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은 20일(현지시각)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관련 조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구글과 지주회사인 알파벳에 동시에 발송했다. 지난해 4월부터 제기된 혐의가 대부분 확인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라클과 안드로이드 저작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포털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조사는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는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제102조’에 의거해 실시되고 있다. 구글은 단말기 제조업체에게 구글 검색 및 크롬 브라우저 사전탑재를 요구하고 오픈소스로 규정된 안드로이드에 경쟁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구글 검색을 사전 탑재한 대가로 단말기 제조업체에게 무선 사업자에게 보상을 실시한 점을 지적받고 있다.

오픈소스인가?

핵심은 오픈소스로 풀린 안드로이드의 정체성이다. 당초 모바일 플랫폼 후발주자로 전장에 뛰어든 구글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풀어버리는 방식으로 다수의 제조 및 통신업체들을 포섭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운영체제의 절대적 시장 지배가로 거듭났다. 생태계 객체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정책은 안락하고 편안한 구글의 ‘보살핌’ 속에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일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오픈소스인가?’라는 점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브랜드 네임 활용 및 각종 지원에 있어 다양한 제약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가 등장한 배경이다. 정품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직접 배포하며 구글 서비스 프레임 워크(GSF)가 탑재되고 플레이스토어 및 지메일 등 구글의 제반 서비스가 의무적으로 실려야 하는 반면 AOSP는 안드로이드 코어 버전으로 분류된다.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배포되며 GSF가 없다. 현재 AOSP는 탈 안드로이드를 희망하는 타이젠, 윈도와 더불어 그 파괴력을 배가시키고 있으며 인도 및 중국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가 2011년 7월 공개한 YunOS의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2014년 11월 중국 공신부 및 과학기술부, 중국전자재단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알리바바는 YunOS의 3.0 버전을 발표하며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중심인 운영체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ICT 정책 육성 및 보안 등의 사안을 검토하던 중국 정부의 의지와 의기투합한 분위기다.

지난 4월 19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IT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스(MyDrivers)를 인용해 YunOS가 안드로이드, iOS에 이어 세계 3대 OS로 발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Yun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지난 1월 기준 누적 출하량 5000만대가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론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지만 완벽한 의미의 오픈소스가 아니며, 사용하려면 구글에 유리한 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제약이 걸려있다. 경쟁자인 iOS는 차치한다고 해도 AOSP 및 타이젠, YunOS의 행보에서 보여지는 교집합은 바로 이러한 안드로이드 지배력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EC가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반독점의 패러다임으로 몰아넣은 결정적 단서다.

EC의 철퇴에 구글도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일단 “파트너와의 계약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지며 누구나 구글의 허가 없이 안드로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라며 생태계의 자율성과 오픈소스의 특징을 강조하는 한편, “안드로이드 생태계 참여를 원하는 제조사는 테스트를 통해 자사의 기기가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한다는 것을 인증하며 이런 시스템 없이는 서로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 간 앱 호환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소한의 인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모든 제조사는 다양한 구글 앱 중에 원하는 앱을 선택해서 자사 기기에 탑재할 수 있고 자유롭게 타사의 앱도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지점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앞으로 유럽 집행위원회(EC)에 협조하여 안드로이드가 시장의 경쟁 질서와 소비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강점을 증명하는 한편 차분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후 양쪽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OS 점유율. 출처=업계

미묘한 ‘시선’

EC의 발표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유럽의 정치권력과 구글을 포함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오래된 신경전이 연상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쟁이다. 지난해 EU의 개인정보보호당국(DPAs·Data Protection Authorities)이 페이스북을 정조준한 사례와 더불어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정책은 EU법 위반이다’는 보고서를 낸 벨기에 연구소의 주장은 전형적인 신경전이다. 넓은 의미에서 구글을 비롯한 미국 ICT 기업의 세금 탈루의혹도 여기에 해당된다.

2014년 11월 EU 유럽회의 양대 정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사회당그룹(PES)이 소위 구글 쪼개기에 나섰던 것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반독점 혐의도 역사기 긴 편이다. 현재의 반독점 혐의가 오픈소스의 탈을 쓴 안드로이드의 강제적 서비스 삽입에 방점이 찍혔다면, 2010년 영국의 오프콤(Ofcom)과 프랑스, 독일 중심으로 진행됐던 구글 반독점 조사는 플랫폼 독점에 따른 개인정보수집에 방점이 찍혔다. 유럽 입장에서 미국 정부와의 정보공조는 용인할 수 있지만 사기업인 실리콘밸리 진영과는 타협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구글에 요구하는 정보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럽지역의 구글 검색 점유율이 90%를 넘기는 상황에서 별로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분쟁은 오픈소스의 민낯을 만천하에 공개한 상황에서 시장 지배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플랫폼 파괴에서 끼워팔기로 확장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최근의 분쟁은 끼워팔기 논란에 휘말렸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와 비슷하다.

국내 포털 및 ICT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이 자사 OS 내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고, 국내 회사의 검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구글 선탑재 이후에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머문 반면 네이버의 점유율이 70%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공정위도 심사보고서를 입수하는 즉시 재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