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 시절에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 악대가 현장에서 배경음악을 연주해 주고 출연자의 대사나 영상의 줄거리는 변사가 연기하듯이 읽어주었다. 영화 속 연기자들은 단순히 동작을 연출할 뿐이었다. 무성영화의 품질은 당연히 영화의 대사와 줄거리를 웅변해 주던 변사의 실력에 달렸다. 그래서 배우보다 변사의 인기가 더 높았다고 한다.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를 소리를 끄고 영상만 보면 영상물이 담아내고픈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영상 정보만 가지고도 충분할 것 같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흥이 전혀 나지 않는다. 같은 영화라도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가 어떻게 삽입되었느냐에 따라서 영상물의 품질이 전적으로 달라진다. 그것은 사람의 감성이 시각정보보다 청각정보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음향은 주파수로 판별하며 음파의 초당 진동수 즉 헤르츠(Herz)로 측정한다. 두뇌 속에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800~1000억개의 뇌세포가 존재한다. 이들 뇌세포들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미세한 전기신호를 사용하는데 이를 두피에서 측정해 보면 여러 주파수 특성을 갖는 뇌파진동으로 나타난다. 뇌파는 주로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뇌세포들의 신호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진동주파수라고 판단하는데 주파수 구간별로 심리 상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알파파는 8~14헤르츠 구간의 주파수를 말하는데 이런 주파수를 가진 뇌파가 측정되면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지만 깨어있고 통찰력이 열려있는 상태를 만들어 준다. 8~9헤르츠 느린 구간은 주로 잠들기 직전의 상태나 가벼운 명상을 할 때에 관찰되는 뇌파이다. 10~12헤르츠 구간의 알파파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 정도의 뇌파 상태이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은 상태로 창의적 활동에 몰두하기에 좋은 상태다.

12~13헤르츠 구간의 알파파는 약간의 긴장과 주의집중이 높은 상태이다. 베타파는 14~30헤르츠 구간의 주파수에 해당하며 평상시 의식이 깨어있을 때에 나타나는 뇌파에 해당한다. 학습효과가 저하되고 뇌가 긴장 상태에 놓일수록 주파수 영역이 높아지고 혼돈스럽고 초조해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감마파는 30~60헤르츠 구간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 불안하고 흥분된 상태에 관찰되는 뇌파이다. 세타파는 4~7.5헤르츠 구간에서 관찰되는 느린 진동수의 뇌파이다. 졸음 상태나 얕은 수면 상태일 때에 해당되며 초능력이 발휘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델타파는 0.6~3.5헤르츠 구간의 아주 느린 주파수 구간으로, 수면 중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꿈도 꾸지 않는 아주 깊은 수면 상태는 아주 낮은 주파수 구간의 진동이 나타나고, 꿈을 꾸는 REM 수면 시에는 주파수가 약간 높아진다. 델타파 상태에선 많은 양의 성장 호르몬이 생성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뇌파의 주파수가 낮을수록 마음이 평안해지고 몸을 나른하게 이완시켜준다. 명상을 이용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뇌파의 주파수로 마음을 진단한다

뇌파를 다스리고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명상 수련을 하곤 하지만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쉽게 뇌파를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뇌신경학자 제럴드 오스터(Gerald Oster)는 사람의 두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갖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들려주면 특별한 뇌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매우 평온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쪽 귀엔 140헤르츠의 음색을 들려주고 다른 귀엔 145헤르츠의 음색을 들려주면 된다. 이때 두뇌는 양쪽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파장이 5헤르츠만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두뇌는 이를 같게 맞춰주려고 뇌파를 동조시킨다. 이 과정에서 같은 파장 범위의 세타파가 증폭되게 된다. 그래서 졸음이 오고 나른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만약 활동적인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싶은 경우엔 한쪽 귀엔 130헤르츠를, 다른 한쪽엔 146헤르츠의 음향을 들려준다면 이때 진동수 차이가 16헤르츠가 되므로 베타파가 증폭되게 되어 정신이 깨어나고 활력이 넘치게 된다. 이렇듯 두 귀에 들리는 음향의 주파수 차이를 조정해서 증폭시킬 뇌파를 조절할 수가 있다.

외부로부터 서로 다른 두 가지 주파수의 음향을 양귀에 입체적으로 들려주어서 뇌파를 자극하는 음향치료 방법을 ‘디지털 약물(Digital Drug)’라고도 부른다. 마치 화학약물을 투여한 것처럼 호르몬이 분비되어 의식 상태가 변하거나 깊은 명상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디지털 신호는 아니고 서로 주파수가 다른 두 개의 음파, 즉 사인(Sine)파가 중첩된 입체음향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음향상품은 약물이 아니다. ‘약물(Drug)’란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마치 화학약품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고 실제로 입체음향 비트는 뇌파를 증폭시켜 다양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음향 특성을 가진 디지털 MP3 음원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입체음향 비트는 뇌파를 이용해서 일종의 최면상태를 유도한다고 할 수 있다.

 

뇌파에 따라 호르몬 분비도 달라진다

뇌파의 패턴이 인체에 중요한 호르몬인 멜라토닌, 도파민, DHEA, 코티솔 등의 분비와 상관성이 높다는 연구도 많다. 알파파와 베타파 상태일 때엔 멜라토닌과 DHEA의 분비가 매우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DHEA 양이 최소한 50% 증가하고 멜라토닌은 평균 100% 정도나 증가되는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50% 정도 줄어든 현상을 보였다. 멜라토닌은 충분한 수면을 하게 만들고 특히 수면 중에는 두뇌에서 다양한 회춘물질들을 분비시켜 자기 치유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들고 수면이 충분하지 못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노화가 촉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DHEA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호르몬이다. 부신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호르몬이다. 인체에 필요한 모든 호르몬에 전구체 역할을 하거나 기본 성분이 된다. 따라서 DHEA를 슈퍼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DHEA가 낮으면 노화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반면에 DHEA가 높아지면 건강하고 생동감 있는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에 완충작용을 한다. 두뇌가 알파파 상태로 놓여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부신피질 호르몬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엔도르핀은 기분이 좋게 할 뿐만 아니라 기억력을 강화하고 인내력을 강화시키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알파파는 도파민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데, 도파민은 각성과 의욕 그리고 흥분을 담당하는 호르몬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하고 보상을 받고 쾌감을 느끼게 한다.

 

뇌파를 임의로 제어한다

최근엔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사이트에는 지노럴(Gnaural), 뉴로 프로그래머 3 (Neuro-Programmer 3), 뇌파발생기(Brain Wave Generator), 뇌파-바이노럴 비트(Brain wave Binaural Beats) 등과 같이 입체음향 비트를 만들어 주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1500헤르츠보다 낮은 주파수 영역에서 주파수 편차가 40헤르츠에 못 미치도록 두 가지 서로 다른 주파수를 선택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들리는 주파수가 다르도록 지정해주면 된다. 이때 두 주파수의 차이 값이 증폭될 뇌파의 주파수에 해당하므로, 원하는 두뇌 상태에 따라서 알파, 베타, 감마, 세타, 델타파를 만들 수 있다. 스피커로 들으면 음이 중첩되어 들리기 때문에 뇌파를 자극하는 효과가 없다. 반드시 헤드폰을 이용해서 두 귀에 각기 다른 주파수의 음향이 들리도록 해줘야만 효과가 있다.

디지털 약물은 수면장애, ADHD, 불안감, 우울증 등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부작용이 오히려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 맞도록 전문적인 음향 설계를 한 음원을 MP3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우선은 안전하다. 디지털 약물은 설계에 따라서는 코카인, 페요테, 헤로인, 아편, 엑스타시 등과 같은 환각제나 마취제와 같은 효과도 가져다준다. 소리만 듣고도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작용은 마약에 중독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중독성이 있어서 심각한 대처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연구와 계도를 통해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싶어 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인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질병이나 건강을 이끌기도 한다. 입체음향 비트를 이용해 뇌파를 동조시키는 방법은 간단하고 신속하게 마음을 바꿔주고 심신을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수면장애나 우울증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며 학습능력 강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 뇌파를 이용한 마음조절은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관리에도 큰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