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중국의 수도 베이징 도로 위에는 어떤 자동차가 가장 많을까?”

중국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 중 하나다. 내수에서의 막강한 ‘소비 파워’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현지로 불러들였다. 자동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 이미 중국 자동차 시장은 판매 기준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5년 기준 약 2460만대의 자동차가 팔려나갔다. 2위 미국(1784만여대), 3위 일본(504만여대) 등과는 이미 격차를 크게 벌렸다. 기술력을 갖춘 완성차 업체들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2016 베이징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4월24일 일요일, 시내를 둘러보며 현지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베이징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해정구 인근으로 이동하는 1시간여 동안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의 브랜드와 종류를 확인했다. 이어 다시 1시간여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화원’으로 이동하며 도심을 둘러봤다. 차량 통행량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아닌 기자의 ‘느낌’을 정리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도로 점령 수입차···‘백미’는 현대차 아반떼(엘란트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에 올랐다.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아 도로 이를 살펴봤다. ‘편견’이 하나 있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판매 추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에는 기술력과 역사를 내세울 만한 자동차 브랜드가 없다. 차량 제조 역사가 짧다보니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상당하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이다. 점유율 15~20% 수준을 유지한다. 이어 GM(약 15%), 현대·기아차(약 10%) 등이 뒤를 잇는다. 수입차 ‘빅3’인 셈이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GLK와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 택시 등이 보인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통행 흐름은 서울과 비교해 원활한 편이었다. 엄격한 차량 등록 제한과 5부제 시행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3~5차선 수준의 순환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배치돼있었다.

도로 위에서는 우선 폭스바겐그룹의 아성이 느껴졌다. 공항에서 내려서부터 많은 차종이 눈에 띄었다. 동일 브랜드 내에서도 세단 모델인 파사트·제타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쿠페형인 CC나 해치백 골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세단 선호가 유별났던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다.

▲ 도로 한쪽에 아우디 차량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폭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도 상당한 점유율을 보여줬다. 특히 긴 차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상 롱바디 모델이 많이 눈에 보였다. A6의 경우에도 99% 이상이 롱바디 타입이었다.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대형 세단인 A8 롱바디도 간혹 보였지만, 4도어 쿠페인 A7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룹 내 다른 브랜드인 스코다 차량 등도 가끔 확인됐다.

특이한 점은 SUV의 비중이 크게 높지 않았다는 것.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은 1~2대 정도만 봤을 뿐이다. 아우디의 SUV 라인업인 Q 시리즈도 10대 이상 만나지 못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과거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히 높았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SUV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적 판매는 세단이 더 많을 것”이라며 “SUV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현지 업체인데, 베이징에 수입차가 비교적 많다는 것도 (SUV가 적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베이징에 있는 자동차들은 사이드미러 부근에는 썬팅을 하지 않는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폭스바겐에 이어 미국의 GM차도 강세를 나타냈다. 공항에서부터 쉐보레 브랜드 등이 옥외광고 등을 진행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나라에는 판매되지 않는 고급 브랜드 ‘뷰익’의 인기가 상당했다. 쉐보레 차량을 1대 만날 때 뷰익 모델은 20대 정도 본 듯하다. 뷰익의 경우 세단과 RV 모델의 비율이 50:50 정도로 느껴졌다.

경차는 실종됐다. 2시간 동안 창밖을 바라봤지만 경차는 없었다. 스마트 포투를 2~3대 정도 스쳐간 것이 끝이었다. 중국 시장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대신 슈퍼카나 럭셔리 브랜드들이 많았다.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마세라티 차량은 5대 정도 목격했다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차량은 한국보다 훨씬 더 자주 나타났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시내에서는 이채로운 광경이 눈길을 잡았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배달 오토바이’들이 도로와 인도 사이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바이두 등 중국 업체들이 베이징에서 음식 배달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대부분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가 진 뒤 일부 아파트 벽에는 수십개의 전선이 1층으로 내려온다고 한 현지인이 귀띔했다. 오토바이·자전거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이 또 있었다. 전기차 시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매년 급성장한 중국이지만, 정작 모델들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슬라 차량은 단 한 번 ‘모델 S'를 본 것이 전부였다. 닛산 리프나 현지 업체들의 전기차 모델이 가끔 보일 정도였다. 체감상 도로 이에서 전기차의 비율은 0.5%를 넘지 못할 것 같았다.

▲ 베이징에서 만난 다양한 현대차와 기아차 모델들. 현대차 투싼,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 등이 보인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현대·기아차 모델들도 꾸준히 눈길을 잡았다. 쏘나타와 아반떼가 대표선수였다. 간혹 투싼, 스포티지를 비롯해 ix25 등 전략 차종도 보였다.

그리고 베이징 도로를 점령한 엘란트라(아반떼) 택시가 보였다. 현대차는 과거 베이징올림픽 당시 입찰을 통해 택시 공급권을 따냈다.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거둔 쾌거였다. 국내 모델명으로 치면 아반떼 XD들이 도로를 종횡무진 누볐다.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기술력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베이징 도로 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차량은 한결 같이 현대차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중국에서 현대차는 단연 ‘백미’였다.

2시간여 잠깐 둘러본 베이징 도로 위는 그야말로 ‘수입차 천국’이었다. 최근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이 무섭게 상승하며 향후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