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아직 죽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달라."

지금 일본 아베 총리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는 아베 총리가 최근 아베노믹스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서 정권 유지에도 급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파격적 지원을 통해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탈출이라는 지상과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던 아베의 초심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겨운 모습이다.

두 달전 사상 처음으로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마이너스 제도 도입으로 다시 엔화 약세를 이끌려던 의도는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시장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며 단기적으로 엔화의 급등세에 불을 지폈다.

시장 부양책의 큰 줄기인 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자, 일본 중앙은행은 물론 기업들 마저도 패닉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앙은행은 여전히 카드가 남아있다는 멘트로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립서비스만으로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립서비스는 급기야 극단적인(?) 처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이 추가부양책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대출 금리를 도입할 것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엔화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몇 달간의 강세 폭을 단숨에 만회하는 무서운 급락세를 유발시켰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오는 27~28일에 열릴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역사상 그 어느나라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통화정책이다. 아직 대상이나 그 폭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대출해주면서 오히려 대출수수료를 대출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돈 빌려가면 돈을 얹어주는 이 제도 도입으로 아베와 구로다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소비 진작이  타깃일 듯 하다. 기존 가계 대출의 대출 대체로 인해 이자 부담이 완화될 경우 소비여력이 늘어나게된다.

일본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제로로 낮춰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취업한 청년이더라도 상당수가 학자금 대출 등의 금융비용과 임대료 등 지출이 수입보다 큰 상황이라 실업률 제로화가 소비 진작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은퇴한 고령층 가운데 상당수도 대출 금리 부담으로 지갑을 닫고 살아가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너스 대출금리 도입은 기존 대출의 금리부담을 완화시켜 소비를 늘릴 것이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마이너스 예금금리의 목표가 엔저 였던 만큼 마이너스 대출 금리의 초점 역시 엔저에 집중돼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 대출에까지 마이너스 대출금리가 확대될 경우 기존 고금리 대출의 갈아타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투자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정권은 글로벌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인해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이 매수자 중심 시장이 됐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글로벌 인수합병시장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마이너스 대출금리 제도로 공급될 자금을 실탄으로 삼아 미-중 양국의 먹잇감 사냥에 끼어들겠다는 저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다면포석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엔 캐리 현상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투자에 집중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외환조작 의심을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다. 시중에 풀리는 엔화가 증가하면 엔화는 자연스럽게 약세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 도입은 일본의 현재 상황에서 '꿩먹고 알먹는 해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앙은행의 시중은행에 대한 '이상한 보조금'이라는 지적은 면치 못할 것이다. 결국은 재정을 풀어서 기업과 가계에 직접 현금으로 지원하는 재정의 시장개입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해 가계의 소비를 살리겠다는 방안을 내놓는 일본 정부로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는 대책이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도를 넘는 대책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정개혁을 목표로 내걸었다. 긴축을 위한 재정개혁인지, 아니면 부양을 위한 탄환 마련차원의 재정개혁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날 것이다.

아베는 정치인이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그의 정치적 목표는 20년 장기 불황의 일본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다. 아베의 이같은 의지를 되새겨 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