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만큼 짧은 기간 동안 세간의 평가가 확 달라진 업체가 또 있었을까 싶다. 지난해 11월 하반기 기자간담회 때 김범석 대표가 직접 나와 ‘유통 혁신’을 부르짖으며 던진 여러 가지 화두들은 업계에 의미하는 바가 컸다. 그로 인해 많은 매체들은 쿠팡에게 큰 기대감을 표명하는 기사들을 생산해 냈다. 그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김범석 대표의 화려한 언변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간담회 이후, 쿠팡을 대하는 매체들의 논조는 180도 달라졌다. 물류협회와의 소송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로켓배송 및 물류사업 확대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문제들에 대한 부정적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김범석 대표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설’까지 돌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4월 14일 쿠팡의 2015년 실적이 발표된 이후 극으로 치달았다. 유동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예상됐던 4000억원대 적자를 훨씬 상회하는 5200억원의 적자액에 방점이 찍혔다. 안타깝게도 쿠팡이 내세우고 싶었던 업계 최초 매출액 1조원 돌파(1조1300억원)는 전문가들의 동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소프트뱅크의 ‘총알 지원’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느냐는 분석이었다. 한 매체에서는 쿠팡을 포함해 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적자 총합이 8000억원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업계의 존속을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일련의 분석들은 각각의 충분한 근거가 있었고, 의도적으로 쿠팡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 현 시점에서는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서 쿠팡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의 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김범석 대표는 자신들의 계획은 지극히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에 근거한다고 강조해왔다. 그 ‘계획’들의 방향성이 공개된 이후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여태까지 보인 것들이 쿠팡이 추구했던 성과의 완성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지지부진하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쿠팡도 결국 ‘장사’를 하는 이들이다. 망하려고 장사하는 이는 없다. 적어도 자신(쿠팡에 딸린 수많은 직원)들의 밥그릇은 알아서 챙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목표로 정하고 약속한 것들이 어떻게 지켜지는가를 한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기상조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지양하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