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한 시대를 주름잡던 호시절이 다 지나갔다는 탄식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1990~2000년대 초까지 광고의 황금기에는 언론고시와 맞먹으며 뛰어난 인재들이 몰렸는데, 이제 광고에 인생을 걸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드물다. 광고계에 있는 사람들도 될 수 있는 한 광고회사를 떠나려 한다. 광고주나 스타트업으로 옮기려 하지 다른 광고회사로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적다. 우스갯소리로 광고업이 4D 업종이 되었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들린다. Difficult, Dirty, Dangerous로 대변되는 3D 업종보다 하나 더한, Depressed란 괴로움을 안고 사는 업종이 되었다는 탄식이다. 황금기를 지내온 선배들은 단물 다 빼먹은 껍데기를 후배들에게 물려준다고 미안해 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광고업계와 광고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지털화에 따라 탈(脫)광고화와 脫중개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중개서비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치 ‘직방’이라는 스타트업이 나타나자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물론 ‘직방’ 서비스가 수요자와 공급자, 중개업자를 더 잘 연결시켜 중개업자의 영업을 더욱 효율화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직방’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부동산 중개업자가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과 같다. ‘직방’의 투명한 거래정보 제공과 연결 서비스로 기존 부동산 중개업자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약해지는 것처럼, 광고대행사의 광고 중개서비스가 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존재가 등장하면서 광고대행사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매체 소유자이자 광고대행사 역할까지 함께 한방에 해결하는 존재이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는 굳이 광고대행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의 광고플랫폼, 집행기법은 자체적인 기법과 시스템으로 직접적으로 광고주에게 서비스되며 높은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초 NHN엔터가 디지털 광고 전문 자회사 NHN D&T(Data & Technology)와 NHN TX(Toast eXchange)를 설립했다. NHN D&T는 웹사이트 방문객 분석과 온라인 마케팅 효과측정 등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사업을 담당하고, NHN TX는 타겟팅 광고와 애드익스체인지를 전문으로 한다. 이런 흐름들에서 특기할 점은 광고주가 반드시 광고회사를 통할 필요 없이 직접 매체 소유자와 거래해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존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탈광고, 탈중개 가속화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 영역을 절박하게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기존 광고회사의 사업영역, 수익원이 사라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존 환경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광고 업무의 수행방식과 업무 강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단순화해서 얘기하자면 예전에는TV 광고 하나 찍어 공중파에 걸기만 하면 숨도 돌리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고, 큰 금액의 광고비에서 매체 수수료를 떼서 수익성을 맞출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캠페인 하나 만드는 데 무수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시시각각 파악되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수정 보완 작업이 끊임이 없게 된 반면, 수익은 갈수록 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같은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도 TV 광고 제작비는 억대가 넘는데 유튜브에 거는 바이럴 영상은 몇 천만원대이다. 같은 공력이 들어가는데도 금액이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을 보아도 수익성은 비교하나 마나이다. 이렇다 보니 갈수록 심해지는 업무강도는 직원들을 번-아웃시키고, 기회만 되면 광고주나 다른 곳으로 튈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비관적인 얘기로 들리는가? 안타깝지만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출발점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지혜롭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인 것 같다. 업무가 힘들어지긴 했지만 기존 광고 비즈니스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Cash Cow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작업은 그래도 아직은 늦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 표준은 자리 잡고 있지 않고 무수한 실험과 시행착오들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탈광고화, 탈중개화의 현실을 직시하며 광고회사의 변화를 차근차근, 치밀하게 준비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광고산업 구조가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체 수수료를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그간의 광고업에서 쌓아온 소비자 분석능력,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실행능력을 기반으로 광고 외의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전에 언급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딜로이트 디지털이나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등은 컨설팅,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종산업에서 광고산업에 진입해 들어와 성공했다. 새로운 인력, 사업구조로 새 판을 짰다. 이들처럼 기존 비즈니스의 룰만 붙들고 Add-on, Extention하는 방식만 생각하는 것은 좁은 접근이다. 근본적인 새판 짜기도 열어놓고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앉아만 있지 말고 ‘두드리라, 그러면 열리리라’는 신념을 갖고 나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