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수가 해저드에 빠진 골프공을 양말을 벗고 맨발로 쳐 올려 세계골프선수권 대회에서 1등을 하던 날의 기억이 엊그제 같다. 벌써 18여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랭킹 10위 안에 보통 5명 정도의 한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며 연달아 세계 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장면은 보통 일이 되었다.

골프는 서양에서 양치기들이 풀밭 위에서 시작한 놀이이지만, 테니스‧수영‧스키 등과 같은 경기의 막강한 키와 파워를 가지고 하는 경기는 아니다. 따라서 왜소한 체구의 동양인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린 위에서 하는 퍼팅과 같은 기술은 손가락의 섬세함이 더 요구된다. 따라서 동양권에서도 유일하게 쇠젓가락을 써오던 한국인, 공기놀이를 하며 손가락마디의 미세한 기술을 연마해오던 한국 여성에게는 아주 유리하다.

물론 정확한 장타로 선점하면 더욱 좋은 경기라 최근에는 한국의 선수들도 체격이 좋아지며 거리로 승부하는 선수들도 눈에 띈다.

전에는 한국에서 골프가 귀족의 전유물로 운동보다는 부의 상징이었고, 아마추어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젠 골프가 스포츠로 선수가 될 수 있는 문이 열리며 대중 스포츠로 거듭났고 많은 애호가들도 생겨났다.

골프의 장점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의 운동이 부족한데 왼쪽 손을 주도하여 원을 그리며 호흡근육의 운동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다. 아울러 심장의 음압(陰壓)을 높여 심장의 신축성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심폐기능에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골프는 힘으로 무조건 멀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규격에 맞게 정확한 거리와 포인트에 보내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때문에 주어진 환경을 잘 분석하여 전략을 면밀히 짜서 섬세하게 정확한 거리와 자리에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성격이 도전적이고 급한 사람에게는 부적절한 운동이다.

옛날에 선비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수련(Mind-Control)을 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맞히는 활쏘기를 많이 했다. 필자도 성격이 급한 편이라서 도(道)를 닦는다 생각하고 골프에 도전해 보았다. 하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욕심이 먼저 생겨 전략을 세밀하게 짜기도 전에 클럽을 휘두르고, 때문에 후회막급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그러다 겨울철에 언 땅에서 라운딩을 하다가 허리도 다치고, 거리만 멀리 나가 OB(Out of Bound)를 자주 내니 성적이 좋지 않아 재미가 없어 몇 년 간 노력하다가 그만 접고 말았다.

이처럼 아주 활발한 운동경기가 되지 못하고 꾸준히 걷기만 하는 운동이다 보니 땀을 내어 칼로리를 많이 소모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산책보다 약간 나은 정도의 미미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도심의 회색빌딩만 바라다 보다 처음 골프코스에 나가보면 낙원이 바로 여기구나 할 정도로 신선하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점차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그 아름다운 숲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고, 라운딩하는 내내 홀컵만 바라보다 끝나는 것이 골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골프는 세심하고 따지기 좋아하고 스스로 감정조절을 잘할 수 있는 소음인에게 아주 적합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장타는 아니더라도 무리한 체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정확한 전략으로 타수를 줄여 가며 즐길 수 있는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태음인에게는 적절한 정도의 유산소 운동인 걷기로 체력을 소모하며 약점인 심폐기능을 부활시키는 아주 적절한 운동이라고 본다.

그러나 소양인에게는 땀을 흘려가며 몸을 움직여 가며 심장, 위장, 간장 등의 상초의 열을 발산시키기에는 적합한 운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게임 후 뜻대로 스코어를 내지 못하여 스트레스를 더 받으니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더욱이 추운 겨울에 혈관이 수축되어 있는데 라운딩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열을 받아 뇌졸중이 와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사람도 가끔 있다.

골프가 남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고 만족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운동량 측면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중요한 고객과 함께 하며 4~5시간 이상을 독점하여 비즈니스하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좋은 친구, 좋은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요구되는 사교이지만 다른 운동보다 더 유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골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