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에서 27일(현지시각)까지 양일간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0.25~0.50%로 동결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경제활동은 기업의 설비투자와 순수출이 약화됐지만 노동시장 여건은 한층 더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 가계 지출은 완만하나 가계 실질소득은 증가했으며 소비심리는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위험 전망의 균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에 위험이 있다는 문구가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 지표와 더불어 해외 경제 및 금융 상황 전개를 계속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 결정에서 FOMC의 투표권을 보유한 10명 중 캔자스 연은의 에스터 조지 총재는 지난 3월에 이어 금리인상을 요구하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러한 연준의 성명을 두고 증권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웰스파고의 브라이언 야콥센 수석 전략분석가는 “연준은 관망자세를 유지했다”며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오르지 않을 경우 6월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6월 금리인상을 암시했다고 말한다. 특히 시장 동향에 위험이 있다는 문구가 삭제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한 이유로 든 것이 대외 리스크였다”며 “미국의 물가와 고용지표는 상당히 안정적이며 ISM제조업지수도 50.0 선을 상회해 부진했던 경제 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연준 위원들이 최근 들어 구체적인 금리인상 로드맵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되돌아봐야 하는 부분이 지난 3월이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 경제지표를 금리인상으로 기준으로 제시했으나, 올해 연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도입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자 오히려 금융시장 움직임에 더 관심을 높였던 것이다.

최근 주가상승, 중국 관련 지표 호전, 달러화 약세 등이 상황이 전개된 것과 이번 성명에서 리스크 관련 문구가 삭제된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였을까.

우선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 전망을 4회에서 2회로 낮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발생 여부의 불확실성 때문이므로, 글로벌 리스크 문구 삭제는 6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6월 FOMC 회의 전까지 고용개선이 지속되고 유가나 임금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이 확인되면 6월 금리인상은 확실시될 수 있다.

▲ 달러 인덱스 추이 [출처:NH투자증권]

반면, 리스크의 균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6월 금리인상을 확실시할 수 없다는 점으로 꼽힌다. 소비증가율이 둔화됐으나 가계 실질소득이 견고하고 신뢰지수가 높다고 평가한 것은 연준이 2분기 이후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이번 FOMC 회의 후 연준의 6월 금리인상 여부는 ‘같은 성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의견이 만장일치될 수는 없지만 이번 FOMC 회의 결과를 두고 유독 팽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심지어 씨티그룹은 국채금리에 반영된 인플레이션율이 최근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기존 문구도 유지한 점에 주목하며 6월 금리인상과 동결을 모두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는 상당히 유동적인 의견을 내놨다.

 

미 금리인상 기준, 경제지표보다 금융시장지표로 무게 중심 이동

만약 연준이 인플레이션·고용 등의 경제지표에 주목하고 있다면 글로벌IB들의 의견이 이토록 팽팽할 수 없으며 심지어 양쪽을 전부 지지하는 의견도 나올 수 없다. 상대적으로 경제지표는 금융시장지표 대비 급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지표의 경우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때로는 과격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변동성이 높다. 그렇다면 최근 연준의 반응이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를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미 금리인상의 기준은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지표 중 어디에 있을까’를 말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준은 인플레이션율과 고용지표 등에 있지만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연준은 대외리스크를 강조했다. 연준이 금융시장 동향에 반응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이번 회의 결과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자 대외리스크 문구를 삭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연준의 금리인상 기준은 경제지표에서 금융시장지표로 이미 그 무게 중심을 옮겼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4월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됐던 4월 27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보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애플의 주가가 실적부진으로 크게 하락하자 하락 출발했다. 또 국제유가가 원유재고 및 가솔린 재고가 증가했다는 소식에 상승폭을 줄이자 추가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재차 반등을 하고 이베이를 비롯한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의 상승폭이 확대돼 상승전환하기 시작했다. FOMC 결과 발표 당시, 1명이 금리인상에 투표했다는 소식에 주S&P500지수는 주춤하기도 했으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주가지수는 재차 상승 전환해 마감했다.

▲ S&P 500 일중 차트 [출처:키움증권]

특이한 점은 서부텍사스유(WTI)가 원유재고 증가 소식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동결로 인해 전일 대비 2.93% 급등해 배럴당 45.33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뉴욕증시를 상승 견인했다.

현재 미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으나 물가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임금증가에 의한 인플레 상승압력이 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것만 고려한다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경제의 문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 부동산 버블이 위기의 근원지가 됐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이 이를 더 크게 확대시킨 셈이다. 실물시장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 금융시장이 실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이번 연준의 금리동결 소식은 원유재고 증가와 애플의 실적 악재를 뿌리칠 정도로 증시상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금융시장이 실물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달러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각국의 환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달러 약세’가 있었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3월 15일 ‘3월 FOMC 회의, 환율전쟁 종결 암시할까’ 제목의 기사를 통해 ‘베넷-해치-카퍼’(BHC) 수정법안의 등장은 각국의 인위적인 환율조작을 어렵게 하고 경기부양수단으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28일 일본은 기존의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율 이벤트’가 일단락된 셈이다.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은 기존 흐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시장은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은 시장이 6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혼돈스러울 정도로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준은 시장의 저항 없이 금리인상과 동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경제지표보다 금융시장지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