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 뉴타운 지역.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뉴타운 지정 이후에 한참 거래가 많았죠. 지금은 시장이 침체되고 가격이 높아서 거래량이 줄었죠. 그래도 입지가 좋으니까 투자자 문의는 계속 있어요. 강남권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고 실수요자들도 간혹 있어요.”(서울 용산구 한남동 H공인업소 관계자)

“사업진행이 빨리 돼야 도시 슬럼화도 막고 투자자나 조합원도 먹고살죠. 그런데 시에서 승인을 안해주니….”(서울 용산구 한남동 A공인업소 관계자)

 

뉴타운 지구 중에서 투자 유망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용산구 한남뉴타운. 하지만 재개발 사업이 10년째 표류하면서 조합과 서울시간 대립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 건축심의에서 번번이 통과되지 못하고, 시가 용산공원 경관 및 남산 조망권을 이유로 건물의 높이제한을 두는 등 전면 재검토 의사를 조합에 통보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거나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시는 개발하더라도 보존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저층·저밀도를 강조하는 데, 조합과 시공사측은 고층·고밀도 등 사업성을 중시하고 있어서다.

한남뉴타운은 한남동 일대 111만㎡에 새 아파트 1만2000여 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다. 낙후된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이 동네는 총 5개 구역으로 나눠졌으며 준주거지역이 46%를 차지한다.

현재는 1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조합이 설립됐다. 이태원 상권과 인접해 재개발을 하지 않고도 임대수익이 높아진 한남 1구역은 조합원의 반대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노른자땅 ‘한남’, 조합원·세입자의 동상이몽

한남뉴타운이 주목받는 이유는 남산을 등 뒤에 두고 한강을 마주한 ‘입지’ 때문이다. 때문에 ‘강남 못지않은 명품도시’로 불린다. 한남동의 공시지가도 3.3㎡당 1300만~2000만원에 달한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월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로 30나길 연립·다세대 주택은 대지권면적 29.75㎡(1983년 건축)의 경우 4억 3000만원, 64.65㎡(대사관로 20길/2006년 건축)는 10억에 거래됐다. 대지 3.3㎡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찾은 한남동 뉴타운. 전형적인 명당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슬럼화된 동네로 정체돼 있다. 불량 주택과 다가구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좁은 도로는 ‘올드타운’의 모습이다. 한 낮인데도 인적이 드물고 길가에는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빈집도 많아서 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대책 수립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곳에 아직까지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낙후된 느낌이 든다.

▲ 허름한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또한 재개발 관련 소송이 이어지며, 검찰수사를 받던 조합원이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조합원 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걱정도 깊어진다. 노후한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은 전세난과 높은 집값 때문에 갈곳이 없다며 하소연 중이다. 더욱이 재개발이 되면 시공사와 투자자들만 배불리는 구조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인근 공인업소 관계자는 “전세 2000~5000만원 정도로 들어온 세입자 대부분인데, 개발된다고 하면 월셋집을 구해서 다 떠나야 하지 않겠나. 원주민은 30%정도 남아있고, 집주인들은 강남에 사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남 3구역 조합원 A 씨도 ‘황금빛 뉴타운’을 꿈꾼지 8년이 지났다. 그는 “조합설립인가를 4년전에 해놓고 아직까지 개발이 안이뤄지니 답답하다”며 “도시가스가 안들어와서 아직 석유 보일러를 쓰고 있고, 물이 새는데도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장기적인 자금계획을 세워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남뉴타운 개발은 10~20년 이상을 내다보고 하는 장기적인 개발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강남접근성, 한강조망권을 가질 수 있는 한남 뉴타운은 미래가치가 높다. ‘한남동 더힐’ 등 고급단독주택들도 있고 강남 못지않는 부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다만 개포지구 재건축이 16년 정도 걸린만큼 한남도 아직 개발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한남동 개발 계획이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으므로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이 몇 평을 분양 받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때문에 같은 지분이어도 권리가액(감정평가사가 공시지가 및 노후화 정도 등을 따져서 산정한 가격)이 높은 지분을 투자해야 한다. 권리가액에 따라 다른 평형대를 분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