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DB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을 뜻하는 베블런효과(Veblen effect)가 더 이상 유통업계에서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대비 저렴한 가격인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마트, 커피, 아웃도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보다 싸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를 이끌 수 있는 제품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선 올해 유통업계에서 ‘싼 가격’으로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사례로 이마트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이마트를 시작으로 업계에서 불붙은 ‘최저가 경쟁’의 경우, 이를 통해 업계 전반의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는 쿠팡을 겨냥해 최저간 선언을 공표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전 유통채널을 타깃으로 “우리가 가장 싸다”라는 인식을 심고 빠져나간 고객 다시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첫 최저가 상품으로 ‘기저귀’를 선정, 빠져나간 주부 고객층 되돌리기에 도전했다. 특히 온라인의 강점인 빠른 배송에 대응할 수 있는 배송과 가격 경쟁력으로 해당 기간동안 이마트의 기저귀 판매율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지난 두달 여간 전년대비 13.5% 올랐다. 두 번째 상품이었던 ‘분유’ 매출도 상승 궤도에 진입했다. 최저가 품목으로 선정된 상품의 판매량은 기존보다 최고 3.7배 증가했다.

이마트몰에 따르면 최저가 선언 이후 전년대비 20~3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이마트 측은 “이마트몰의 매출 30% 이상을 끌어올려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1000원대 저가 커피 경쟁이 시작되면서 관련 업계에 발빠르게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거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체 브랜드의 1000원대 커피를 판매하면서 덩달아 디저트 상품의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나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분기(1~3월)까지 주요 편의점의 원두커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배까지 뛰었다.

CU의 경우 1분기 에스프레소 원두커피 매출은 전년 대비 62%나 올랐다. CU는 지난해 12월 원두커피 PB브랜드 ‘카페 겟’을 선보여 1200원에 판매중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원두 드립커피 ‘세븐카페’로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3.96배 올랐다. GS25의 원두커피 ‘카페25’ 역시 같은 기간 2.92배로 매출이 상승하는 등 원투커피 한 잔에 1000대 초반 가격 형성으로 소비자들의 사이에서 편의점이 커피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지만, 품질에 대한 까다로움은 여전하다”면서 “이에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원두커피를 판매해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제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아이템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과거 아웃도어라고 하면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비싸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먼저 레드페이스의 ‘콘트라 PFS 카이 워킹화’는 개시 1주일 만에 2000족이 판매됐다. 한 달 만에 1만3000족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신상품 워킹화에 퍼펙트핏 시스템, 방수·투습에 강한 콘트라텍스 소재, 오토다이얼, 미끄럼방지 기능 등 첨단기능을 모두 담고도 9만8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칸투칸 역시 최근 자사 팬츠 상품이 누적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 칸투칸 팬츠 주력상품인 ‘Z208’의 가격은 4만9800원으로 회사 측에 따르면 구매고객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 이상이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스페이스가 선보인 초등학생용 키즈 백팩은 타 브랜드보다 6~19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과 경쾌한 컬러 배색의 디자인으로 90% 가량의 판매율을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면에서는 여전히 명품을 선호하는 계층도 뚜렷하게 존재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특정 영역 이외에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따져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그러한 시도가 매출 상승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