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복잡한 세상에 대응할 단순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들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발달로 인해 복잡성과 씨름하게 된 회사들 중 어떤 조직이 성공했는가를 연구하다가 깨달은 게 있었다. 성공기업들은 기술-경쟁-시장의 복잡성에 대해 복잡한 해결책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았다. 신제품 개발이나 잠재고객의 우선순위 결정처럼 ‘중요 절차’를 우선 파악한 후 ‘단순한 규칙’으로 이를 관리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간결한 의사결정 프레임을 ‘단순한 규칙(Simple Rules)’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다이어트, 운동, 투자, 불면증 관리 같은 개인의 일상적 문제에 대입해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설정, 세법 체계를 비롯한 사법체계의 운용방식, 멸종위기에 빠진 해양생물 보호 등 주요 사회적 이슈에까지 적용했다. 모든 상황에서 ‘단순한 규칙’의 효용성이 확인됐다.

단순한 규칙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데는 3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 조직 및 개인의 성공을 이끄는 요소(계기판)들을 찾아낸다. △ 계기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특정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반복되는 절차(병목)가 무엇인지 찾아낸다. △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하고 적은 수의 규칙을 만든다. 관련 사례를 살펴보자.

▲구글= 컴퓨터과학 인재가 회사의 ‘계기판’을 움직이는 요소 중 하나다. 그에 따른 ‘병목’은 과학 인재 채용 절차이다. 구글 인재채용의 단순한 규칙은 이런 내용이다. △ 별난 사람을 찾는다. 창의력과 상관관계가 있다. △ 구글 직원이 강력 추천하는 사람을 찾는다. 최고의 인재는 언제나 다른 최상급 인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 이력서에 약간의 오류라도 있는 사람은 피한다. 진실한 직원만 고용한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VOD 업계의 최강자에서 종합 미디어회사로 발돋움하게 할 계기판 요소를 ‘자체 드라마 제작’으로 잡았다. 그러고는 병목 문제(인재확보)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단순한 규칙을 만들었다. △ 최고를 채용한다 △ 가장 많은 돈을 준다 △ 내버려 둔다 등이었다. 넷플릭스는 오스카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고용해 감독권과 자유재량권을 줬다. 시험방송도 하지 않은 채 두 시즌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제작해 방영과 동시에 출시했다. 시청자가 모든 시즌 에피소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에미상 8관왕 수상작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는 단순한 규칙만으로 집단작업을 수행한다. △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다 △ 중립적 시각을 견지한다 등이다.

▲집카= 집카(Zipcar)에는 자동차를 반납 받아 청소하고 점검하고 재급유하는 영업소나 직원이 없다. 오직 6가지 단순한 규칙만 있다. △ 차량이 고장 나면 신고한다 △ 깨끗하게 이용한다 △ 차 안에선 금연한다 △ 기름을 가득 채운다 △ 시간에 맞춰 반납한다 △ 애완동물은 전용 캐리어에 넣는다 등이다.

▲에어비앤비= ‘단순한 규칙’도 시간 흐름과 상황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당초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돈 없는 20대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숙박(에어매트리스와 아침식사)을 제공한다는 규칙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개선된 규칙’을 도출하며 글로벌 공유경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컨퍼런스 등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에 진출한다 △ (이용자가 아니라) 집주인을 모집하는 데 집중한다 △ 전문 사진사가 찍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고 손님에게 새 비누를 제공하는 등 에어비앤비의 접객 원칙을 집주인과 공유한다.

<심플, 결정의 조건> 도널드 설·캐슬린 M. 아이젠하트 지음, 위대선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