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만큼 흔한 것이 잇몸병’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잇몸병으로 대표되는 치주질환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 2위다. 그동안 주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장되던 치주질환은 젊은 층에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며, 임플란트 사용자의 30% 이상은 치주질환으로 고생한다. 치주질환의 위험성은 성기능 장애, 심혈관질환,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전신질환으로 확장된다는 데 있다. 주요 연구들이 치주질환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유일한 예방책인 ‘올바른 칫솔질’에 핵심 제품인 치약 시장이 달라졌다. ‘쳥결’을 내세운 일반 치약에서 진화해 ‘치료’의 개념을 도입한 기능성 치약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 2위 ‘치주질환’

 

실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 중 두 번째로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발간한 ‘건강보험통계연보(2014)’에 의하면 건강보험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외래 진료 질병은 급성기관지염(1527만명)에 이어, 치은염 및 치주질환(1290만명)으로 나타났다. 급성편도염(695만명)이 세 번째로 높아 1000만명이 넘는 질환은 감기로 대표되는 급성기관지염과 치주질환 등이 유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연보 발표에 따르면 2012년 835만명이던 치주질환 환자는 지난해 1343만명으로 늘었다. 이로 인한 진료비 지출은 지난해 기준 1조56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치주질환 환자는 해가 지날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연보 발표에 따르면 2007년 621만명이던 치주질환 환자는 2012년 843만명으로 늘었다. 2014년(1290만명)에 비교하면 2년 새 53%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통계(2014)’에 의하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29.2%로, 10명 중 3명은 치료가 필요한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주질환 진료 인원은 50대가 21.9%, 40대가 2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16.4%), 20대(13.3%)가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 남녀 20.5%와 12.7%는 잇몸병 및 치주질환 치료가 불가피했다.

 

성기능 장애·심혈관질환 등 ‘전신질환’ 발병률↑

치주질환이 위험 질병으로 꼽히는 이유는 전신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크기

▲ 출처=보건복지부, 대한치의학회.

때문이다. 많은 연구들은 치주질환이 심혈관질환, 당뇨병, 저체중조산, 류마티스관절염, 만성 신장질환, 상기도 폐질환, 암, 기억력 감퇴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1월 김영택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교수가 올해 1월 국제 학술지인 <메디슨(Medicine)>에 게재한 ‘치주병과 생활습관병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여러 전신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특히 성기능 장애 발생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김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2만5340만명(2002~2013년) 데이터를 통해 연구한 결과, 골다공증(1.21배), 협심증(1.18배), 류마티스성 관절염(1.17배) 등의 전신 질환 질병이 잇몸병과 연관성이 높았다. 특히 성기능 장애 발생 위험은 잇몸병을 앓게 될 경우 1.5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기부전증이 주로 혈관장애로 많이 나타나는데, 성기로 가는 혈류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치주 질환과 같은 생활습관병이 당뇨, 남성 갱년기, 비만, 고지혈증 등과 같이 남성 성기능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치의학회는 치주질환을 전 세계의 성인 2/3 이상이 앓고 있고, 성인의 치아를 발치하게 되는 주원인이 되는 심각한 글로벌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구강 내 복합세균이나 세균에서 유리되는 여러 독성 물질들은 혈류를 통해 전신에 침투하게 되면, 전신질환을 야기하거나 전신질환이 심화되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대한치의학회에 의하면 치주질환에 이환된 환자들은 ‘심혈관질환자’와 위험요소(나이, 성별, 스트레스, 흡연 등)가 거의 같다. 해외 논문에선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관상동맥벽 두께가 더 두꺼울 수 있어 심한 치주염을 가진 경우 심근경색의 발병률이 3.8배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 당뇨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치주염은 당뇨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혈 관계와 신장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밖에도 잇몸 치료를 할 경우 폐렴 발병율을 평균 40% 감소시키며, 치주병원균은 혈행을 통해 타 부위로 이동 가능해 자궁 내 면역 저하 및 염증을 촉진할 수 있어 산모가 치주질환을 앓을 경우 조산이 4~7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소비자는 왜 ‘기능성 치약’을 찾는가

▲ 출처=각사

치주질환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며 기능성 치약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사실상 치주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 및 예방법은 올바른 칫솔질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치과 류재준 교수는 “잇몸병은 치아 자체가 아닌 치아 주위 조직에 생기는 병이라, 잇몸(치은)과 이뿌리(치근) 그리고 치아를 받쳐주는 뼈(치조골) 등의 조직이 튼튼해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이 닦기’를 통해 프라그를 완전하게 없애고 스케일링, 치실 사용 등을 이용해 치석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치약은 식품의약처에서 표준기술고시를 통해 정해놓은 성분 비율을 조금씩 조절해 제조된다. 기본적으로 치아의 외관을 좋게 하는 착색제, 변질을 방지하는 보존제, 향미를 조화하고 상쾌함을 갖게 하는 향미제, 거품을 일어 오염을 쉽게 없어지게 하는 계면활성제, 불소화합물 등의 성분 및 약효 성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능성 치약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반 치약은 약간의 함량 차이만 있을 뿐 성분은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기능성 치약에도 종류는 있다. 크게 충치 예방, 치주질환(잇몸병 치료), 시린 이 치료, 치아 미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잇몸질환의 주범은 ‘진지발리스균’으로 노출된 치아 및 구강점막에 분포하는 충치균과 달리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주포켓에 서식하며 잇몸조직을 이루고 있는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한다. 따라서 기능성 치약을 고를 때 이를 제거한다고 알려진 추출물이 들어간 치약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능성 치약은 일반 치약보다 2~3배 비싼 가격에도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이는 몇 년 전 일반 치약의 60%가 넘는 제품에 방부제로 알려진 파라벤 등이 함유돼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며 탄력을 받은 결과다. 이때 소비자들은 유럽에서 제조한 치약을 해외직구해 사용하곤 했는데, 국내에도 좋은 성분으로 만든 치약들이 시판되고 있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치약에 ‘치료’ 개념 도입한 기능성 치약 시장 각광

▲ 잇치. 출처=동화제약

치료 개념을 도입한 기능성 치약은 방문판매 전용, 약국 판매 전용으로 판매 채널을 좁혀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제약 업계에선 동화약품이 두각을 나타낸다. 2011년 선보인 ‘잇치’는 발매 이후 2년 연속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약국 전용 치약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근당은 증상별 기능성 치약 ‘이엔닥터’ 시리즈를 내놨다.

시린케어, 잇몸케어, 프로폴케어, 내츄럴화이트 등의 네 가지 치약을 통해 증상에 맞는

인사덴트. ▲ 출처=동국제약

기능성 치약을 선보였고 지난해 하반기 기준 20만개 이상 팔렸다. 이어일동제약의 ‘덴큐헬스페이스트’, 동국제약의 ‘인사덴트닥터’, 부광약품의 ‘부광탁스’등이 기능성 치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잇몸 기능성 치약 ‘본초연구’를 방문판매 전용으로 출시했다. 소금, 홍삼, 갈근, 황금 등 한방 성분을 함유해 잇몸 출혈, 치석 침착, 시린 이 등 잇몸 관련 파생 질환에 대해 개선 효과를 임상결과로 입증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0만개 이상 판매됐다.

마트 등 일반 할인 판매점으로 유통 판매채널을 넓힌 경우 소비자 선호도는 더 높았다.

진지발리스 프로젝트 '프로폴리스'▲ 출처=애경

애경의 ‘2080 K 진지발리스’ 기능성 치약은 출시 100일 만에 판매량 120만개, 1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보였다. 여타의 생활용품 신제품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진지발리스 시리즈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손쉬운 구매를 가능하게 하고, 잇몸질환의 핵심 원인인 ‘진지발리스균’을 직접 언급하며 치주질환 맞춤형 치약을 선보여 소비자의 눈길을 잡았다. 이 치약은 출시 2년 만에 누적판매 1000만개를 달성했다.

애경의 진지발리스의 성공 요인은 치주질환의 심각성을 정면 돌파했다는 데 있다. 치주질환의 주범인 ‘진지발리스균’에 대한 항균효능을 가진 ‘징코빌로바(Ginkgo Biloba)’ 추출물을 애경 중

▲ 진지발리스 프로젝트. 출처=애경

앙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해 치약에 넣고, 파라벤 트리클로산 등의 성분은 전혀 함유하지 않았다. 치과대학 in-vitro 임상 실험 결과 진지발리스 치약을 8주 동안 사용하면 진지발리스균이 99.2% 감소하고, 잇몸질환지수가 현격히 감소하여 잇몸질환 개선 효과가 있는 결과로 효능을 입증했다. 특히 모든 제품이 1만원이 안 되는 가성비를 내세우며 치주질환 전용 기능성 치약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치주질환의 국민적 위험성이 확장되고, 기능성 치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애경은 ‘2080 K 진지발리스 프로폴리스’를 추가 출시했다. 2014년 출시했던 2종(스트롱 윈터그린, 시트러스 쿨민트)에 항염, 항균 효능이 좋은 프로폴리스를 첨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