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 워치로 제격인 클래식 5177. 출처=브레게

남자의 손은 조금 거칠고 투박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뷰티 전성기에 이런 편견은 어울리지 않는다. 남자들도 손 관리를 위한 핸드크림이나 네일케어 제품 한두 개씩은 갖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남자의 손을 가꾸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사실 남자의 손이 주목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자의 손은 결정적인 장면에 등장할 때가 많다. 악수를 하거나 서류나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물론 운전할 때나 차를 마실 때 제 2의 얼굴 역할을 하곤 한다.

▲ 카밀의 베스트 셀러 핸드크림인 클래식, 인텐시브, 맨.(왼쪽부터) 출처=카밀

손 관리를 위해 핸드크림은 필수다. 핸드크림은 있으면 바르고 없으면 굳이 찾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백화점 1층의 뷰티 코너는 물론 곳곳에 드럭스토어가 들어서면서 남성들 역시 뷰티 제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접근이 쉬운 헤어, 핸드 & 네일 관련된 제품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올리브영 기준 2016년 1분기 ‘핸드크림 부문 톱 3’를 보면 카밀 ‘핸드 앤 네일 크림 안티에이지 Q10’(6200원, 75ml)과 식물나라 ‘퍼퓸 핸드크림 체리블라섬’3500원, 30ml), 허바신 ‘우타 카밀 핸드크림’(8500원, 75ml) 등이 올랐다. 표본을 좁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카밀의 핸드크림이 1위에 오르며 남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카밀은 국내에 ‘승무원 핸드크림’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독일 국적의 이 브랜드는 다양한 핸드크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남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단연 카밀 맨이다. 이 핸드크림은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카모마일이 듬뿍 들어있는 반면 유해성분으로 꼽히는 인공색소, 미네랄 오일 등은 철저히 배제한 것이 특징다. 이밖에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카밀 클래식(6200원, 100ml)과 인텐시브(6200원, 100ml) 등이 남녀불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단 뷰티의 재미를 느낀 남자들의 손 관리는 단순히 핸드크림에 그치지 않는다. 네일숍을 찾아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 남성 그루밍 족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기본적인 손톱 관리부터 파라핀을 이용한 보습까지 여성들만큼이나 다양한 관리를 받고 있다. 손톱과 손을 포함한 보습 관리를 받는 데에 1회 7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고 월 단위 정액권을 끊게 되면 20~30만원대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에도 불구하고 네일숍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 러브 컬렉션 링(좌)과 비제로원 4-밴드 링. 출처=까르띠에, 불가리
▲ 저스트 앵 끌루 컬렉션, 러브 컬렉션의 브레이슬릿과 캘리퍼 컬렉션의 브레이슬릿. 출처=까르띠에, 티파니

정성스럽게 잘 관리한 손이라면 감출 필요가 없다. 남자의 손을 더욱 돋보이게 할 액세서리에 눈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까르띠에의 저스트 앵 끌루 컬렉션은 과거부터 꾸준히 남성들의 사정권에 들었다. 일명 못 반지, 못 팔찌로 불리는 링과 브레이슬릿은 못을 동그랗게 말아 놓은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기에 다양한 컬러의 골드 소재부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것까지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어 손 위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인기가 높은 화이트 골드 소재의 브레이슬릭과 링의 가격은 각각 870만원대와 290만원대이다. 저스트 앵 끌루 컬렉션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컬렉션은 바로 러브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컬렉션의 백미는 브레이슬릿. 동봉된 전용 드라이버를 사용해 누군가가 팔목에 채워줘야 한다. 이런 위트 있는 발상 덕에 예물로 인기가 높은 컬렉션으로 꼽힌다. 화이트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의 가격은 820만원대다. 불가리의 대표 컬렉션으로 꼽히는 비제로원 역시 남성들의 워너비 액세서리로 꼽힌다. 특히 세라믹으로 만든 세라믹 4-밴드 링은 비제로원 컬렉션의 라이징 스타. 핑크 골드와 블랙 세라믹은 은은하면서도 남성적인 이미지 뽐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된 링의 가격은 560만원대이다. 티파니 또한 남성용 브레이슬릿을 선보이며 남자 손 공략에 나섰다. 팔로마 캘리퍼 컬렉션에 속한 이 브레이슬릿은 콘셉트부터 이목을 끈다. 티파니의 대표 디자이너인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을 한 것으로 카레이싱 마니아인 그녀의 남편에게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부품 중 하나인 캘리퍼에서 영감을 받은 이 브레이슬릿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으로 만들어 남성성을 강조했다.

▲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뉴 오버시즈. 출처=바쉐론 콘스탄틴

다양한 액세서리 중에서도 남자들이 가장 부담을 덜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시계일 것이다. 남자는 시계, 자동차, 집 순이란 말까지 있듯이 시계는 남자의 거의 유일한 액세서리로 통하곤 한다. 다양한 시계가 있지만 크게 드레스 워치와 캐주얼 워치로 나눌 수 있다. 드레스 워치는 쉽게 말해 포멀한 복장에 매치하는 시계로 골드 소재의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 등이 그 기준으로 꼽힌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계 중 하나가 브레게의 클래식 5177이다. 직경 38mm의 레드 골드 케이스와 악어 가죽으로 만든 스트랩이 수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반대로 캐주얼 워치는 실용적이고 다양한 여가 생활에 무리가 없는 시계를 일컫는다. 소재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을 비롯해 세라믹, 러버 등 다소 부담이 덜한 것이 즐비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지난 2016 SIHH(스위스 고급시계 박람회)에서 눈에 띄는 데일리 워치를 선보였다. 뉴 오버시즈로 명명된 이 시계는 러버, 스틸, 레더 3가지 스트랩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블루 다이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격대 역시 2000만원대부터 시작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입문시계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커스텀 시장이 확대되며 단순히 시계를 차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고 베젤을 교체하거나 스트랩을 바꿔 끼는 등 일종의 취미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스트랩 교체를 뜻하는 ‘줄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시계가 이탈리아 브랜드인 파네라이다. 파네라이는 시계만큼 스트랩에도 관심이 높은 마니아들이 상당하다. ‘파네리스티’라고 불리는 파네라이 마니아들은 스트랩 가방을 따로 구비하고 다닐 정도로 스트랩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파네라이는 이런 마니아들의 요청에 응답이라도 하듯 컬렉션과 케이스 크기 별로 다양한 스트랩을 구비해두고 있다. 정식 부티크 외에도 시계관련 업체들의 커스텀 스트랩까지 출시돼 파네리스티들의 행복한 고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