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동전없는 사회’를 추진하면서 현금 유통 감소에 따른 금융권 판도변화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현금을 대체할 결제수단으로 비현금 지급수단인 카드사와 페이 서비스의 확대가 전망된다. 은행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존에 보유했던 현금의 일부라도 예금을 할 경우 대출여력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전없는 사회’는 과연 올까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화폐제조비용 절감을 위해 5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은행은 금융소비자들의 서랍이나 저금통에 있는 동전을 은행, 새마을금고 등의 영업장으로 가져가 지폐로 교환하거나 입금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지폐로 교환하고 남은 동전을 금융기관에 비치된 모금함에 넣으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동전교환운동으로 22억개(3033억원)의 동전을 수거했다.

동전교환을 장려하는 이유에 대해 한은은 동전을 찍어내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민들의 화폐사용습관 개선과 동전의 재유통을 통한 화폐제조비용 절감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회수한 동전 22억장 만큼 모두 제조할 경우 연평균 291억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또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은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부터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금융기관, IT업체 등과 협력해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한은의 행보가 현금 사용 감소를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드‧온라인 간편결제 확대

동전 없는 사회가 시현될 경우 우선 카드와 온라인 간편결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들 역시 현금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국민 1인당 지갑 속 현금은 평균 7만4000원으로 2014년 대비 3000원 줄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용카드와 간편 결제, 온라인 뱅킹 등 비현금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2015년 기준 지급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현금IC카드 포함) 하루 평균 이용액은 2조530억원으로 이는 전년(1조9090억원) 대비 7.5% 증가한 수치다.

오프라인에서의 온라인 결제가 범용화되면서 O2O(Online to Offline)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지난해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전년대비 각각 13.2%, 27.4%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서비스 고객 수의 경우 지난해 기준 6479만명으로 전년대비 34.4% 늘었다.

김현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전 없는 사회’에서는 현금 수요 감소로 비현금 지급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대중적 결제수단인 지급카드는 물론 온라인 결제 수요 증가에 따른 O2O 시장 확대 가속화가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은행 대출여력 확대 전망

은행의 경우 소비자들의 현금수요 감소가 장기적으로는 대출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은행제도에서는 각 은행이 예금액의 일부만을 인출에 대비한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를 대출하는 ‘부분지급준비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지급준비금은 대출금의 10% 비율로 산정된다.

다시 말해, 현금이 줄어들어 종국에 현금이 필요없는 세상이 올 경우, 현금이 은행을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지준금의 비율이 줄어들 여지가 크다.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양적완화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분석된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단 현금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대출여력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동전없는 사회가 온다해서 은행의 대출여력 확대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초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전없는 사회 이후 ‘현금없는 사회’까지 도달한다면 은행권의 대출여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