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웹사이트들이 생겨났을 무렵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게 됐다. 거기에는 여러 분야에 대한 소규모 게시판이 있었는데 그중 토이카메라에 대한 게시판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요즘 아이들 장난감에서나 쓰일 만 한 30만 화소짜리 단초점 디지털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라는 개념이 굉장히 생소했다. 카메라는 당연히 필름 카메라였고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 장롱에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액정조차 없는 조그마한 토이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웹에 올려 공유를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그 당시엔 문화충격처럼 다가왔다.

금방 사랑에 빠져버리는 사람처럼 디지털 카메라에 빠져버렸다. ‘아반떼를 사러 갔다가 그랜저를 몰고 나온다’고 하는 것처럼 처음은 30만화소 토이카메라로 시작했지만, 손에는 200만 화소의 올림푸스 3배줌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의 생활이 현재는 집에 3대, 병원에 2대의 카메라가 있게 돼버렸다.

물론 집에 있는 카메라와 병원에 있는 카메라의 용도는 다르다. 집에 있는 카메라는 가족과의 즐거운 한때를 남기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카메라는 오롯이 임상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크게 세 가지의 역할로 쓰이는데 하나는 환자의 치아의 색상 정보를 기공소로 보내기 위한 것이고 둘은 환자의 구강 상태를 촬영하고 진단 및 상담의 용도로 쓰인다. 마지막 셋은 치료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는 역할이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는 그렇지 않은데 치료와 상관없이 자신이 한 치료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 찍는 것이다. 이 작업이 생각 보다 껄끄러운데 이는 자신이 한 치료를 찍어서 본다는 것이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치료한 결과를 사진을 찍어 큰 화면으로 확대해서 보면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이곤 한다. 잘한 치료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나타날 때면 솔직히 속이 상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찍는 것을 멈출 순 없다. 자신이 한 진료에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면 계속 부족한 진료를 하게 되고,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학기 초 모의고사 성적은 치과대학은커녕 서울의 상위권 대학조차 가기 힘들 정도로 낮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의고사 성적은 꾸준히 올랐고 마지막 모의고사와 수능과의 점수 차이는 40점이 넘게 차이가 났다. 물론 그해 수능이 전년도 수능보다 쉬어 마지막 모의고사보다 잘 나온 것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오른 점수인 것엔 변함이 없다.

그 당시 필자가 공부했던 방법은 매일 같이 문제지를 풀고 필자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찾아서 공부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곳은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못하는 부분을 찾아서 보강하는 것에 매진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능에 나오는 모든 범위에 대한 공부를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 독학으로 끝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부 방법을 피드백 시스템 공부법이라고 했다. 이미 존재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공부하는 곳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치료한 결과를 사진을 찍는 것은 문제지를 푸는 행동과 일맥상통한다. 이미 임상에 대한 이론적 토대는 거의 다 갖춰져 있다. 이 이론이 손으로 구현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이것에 대한 평가를 치료 결과를 사진을 찍고 이를 모니터로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기억해 놓았다 다음 치료 시 그 부분을 유의하면서 치료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반복한다. 물론 글은 이렇게 썼지만 매 치료마다 사진을 찍지는 못한다. 바쁠 때면 사진을 찍을 시간조차 못 내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치료들도 있어 생략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성과가 한 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에 잘 됐다 싶으면 다음번엔 잘 안되기도 한다. 이번에 이쪽을 신경을 썼더니 다른 쪽에서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반복된 과정을 통해 치료의 결과는 조금씩 더 좋아진다. 그리고 요사이 그걸 부쩍 느낀다. 지지부진하게만 느껴졌던 과정들이 하나둘 모여 결과물을 이루고 있었다.

치료를 할 때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치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한참 집중할 때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치료한 치아를 사진 찍어 확인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간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가슴이 부푼다. 이 맛에 진료에 더 공을 들이게 된다. 이 또한 포지티브 피드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