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깜박깜박 하고 잊는 습관이 생겼다. 알콜성 치매나 과중한 업무 탓이라고 변명도 해보고 나이 탓이 아닌가 하는 낙담도 해봤다. 하지만 이유가 무어 그리 중요한가?

해결 방법이 중요하지. 필자 나름대로 찾아낸 해결 방법 중 하나는 강황가루를 먹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대용량을 주문한 후 집에도, 사무실에도 강황가루를 넣은 노란 병을 가까운 곳에 뒀다. 물에도 타먹고 집에서 요리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강황가루를 먹었다. 그런데 강황은 비릿함 때문에 비위가 웬만큼 좋아도 그냥 먹기가 힘들다. 음식에 넣어도 그 비릿함은 다른 모든 음식 맛을 지워버린다. 결국 필자는 강황 가루 섭취를 포기했고 사무실과 집안 여기 저기 강황이 든 노란 병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다음으로 택한 방법은 가급적 카레 요리를 자주 먹자였다. 집에서도 자주 요리하고 외근할 때도 인근에 카레전문점이 있으면 그곳으로 간다.

대표적인 카레 브랜드로는 코코이찌방야와 아비꼬가 있다. 코코이찌방야는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글로벌 브랜드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카레전문점 숫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농심에서 코코이찌방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한다. 아비꼬는 국내 브랜드이긴 하지만 매운 일본 카레 맛을 내세운다. 우리 동네 대형 마트의 푸드코트에 아비꼬 매장이 있어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종종 찾는다.

그런데 얼마 전 놀랍게도 필자와 똑같은 이유로 강황가루를 섭취하다가 아예 카레 전문점을 창업하면 어떨까 하고 상담을 요청해온 사람을 만났다.

건망증이 심해져서 해결 방법을 찾다가 강황가루를 섭취하게 됐는데 비린 맛 때문에 포기하고 카레요리를 자주 해먹다가 아예 창업을 카레 전문점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외근을 나가면 일부러 주변에 있는 카레 전문점을 찾아서 식사를 해온 터라 그분과 함께 카레 아이템의 사업성을 분석해보게 됐다.

조사를 해보니 코코이찌방야의 경우 전 세계 매장 중에서 매출 TOP3 매장이 한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비롯 전 세계에 흩어진 1400여개가 넘는 코코이찌방야의 매장 중에서 한국에 있는 매장은 불과 30여개가 안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 3개가 글로벌 탑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카레에 대한 숨은 욕구가 잠재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카레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로 알려져 있다. 창업 아이템으로 카레 전문점을 조사해보니 젊은 층은 유명 카레 전문점을 맛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토핑과 카레 맛의 선택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코코이찌방야의 카레는 카레의 원재료에 강황 계피 당근 양파 감자 등 몸에 좋은 20여가지의 재료를 추가해서 액체 상태로 만든 후 4일간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코코이찌방야 강남점이 직원에 따르면 고객 중에는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카레를 해장국 대신 먹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카레를 만들 때 보약에 가까울 정도로 건강에 좋은 원재료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한다.

카레를 말할 때 밥을 빼놓을 수 없다. 코코이찌뱡야가 사용하는 쌀은 전북 군산의 쌀경연대회에서 3관왕을 한 것이라고 한다.

접시에 하얀 쌀밥, 그리고 토핑용 돈까스나 치킨까스 새우, 그 위에 카레가 뿌려져서 나오는 단순한 담음새이지만 실제로는 20여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한 번에 섭취하는 셈이다.

아비꼬 역시 카레를 100시간 이상 숙성시켜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비꼬와 코코이찌방야는 모두 매운 맛 순한 맛 등으로 카레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새우 돈까스 등 다양한 토핑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코코이찌방야의 경우 카레의 맛, 토핑 재료의 선택, 밥의 양을 조합시키면 수만가지 맛의 변주가 가능할 정도라고 하니 놀랍다.

카레 전문점의 주 고객층은 20대와 40대 초반까지이다. 주로 직장인이 많은 오피스가나 젊은 소비층 유동이 많은 대형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저 가격은 6000~7000원대인데 토핑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9000~1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카레를 맛집으로 여기고 일부러 멀리서 특정 카레 전문점을 찾는 고객들도 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카레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 특별한 토핑을 골라먹는 재미로 매장을 찾는 가족 단위 외식고객들, 여기에 숙취 해소를 위해 카레를 찾는 직장인까지 내방 동기가 다양했다. 심지어 카페같은 인테리어에 선택의 즐거움에 끌려 젊은 남녀가 데이트 장소로 카레 전문점을 택하기도 한다.

카레가 특히 인기를 끈 것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면역력 강화에 카레가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창업자들을 상담해보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업종 선정이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선택의 폭도 넓기 때문일 것이다. 카레 전문점을 예로 들었지만, 일상생활을 파고 들다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사업이 있다. 그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를 하다보면 내 배우자 같은 업종을 만나게 된다. 지금 업종 찾기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면 먼저 창업자 자신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라.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업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