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를 이야기함에 있어 먼저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온 핀테크를 예로 들자면, 해외의 경우 기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새로운 기술을 무기로 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의해 기능별로 해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 등에 의해 진입장벽이 쉽지 않았던 모바일결제 분야에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결제, 송금 외에 핀테크 기업들은 개인 자산관리, P2P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 분야에 진출해 기존 전통적인 금융기업들과의 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핀테크 추세와 글로벌 경쟁을 고려하여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 분야에서 기존 규제 완화 및 새로운 활성화 정책 수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분야와 더불어 만만치 않은 다양한 규제 및 정부의 관리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분야 역시, 교육과 ICT의 융합인 에듀테크가 핀테크와 같은 형태로 기존 교육산업을 해체해가면서 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위해 현재 우리의 교육 시스템 중에 에듀테크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봐야 한다.

현재 국내 교육 시스템은 에듀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 등과 일부 다른 점이 있는데, 그중에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할 점은 대부분 교육 정보화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6년 교육정보화 종합발전방안 1단계부터 시작해 5년 단위로 2014년 5차 교육정보화 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추진된 교육정보화를 통해 유·초·중등학교 교육 환경 및 방법 등의 개선,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

또한 대학과 평생교육 분야에서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는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냈다. 특히 국가 교육정보 포털 사이트인 에듀넷과, 1만여 학교 및 교육기관들이 연계되어 교육행정 정보를 처리하는 NEIS(나이스)는 성공적인 교육정보화의 사례로 해외에서도 우수사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주도의 접근이 가져오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은 시장보다 앞에 서기 쉽지 않다. 교육정보화 초기의 경우 정부 주도의 투자는 교육정보화 관련 기업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해왔지만, ICT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그 변화를 정책이 적시에 수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 중에 국내 기업들은 교육정보화 시장에 용역 형태의 접근을 주로 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업들 간담회를 가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불만 중의 하나는 교육부가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부가 이러닝산업발전법을 가지고 이러닝산업을 키우고는 있지만, 정작 중요하면서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공교육 분야에 접근하기에는 그 업무 영역과 역할이 다르다. 예를 하나 들자면 2007년부터 세계적으로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교과서는 벌써 10년이 됐지만, 이렇다 할 산업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해당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식이 잘못됐다고 하기보다는 이제는 교육 정보화에 대한 주도권을 어느 정도 시장에 맡겨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디지털교과서는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교육 방식 중에 하나이다. 교과서는 국·검·인정 체계를 가지고 있어 민간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지라도,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에 대한 인터페이스들을 공개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제외한 데이터들을 과감히 오픈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특화된 교육용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해 디지털교과서에 연동시키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초로 한 학습분석이나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어 새로운 에듀테크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개발지원이나 용역 형태의 정부지원만이 아닌 규제 철폐와 문턱을 낮춰 근본적인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소명인 것이다. 이는 앞서 우리가 핀테크에서 겪어왔던 경험과 동일하다 할 수 있다.

70년대 말에 나온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기동전사 건담>을 보면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새로운 인류를 칭하는 뉴타입(Newtype)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 가보면 학생들은 모바일기기로 수업 중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필기 대신 노트북에 바로 입력하고 있다. 올드타입(Oldtype)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학습을 하면 집중이 잘될까? 학습효과는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뉴타입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방법이 본인들에게 익숙해진 일상의 학습 방법이다.

이렇듯 보수적인 교육현장에서 실수요자인 학생들의 행태가 바뀌고 있으며, 이를 ICT가 뒷받침 해주고 있는 상황에 정부의 정책이 과거와 같은 형태로만 추진된다면 앞으로 학생과 산업 모두 불행질 수밖에 없다. 교육을 주관하는 교육부와 산업화를 지원하는 산업부가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인데, 국내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육 관련 법제도가 바뀌길 기다리느니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몇몇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은 해외시장만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드타입으로 남아 자분자족하는 삶을 살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있는데 뉴타입으로 진화는 둘째 치고 이들의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