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객들과 상담하면 예전보다 많이 변한 것들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는 금액을 적게 해서 천천히 늘려가고 그래도 은행의 예·적금을 많이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적금상품을 멀리하려는 고객을 많이 만납니다.

지난번에 필자는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는데, 1월 한 달 동안은 대부분 신혼부부가 아니라 자녀가 초등학생 이상 되는 고객들을 만났습니다. 이 고객들에게 자녀의 교육비와 관련해 그리고 대출상환들에 대해 컨설팅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교육비에 대한 준비를 잘못하는 분들은 은행의 적금이나 혹은 주택청약 상품에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필자는 모든 돈을 모으는 행위에는 목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금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이들 대학갈 때 학비를 보태거나,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혹시 아이들이 2년 뒤, 혹은 3년 뒤에 대학을 가나요?”

“아직 10년 정도 있어야 되지요.”

“그런데 왜 2년 만기 적금을 하고 계시죠?”

“….”

 사실 교육비 목적의 금융상품을 준비할 때는 적금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간을 조금 더 멀리 가져가고, 돈을 나중에 쓰기 위해 미루게 되면 반드시 이자가 생기기 때문이죠.

또한 세법에서 정해놓은 세금혜택 (비과세) 등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적금은 이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이자소득세 15.4%를 부과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하지만 보험회사 등에 장기저축을 할 때 유일한 단점이 있습니다. 금리도 더 높고, 세금 혜택도 있고, 필요할 때 인출도 할 수 있지만 그 유일한 단점은 바로 단기간에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유일한 단점이라는 단기간에 돈이 모이지 않는 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모은다고 말이죠.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적금은 만기가 되면 꼭 쓸 일이 생깁니다. 집안에 행사나 차를 바꾸거나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거나…. 기타 여러 이유로 적금으로 모은 돈을 쓰죠.

그래서 목적에 맞는 저축이 중요합니다. 적금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단기간에 모아서 필요한 것에 써야 되는 것이고, 교육비 등은 장기적인 것으로 나눠놔야 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 대출상환에 대해서는 여러 사유로 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대부분 ‘빚은 빨리 없애야 한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출을 상환할 때 그에 맞는 계획 없이는 은근히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필자가 바로 어제 만난 고객은 3년 동안 정말 힘들게 돈을 모아서 1억원을 만드는 건 할 수 있었는데, 대출 2000만원을 갚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건 다 상환 계획이 없어서였기 때문이죠.

자, 적금에만 올인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니 반드시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고 돈을 배분해서 저축해보세요. 인생을 스펙트럼을 넓게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그런 오래된 습관을 고수한다면, 일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등장한 단어 ‘금고’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5년 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을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 발견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금고입니다. 금고 개수는 대략 5000여 개, 그 안의 추정액으로만 230억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옛말로 ‘장판 밑에 돈을 깔아놓은’ 것이었죠. 이것이 바로 금리가 낮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월급을 금고에 저장해놓은 일본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일본이 얼마 전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했습니다.

돈을 맡기러 은행을 가면 이젠 보관해줄 테니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죠.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돈을 주면 그것의 이자를 쳐주던 기관이 이제는 돈의 보관료를 내라니 말이 안 될 수도 있죠. 그것이 금리의 영향인 셈입니다.

다행인지 한국은 아직까지 제로나 마이너스는 아닙니다만 지금까지의 저금리 기조로 보면 곧 그렇게 될 확률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성동일은 한일은행에 다니면서 택이가 대회 상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은행에 맡겨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겸연쩍은 얼굴로 이자가 15%밖에 안 되어서 얼마 못 받는데 그래도 은행이 좋지 않겠냐고 하죠. 하지만 오늘날 15%의 금리를 주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적금, 금고, 두 가지 모두 잠깐 돈을 보관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그것을 통해서 이자를 높게 받는다거나 어떠한 혜택을 누리겠다는 생각들을 이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은 목적에 맞게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필자는 고객과 상담할 때 비과세나 복리의 혜택을 예전만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핸드폰 만드는 회사들이 핸드폰에서 인터넷이 되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예전에는 신기하고 대단한 것이었지만 이젠 당연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목적과 균형을 맞추어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복리나 비과세는 당연히 따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것들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