 방침이다.

또 ▲딜러 시설 표준화 ▲딜러 교육 강화를 통한 판매 역량 강화 ▲핵심 딜러 집중 지원 ▲각 지역 소비자 특성 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판촉 방안 수립 ▲다양한 금융상품 운영 등 근본적인 판매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생산 능력도 확대한다. 중국시장 1위 메이커인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신공장 건설과 신차 개발을 위해 182억 유로를 투자해 2017년 439만대, 2018년 500만대의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GM도 2017년까지 12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규모를 290만대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 '2016 베이징 모터쇼' 현대차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제네시스 G90(EQ900) 모델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현대·기아차는 현재 베이징과 옌청 2곳인 승용차 생산거점을 허베이와 충칭 등 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북부, 동부, 중서부를 아우르는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그림이다. 현대차의 중국 승용차 공장 중 4번째가 될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은 2016년 연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5번째 공장인 충칭 공장은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기아차 중국 3공장의 15만대 증설과 20만대 규모의 창저우 공장 건립이 완료되는 2016년에는 현대차 141만대, 기아차 89만대 등 총 230만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충칭 공장이 완공되는 2017년에는 현대자동차 171만대, 기아자동차 89만대 등 총 260만대의 능력을 갖춘다. 창저우 공장의 10만대 증설까지 마무리되는 2018년에는 현대자동차 181만대, 기아자동차 89만대 등 총 27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