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1억2000만달러에 달해 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들이 중국 현지 법인 내 판매를 강화하고 신규 브랜드를 확대하면서 성장 모멘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 판매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KBS 2TV에서 방영됐던 <태양의 후예>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송혜교 극중 스타일’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약 10만 건의 상품이 검색될 정도다. 업계에서는 태양의 후예가 또 한 번 K-뷰티 신드롬을 불러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신라아이파크면세점(자료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브랜드들과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은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의 성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위생허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현지 업체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ODM 업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전년 대비 30%, 중국에서는 현지 법인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하면서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용기 제조 전문업체인 연우도 수혜가 예상된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7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주요 ODM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고품질의 용기 수요가 함께 증가했고 이는 연우의 추가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향 K-뷰티, 거품일까 아닐까

중국에서 다시 불어오는 K-뷰티 바람에 화장품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판단하려면 주변 환경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3월 중국 화장품 수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홍콩이다. 홍콩으로의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9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1억1500만달러로 중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도 35%까지 상승했다.

현재 홍콩에는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주로 진출해 있다. 홍콩의 화장품 판매가 늘어난 데는 따이공(보따리상)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자유무역항으로 일반 수입 화물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중국인의 출입국이 자유롭고 화장품에 관세가 붙지 않아 따이공이 한국 화장품을 사러 홍콩으로 많이 유입됐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중국 정부가 따이공을 규제하고 있지만 이를 실시하기 전인 2015년 5월까지는 홍콩이 한국 화장품 따이공 수출의 핵심 경유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콩으로 따이공이 많이 유입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실시한 ‘위생허가’ 정책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에서 나오는 최신 제품들은 아직 중국의 위생허가를 통과하지 않은 제품들이 있어 직접 수출이 불가하다. 따라서 홍콩으로 우회해서 중국으로 화장품을 가지고 들어가려는 따이공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중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려면 위생허가를 통과해야만 한다. 4월 13일 중국 국가식품의약품 감독관리총국(CFDA)은 ‘직구 전자상거래 수입상품 목록’에 관한 고시를 내고 전자상거래 직구 화장품은 관련 규정에 따라 허가 공문을 획득한 제품이어야 한다고 공표했다. 화장품 위생 감독관리 조항 규정에 따르면 최초로 수입되는 화장품은 반드시 CFDA에서 심사·발급하는 화장품 허가 공문을 획득해야만 한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미백화장품을 비특수에서 특수화장품으로 재분류했다. 비특수 화장품은 위생허가를 받기까지 약 7개월이 걸리지만 특수화장품은 1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중국 정부가 미백화장품을 재분류한 것은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 분류 기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미백·주름개선·자외선 차단 세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기능성 화장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백화장품에 이어 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도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를 재정비할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정부는 기능성 화장품 범위를 넓혀 기존 3개 기준에서 탈모방지와 각질제거 제품까지 포함시켰다. 중국 정부가 위생허가 정책을 이용해 한국 화장품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서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지만 중국 수출의 경우 위생허가 추가 규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들을 모두 특수화장품으로 분류할 경우 중국 수출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허가를 받기까지 기간이 꽤 소요되는 데다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K-뷰티 붐이 다시 불어올 것으로 기대되고는 있지만 이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향후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또 이를 인지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중국 소비자 맞춤형 브랜드들을 출시하는 등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세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추후 행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중국 따이공의 입지는 앞으로도 좁아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중소형 여행사 가이드를 중심으로 한 면세 화장품 불법 유통이 크게 보도되면서 다시 따이공 이슈가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여행사가 수익성이 악화되자 중국 따이공을 여행객으로 위장해 면세점에서 제품들을 살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이에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화장품의 80%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제품이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불법 유통으로 팔리는 국내 제품들은 단기적으로 화장품 업체의 매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나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도 고객 1인당 패키지 판매를 제한하고 한 번에 1000개씩 구매하는 온라인 고객 판매도 정지시켰다.

사실상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초기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따이공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도 따이공을 규제하고 있고 또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따이공이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정체로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화장품 업체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