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송사와 관련된 건이 있어서요. 이와 관련해서 회사가 수임한 변호사를 언론 창구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저희 홍보실이 관련 법적 지식이 많지 않아 이번에는 그 변호사가 언론 창구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호사니까, 언론의 취재에 잘 대응하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검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예전 공직에 있을 때의 언론 접촉 경험 때문에 언론 창구 역할도 잘할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필자가 현직 고위 검사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해봐도, 일부 검사들의 경우 훈련된 언론 대변인이 되기에 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감각이 있는 일부 검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언론과 훌륭한 프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 발생 시 단순히 외부 변호사에게 언론 창구 역할을 위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질문과 같이 사내 홍보실이 해당 소송 내용을 모르고, 여러 법적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법조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능한 법조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홍보실이 주체가 되어 서면으로 하든가, 변호사의 지원을 받아 홍보실이 대리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슈가 된 회사 소송 건에 관해 위기관리팀에서 충분한 정보를 홍보실장에게 공유해야 합니다. 홍보실장은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소송 정보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악의 여러 예상 질문들을 뽑아 그에 대해 변호사들과 함께 꼼꼼하게 답변을 마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비해야 합니다.

변호사들의 경우 해당 소송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기자에게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변호사들이 공직 시절 경험한 특수한 상황에서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개념이 변호사 시절에도 통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일부 변호사들이 언론의 집요한 취재에 대응해 기자에게 정보를 거래하거나, 실수로 불필요한 정보를 말해 버리는 해프닝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만약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외부 변호사를 해당 건에 대한 언론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면, 필히 해당 변호사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 홍보실의 몫입니다. 최소한 홍보실 직원이나 외부 컨설턴트가 기자 역할을 하면서, 해당 변호사에게 아주 예민한 질문들을 던지며 집요하게 공격해 답을 이끌어 내는 ‘스트레스 테스트’라도 이수 시켜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상황이 발생해 정신이 없는데, 어느 시간에 홍보실이 훈련 준비를 하고, 변호사가 어떻게 시간을 내서 훈련을 받습니까? 현실적이지 못해요.” 맞습니다. 막상 상황이 발생했는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기자의 답변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 이 장면을 보면 한심하다 생각하는 경영진도 있을 겁니다.

위기관리 분야에 이런 상황을 빗댄 말이 있습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고 하지 말아라.” 이 말은 곧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에 위기 발생이 감지되면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을 정하고, 그를 대상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집중적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대변인 트레이닝을 실시해 두라는 의미입니다. 달리고 있는 말에 올라타는 것은 숙련된 카우보이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기업들은 항상 그런 흉내를 냅니다.

정리하자면, 첫째 조언은 ‘아무리 경력 있는 변호사라도 언론 창구 역할을 맡기는 것에는 회사의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입니다. 그들의 경력은 법조 경력일 뿐 언론 창구 경력이 아닙니다. 검찰이나 법원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분들도 대부분 순환보직이었을 뿐 장기간의 경험은 아닙니다.

둘째 조언은 ‘가능한 홍보실이 언론 창구 역할은 해야 한다’입니다. 제한된 정보와 메시지라도 준비해서 천천히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준비 안 된 변호사에게 창구를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셋째 조언은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해당 변호사를 대변인 수준으로 빨리 훈련하라’입니다. 위기나 이슈 발생 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언론 창구만큼 취약한 체계가 없습니다. 바쁘다고 그냥 운(運)만 기대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모든 상황을 막론하고 누가 언론 창구를 하더라도 변호사와 홍보실이 일사불란하게 협업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